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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 시대를 견뎌내는 법

기사승인 2020.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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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적 거리두기로 많은 것들이 단절되며 우리의 일상이 달라졌다. 그런 가운데서 삶의 건강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개개인 속에 오롯이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지난 4월 22일부터 5월 6일까지, 원주영상미디어센터에서 '각자도생'이라는 이름으로 강의를 했다. 정확한 수업의 이름은 '각자도생 part 1. 글쓰기'로, '밀레니얼이 팬데믹 시대를 맞는 법'이라는 단서가 붙어 있다. 3회차로 진행된 이 강의는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처음부터 화상 강의를 하려던 것은 아니었다. 지난해 '여행하며 글쓰기'라는 주제로 단발성 강의를 진행한 바 있는데, 이때 사람들이 일상 속 글쓰기에 관심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 터였다. 이에 실제 글을 쓰고 피드백을 할 수 있도록 여러 회차의 수업을 기획하고 있었는데, 공교롭게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다른 지역에서 대규모 감염이 터져 나오며 불안감이 증폭되고, 공공장소인 원주영상미디어센터도 폐쇄되었다. 언제 다시 개방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대안으로 화상 강의가 제시되었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요구되면서 기업은 화상으로 업무를 보고, 학교도 온라인으로 개학을 하고 있었다. 이미 다른 모임에서 화상 회의 어플리케이션(ZOOM Cloud Meetings)을 사용해본 적이 있었는데, 소규모 강의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았다. 서로의 글을 원활히 읽어볼 수 있도록 업무용 협업 어플리케이션(잔디)도 활용하기로 했다.

 문제는 대상이었다. 처음 진행하는 방식의 강의인 만큼 온라인 매체에 익숙한 수강생이 필요했다. 자연스레 IT에 능통한 밀레니얼 세대가 고려되었다. 참여자들의 얼굴과 개인적인 공간이 고스란히 화면으로 노출되는 화상 강의의 특성상, 수강생들이 안전함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됐다. N번 방 사건 등으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불안감도 증폭된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밀레니얼 세대의 여성을 대상으로 강의를 열기로 결정했다. 이 강의를 바탕으로 삼아 part 2, 3가 뒤이어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글감도 새로 선정해야 했다. 여행, 취미, 사진 등의 주제를 예정했는데 이 역시 사회적 거리두기로 무용지물이 된 상황. 일상 속 글쓰기라는 틀을 유지하면서, 수강생들이 직접 만나지 못하더라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주제가 필요했다. 멀리 갈 것도 없었다. 지금 우리 삶을 가장 관통하고 있는 것이 바로 코로나19이기 때문이다.

 커리큘럼은 전염병, 팬데믹(pandemic)을 주제로 짜여졌다. 첫 시간은 워밍업 격으로, 수강생들은 전염병을 소재로 한 다양한 매체를 감상하고 수업에 참여했다.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 같은 고전 소설을 비롯해 영화 '컨테이전'과 '감기', 모바일 게임인 '전염병 주식회사' 등이 화제에 올랐고, 간단하게 글을 써 보았다.

 두 번째 수업에서는 수강생들이 겪고 있는 코로나19 속 일상 이야기를 나누고 그에 대해 글을 썼다. 마무리인 세 번째 수업에서는 코로나19 이후의 세계에 대해 한 문장씩 이어가며 릴레이로 소설을 완성했다.

 수업 분위기는 화기애애했고, 진행도 순조로웠다. 온라인 강의에서만 누릴 수 있는 강점도 있었다. 물리적 거리에 구애받지 않으니 비교적 먼 혁신도시를 비롯해 다른 시·군에서 참여한 수강생들도 여럿이었다.

 화면을 통해 자신이 감상한 작품을 자유롭게 서로 확인할 수도 있었다. 영상미디어센터라는 정체성에 부합하는 방식의 강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연결 상태가 불안정하거나 세팅의 어려움으로 음성이 잘 들리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자녀가 있는 수강생의 경우 집에서는 아무래도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다. 오프라인 수업에 비해 과제 제출이나 피드백 역시 집중도가 낮은 느낌이었다. 차츰 화상 강의가 일상화되면 보완될 수 있으리라.

 각자도생(各自圖生). 제각기 살아 나갈 방법을 꾀한다는 뜻이다. 사실 체계적으로 운영되는 정부 방역 시스템 하에서 사회적 안전을 누리며 각자도생이란 단어를 내세우기란 겸연쩍은 일이다. 다만 사회적 거리두기로 당장 많은 것들이 단절되며 우리의 일상은 이전과 많이 달라졌고, 그런 가운데에서도 삶을 건강하게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바깥이 아니라 개개인 속에 오롯이 집중하는 것이 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우리는 이 시기를 잘 견뎌낼 수 있을 것이다.

이새보미야 작가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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