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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천 뽕나무

기사승인 2020.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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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지뜰 쪽 원주천 길 옆 물가에는 뽕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이곳을 조금만 정리해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면 어떨까? 그렇다고 공사를 하자는 것은 아니다

 

 미국 애틀랜타에 여러 번 갔었다. 작은 아버님께서 이민 가 사신 지가 오래되었다. 이곳에 가면 집사람과 나는 맥다니엘 공원에 간다. 처음에는 시내 관광도 해봤고 주변 웬만한 관광지도 많이 다녀봤다. 이제는 낮에 이 공원에 가서 하루종일 있다고 오는 것이 큰 즐거움이 되었다. 집에서 차로 10분 거리의 주택가에 있다.

 공원을 한 바퀴 걷는 데는 2시간 정도 걸린다. 수십 년 된 나무들이 가득하고 산책길은 걷기 편하게 깨끗이 정돈이 잘 되어있다. 길 밖 숲으로는 들어가지 못하게 되어있어 자연이 잘 보전되어 있다. 가을에는 도토리가 많아 청설모나 다람쥐를 자주 볼 수 있고, 우리나라에선 즐겨 사 먹는 나물 종류도 지천으로 깔려있다. 큰 산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다. 햇볕을 마음껏 받고 자유롭게 자라는 나무, 풀들이 부럽기까지 하다. 공기가 맑고 차갑다. 이 공원은 백여 년 전 이곳의 큰 부자가 농장을 시에 기증한 것이라고 한다.

 길가에는 다양한 운동기구들과 벤치가 놓여있어 걷고 운동도 하고 앉아 쉬기에 좋다. 간혹 길에서 멀리 떨어진 큰 나무 아래 그네에 앉아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햄버거를 사 가지고 가서 냇가 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책도 보고 점심 먹는 재미는 잊을 수 없다. 아마 이 맛에 멀리 미국까지 여행 가고 작은 아버님 뵈러 간다는 것은 핑계일지도 모르겠다. 간혹 자전거 타고 순찰하는 경찰관 아저씨도 만난다.

 얼마 전부터 우리나라도 제주 올레길을 시작으로 지역마다 둘레길이 많아지고 있어 다행이다. 하지만 걷는 길을 너무 많이 개발해 자연을 파손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도 된다. 지방에 여행을 가서 걷는 코스 길가 마을에 사는 사람이 부러웠는데 이제는 내가 사는 대안리도 굽이길에 연결되어 있어 자부심도 있고 행복감을 느낀다. 매일 마을 뒷길을 걸으며 자연에 빠진다. 치악산 둘레길도 꽃밭머리길, 구룡길, 수레너미길의 3코스가 있는데 걸어보면 산의 아름다움에 감탄하게 된다. 서울에 산다면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을까.

 나에게는 전부터 가장 아끼는 걷는 코스가 있었다. 원주천이다. 시내 직장에 출근하면서 걷고 퇴근하면서 걷는다, 아침 햇빛이 반짝이는 물가에서 청둥오리들이 뛰어노는 모습 그리고 저녁노을에 비치는 가을 갈대의 모습은 더는 아름다울 것이 없을 극치의 모습을 이룬다. 그리고 그 속에서 삶을 이루고 사는 작은 동식물들이 있어 더욱 아름답다. 원주천을 걷는 것은 나에게 운동과 취미를 넘어 일상과 필수가 되어있다.

 요새 학성동 정지뜰 쪽의 원주천 길옆 물가에는 뽕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둔치에 조경용으로 심어놓은 나무들보다 이 나무들이 더 싱싱하고 잘 자라고 있어 신기하다. 누가 일부러 오디 수확을 위해 심어놓은 것 같이 수많은 뽕나무들이 길가를 채우고 있다. 걸으며 생각해봤다. 이곳을 조금만 정리하여 걷는 사람들이 뽕나무 아래 앉아서 잠시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면 얼마나 좋을까. 뽕나무 아래 앉아서 졸졸 흐르는 원주천을 바라보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즐겁다.

 그렇다고 주변 나무들을 베고 축대벽을 쌓고 바닥을 시멘트로 하고 공사를 하자는 것은 절대 아니다. 친환경 사업을 하자면서 환경을 해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길을 걷다가 뽕나무 아래 걸어 들어갈 수 있고 잠시 앉아 쉴 수만 있으면 좋겠다. 근처에 갈대숲도 있는데 같이 연결되면 더없이 아름다운 원주천이 될 것 같다. 원주천을 사랑하는 한 시민으로서 원주시에 건의드려 본다.

곽병은 갈거리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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