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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talk)발전소

기사승인 2020.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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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면장실을 주민 누구나 편히 오가며 이야기가 한 없이 솟아나는 화수분 같은 공간으로 탈바꿈하기로 했고 그 첫발을 '면장수다방'이란 간판을 내걸었다. 그 결과…

 

 진시황 설화에서 나온 '하수분(河水盆)'이 변한말로, 본래 '황하수의 물을 채운 동이'라는 뜻에서 나중에 '그 안에 온갖 물건을 넣어 두면 똑같은 물건이 끝없이 나온다는 보배로운 그릇'이란 '화수분'이란 단어가 있다.

 물건(재물)에 사랑, 이야기를 대입하면 '사랑이 화수분처럼 넘쳐 난다' '이야기가 화수분처럼 넘쳐 난다'가 될 것이다. 문장 자체가 너무 기분 좋지 않은가?

 원주에도 이야기가 화수분처럼 넘쳐 나는 곳이 있다. 바로 판부면행복센터에 있는 면장수다(talk)방이다. 판부면민에게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어 만든 곳, 지역의 창조계급과 허심탄회하게 지역발전 방안을 논의하고 민원인에게 더 편안하게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열린 마음을 갖게 하는 곳, 한 번 오면 또 다시 찾아오고 싶은 곳을 만들어 주민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면장실을 수다(talk)방으로 바꾸었다.

 1999년에도 판부면사무소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데, 20년이 지난 해 7월 판부면장으로 부임하게 됐다. 그런데 20년 전 가구가 아직도 면장실에 배치돼 있어 처음엔 반갑고 정겨웠지만, 노후한데다 크기만 크고 공간만 차지해 효율이 떨어지는데다 시대가 변한 만큼 우리 공무원의 생각도 변해야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가구도 변하지 못한 공직 현실이 투영된 듯 했다. 주민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문제를 풀어갈 한 가지 열쇠와 시발점을 찾은 것 같았다. 그래서 면장실을 주민 누구나 편히 오가며 대화할 수 있는, 이야기가 한 없이 솟아나는 화수분 같은 공간으로 탈바꿈하기로 했고 그 첫발을 '면장수다방'이란 간판을 내거는 것부터 시작했다.

 면장수다방에서 주민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지역발전의 아이디어를 교감할 수 있었고, 그 결과물로 작년 가을 단순한 면민 걷기대회를 '가면걷기대회'로 재탄생시켜 판부만의 '재미'라는 DNA를 심었다. 주민들과 함께 주민 스스로 자비를 들여 타지역 우수사례를 벤치마킹하는 스터디그룹으로 '스터디판부'를 만들고 현장탐방 결과를 정리하여 금대리 또아리굴 관광개발을 추진하는 원주시 관광개발과에 주민 아이디어를 전달하는 등 주민과 공감하고 주민이 참여하는 행정의 길을 열었다.

 작은 것이지만 하나하나 대화를 통해 아이디어를 창출해 내고 결과를 만들어 내게 되자 판부면민에게 내재된 흥과 열정이 발현되었고 이젠 그 분들의 희망과 기대에 발맞추기 위해 더욱 노력을 해야 하는 입장이 되었다.

 '서곡4리 마을수목원 조성' '서곡3리 도매촌 마을둘레길 조성' '금대1리 제방 둘레 꽃길 조성' '사랑의 새마을 닭장' 등의 사업이 면장수다방을 통해 발굴된 아이디어가 실제 사업에 시행된 경우이다.

 판부면의 장기 비전으로는 '금대초교~곰내미교 제방(걷기 및 자전거길) 700m 조성' '판부백운산임도(금대-신촌-서곡 7km) 개설' '서곡리 명품가로길 조성' 등을 원주시 관계 부서와 지역 국회의원에게 건의하여 사업추진을 위한 시동을 걸어 둔 상태이다.

 이 사업들이 진행된다면 시에서 추진하는 관광개발사업과 어우러져 원주시민과 관광객으로부터 더 많은 사랑을 받는 관광마을로 발전될 것을 확신한다.

 한창 덥던 작년 여름에는 혁신도시 근무자들이 셔틀버스를 타기 위해 면사무소 울타리 밖 인도에서 줄을 서서 기다라고 있는 모습을 보고, 아침이지만 그늘 하나 없는 땡볕에서 기다리는 그들을 위해 작지만 무엇인가 배려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그늘을 만들어 주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올해 초 면사무소 주차장을 조금 줄이고 사실상 버려진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 느티나무와 파고라를 심는 등 쉼터와 그늘을 만들어주는 정원공사를 시행했다. 청사를 찾는 주민들은 작지만 예쁜 정원이 있어 좋고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혁신도시 근무자들은 편안한 휴식공간이 될 것이라 믿는다.

 작년부터 원주시에서는 다시 찾고 싶은 청사 만들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보면 면장수다방, 작은정원은 다시 찾고 싶은 청사 만들기 사업의 롤모델이 아닐까? 그리고 면장실이 아닌 수다방은 주민과의 행복한 대화 속에서 지역발전 아이템을 발굴해 내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다.

 판부면행복센터에는 없는 것이 있다. 바로 면장실이다. 면장실이 아닌 면장수다방은 수다(talk)를 연료로 하는 지역발전소. 명명하건데 수다발전소이다.

강지원 원주시 판부면장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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