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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마을 활동가로서의 발돋움

기사승인 2020.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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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니 동네를 인식하는 감각도 바뀌었다. 예전엔 매일 마주하는 똑같은 풍경이 지겹게만 느껴졌는데 지금은 정겨운 느낌이 물씬 들었다

 

 원주시 학성동은 7살 때부터 지금까지 올해로 만 20년째 거주하고 있는 동네다.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다 중앙초등학교 후문 옆 전봇대에 얼굴을 들이박아 앞니가 부서지기도 했고, 학원을 땡땡이치고 친구들과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다가 엄마를 만나 집에 끌려가기도 했던, 동네 곳곳에 웃음을 자아내는 추억이 스며들어있다.

 처음부터 이 동네를 사랑한 건 아니었다. 성공한 삶이라는 건 왠지 높이 솟아오른 건물들 아래 화려한 불빛 속을 거니는 것 같은, 각종 매체와 사람들이 조명하는 서울살이의 환상이 있었기에 '서울이 아닌' 원주는 내게 떠나야 하는 곳에 불과했다.

 그러나 취업을 준비하면서 부딪히는 벽들은 무력함을 느끼게 했고, 진정 내가 행복한 삶은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달리기를 잠시 멈추고 지역문화전문인력양성사업 'G지대프로젝트'의 문을 두드렸다. 조심스레 손잡이를 돌려 열린 문 너머로 바라본 세상은 내가 그동안 알던 것과는 달랐다. 굳이 서울에 가지 않더라도, 취업을 하지 않더라도, 지역에서 재밌는 일을 벌이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지역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니 동네를 인식하는 감각도 바뀌었다. 예전엔 매일 마주하는 똑같은 풍경들이 지겹게만 느껴졌는데 지금은 다시 보는 낯익은 거리와 가게들을 보면 정겨운 느낌이 물씬 들었다. 그래, 이곳이 나의 집이고 나의 동네고 나의 지역이구나…그렇게 원주는 내게 '떠날 곳'이 아니라 '사는 곳'이 되었다.

 본격적으로 동네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건 재작년 하반기 원주시 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주최한 '도시재생 주민역량강화 아카데미'에서 '학성동 주민팀'을 지원하는 일을 할 때였다. 글쎄 팀원 중 한 분은 친구의 아버지, 한 분은 친구의 어머니의 형제라고 하시지 않은가.

 과거의 연을 통해 관계가 연결되고 집을 나서고 돌아오는 길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이웃들이 생기며, 그저 집이 있는 곳 정도로만 여겼던 인식이 우리 동네라는 특별한 소속감으로 전환되는 계기가 되었다.

 아카데미 후반에는 프로젝트를 직접 기획하고 예산을 지원받아 진행해볼 수 있는 실습과정이 있었는데, 문제점을 나열하는 데에만 익숙해있던 주민들은 워크숍을 통해 문제의 해결주체를 분류하고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것을 찾아 대안을 논의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생각의 틀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이에 여러 아이디어가 오갔고 그 결과 시민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현재 모습을 기록하고자 '찰칵찰칵 우리동네 사진전'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주민들은 마을을 위해 기여할 수 있다는 효능감을 느끼며 이후의 활동을 지속하고자 하는 동력을 얻었다. 나는 역량을 발휘해 다른 사람들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도우면서 지역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효능감을 느끼며 활동가를 지속하고자 하는 동력을 얻었다.

 이로써 원주에서 그리는 행복한 삶과 하고 싶은 일에 대한 고민이 새로이 시작되었다. 주민들이 하고 싶은 일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에서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렇다면 활동가란 무엇인가. 지속가능한 활동을 위해 어떻게 지원해야 하는가. 배우고 도전해나가고 싶은 영역이 생겼다. 그렇게 우리 동네에서 주민들과 더불어 행복하게 살기 위한 청년 마을 활동가로서의 발돋움이 시작되었다.

노주비 학성동 희망틔움 간사 wonjutoday@hanmail.net

<저작권자 © 원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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