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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는 인정하고 존중하되 차별은 나에게만

기사승인 2020.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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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정 개념이 특정 성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하지 않은지,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개입되어 있지 않은지 살펴보고 불평등을 없애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

 

 현재의 순간을 매혹적으로 만들라는 말이 있다. 지금 현재 있는 자리에서 일어나는 일을 그대로 조용히 지켜보면서 인생에 대한 과거나 미래에 대한 꿈에서 벗어나 현재 바로 지금 이순간의 살아있는 감각과 느낌, 혹은 생각을 인식해 보는 것이다.

 코로나19 장기화는 경기침체로 이어져 경제적 어려움은 늘어났고, 건강을 위한 운동시간은 줄어들었다. 부쩍 늘어난 체중에 위기감이 느껴져 아침운동으로 5㎞ 걷기운동을 시작했다. 모심기가 끝난 논두렁, 고추밭엔 어느새 파란 고추가 제법 달려있었고 개망초꽃과 국화과의 일종인 노란 금계국이 한들거리며 아침운동을 시작한 나에게 응원을 보내고 있었다.

 매일 지나다니던 길인데 주위의 모든 풍경들이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왔고, 시간에 쫓기며 정신없이 바쁘게 허덕이던 하루가 걷기운동을 하면서 지나간 일을 되새기고 새롭게 시작될 하루를 생각해 보는 여유가 생겼다.

 차별이 없다는 생각은 어쩌면 내가 차별하는 사람이 아니길 바란다는 간절한 희망일 수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야기하면 그렇게 믿고 있는 사람이 차별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전통시장에 장을 보러 나갔을 때 마주친 다른 피부의 이주민을 바라보는 내 시선은 아직도 낯설어 다시 한 번 쳐다보고 있으며, 내가 근무하고 있는 현장에서 손가락이 잘려진 손으로 일을 하고 있는 분을 종종 마주하게 되는데 마주할 때마다 순간적으로 그가 딱하다고 생각했다.

 딱한 사람은 나 자신인데 말이다. 부끄럽게 살지 말자고 눈 부릅뜨고 인권 감수성을 갈고 닦는다 노력했어도 부지불식간에 '우리'와 '그들'을 구분 짓고 있던 나 또한 영락없이 선량한 차별주의자의 얼굴을 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 모두는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한다는 것은 다분히 불가항력적인 정당성을 가진다. 어떤 대가를 치루더라도 인권의 평등은 반드시 지켜져야 하며 이런 평등에 위협을 가하려는 세력에는 강하게 저항해야 한다.

 자부심이란 자신에 대한 즉 실제 자신의 모습에 대한 신뢰의 마음이다. 멍청한 사람이 자신의 멍청함에 대해 자부심을 가질 수는 없다. 어느 누구도 자신이 인간이라는 사실 자체에 자부심을 가질 수 없다.

 요즘 사람들은 평등주의 가치를 너무 깊이 주입받아 자기 자신은 다른 사람보다 나은 사람으로 다른 누구보다 더 많이 배우고 더 아름다우며 더 현명하고 강인하고 더 용기 있고 더 나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아무리 그렇더라도 그런 자질이 있는 것이 정당하다고 치더라도 결코 가난하고 어리석고 무지하고 절제를 모르는 건달과 조금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없으며 무슨 일이 있어도 언제나 자신과 동일한 존재이므로 달리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

 여성의 권리 신장 운동인 페미니즘에서는 '평등'에 대해서도 다양한 입장이 제기되어 왔다. 남성과 여성이 같다는 점에서 기회를 균등하게 주어야 한다는 입장과 남녀의 차이를 반영하여 결과적으로 실질적인 평등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 존재한다.

 이제는 여성이 남성과는 다른, 때로는 갈등하는 이해요구를 가지고 있다고 보면서 여성과 남성의 삶을 비교하고, 여성 특유의 경험을 반영하며, 특정 개념이 특정 성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하지 않은지, 성 역할의 고정관념이 개입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를 검토하는 성인지적 관점으로 여성과 남성이 평등하게 이익을 얻고 불평등을 없애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

 차이는 인정하고 존중하되 차별은 나에게만 적용해야 한다. 어제보다 나은 나를 위한 차별만이 가능하다. 도시재생사업과 여성친화도시로 거듭나고 있는 원주시의 모습이 성인지적 관점으로 바라보고 평등한 세상으로 나아가 보다 멋지게 탄생되는 명품도시 원주를 기대해 본다.

신성숙 원주시여성단체협의회 회장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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