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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호 원사협 이사

기사승인 2020.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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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사활동 매진 43년 "나를 채우는 일"

 43년 간 봉사를 해 온 백영호(75) 원주시사회복지협의회 이사. 40년이 되면 봉사를 하지 않겠다고 스스로 다짐했었는데 소용없었다. 봉사는 이미 자신의 생활이었기 때문에 바꿀 수 없었다. 대한적십자사에서 봉사 1만 시간을 달성하면 기급하는 '대한적십자사 유공봉사원' 문패는 방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수많은 표창패와 감사패 중 하나일 뿐이었다.

 백 이사에게 봉사는 생활이다. 특별한 이유가 없다. 일상생활처럼 하는 것이다. 그동안 횡성군 청일면 무지개적십자 봉사회, 솔잎적십자 봉사회, 소담봉사회, 한국청소년보호연맹 원주지부를 설립했고 구연동화 봉사 10년, 원주시노인종합복지관 사랑의 희망콜 상담 봉사, 보호관찰소 인성 교육 봉사 등 도움이 필요한 곳곳에서 감초 역할을 했다. 봉사를 하지 않는 날은 집에서 불교 경전을 따라 쓰거나 컬러링을 한다. 일흔을 훌쩍 넘긴 나이지만 생기발랄한 모습으로 에너지가 넘치는 백 이사.

 언제부터 봉사를 시작했느냐는 질문에 아버지의 선한 영향력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사업가였던 친정아버지는 가정 형편이 어려운 대학생에게 오랫동안 장학금을 지원했고 콩 한 쪽이라도 이웃과 나눠 먹어야 했다. 자연스럽게 7남매는 누군가를 돕는 것을 보고 자랐다. 아들이 귀했던 시절 딸을 낳아 시댁에서 눈치를 봐야 했던 친정어머니를 안쓰럽게 여긴 아버지가 당시 쌀 2가마니를 주고 지은 이름이 백 이사의 이름이다. 이름 덕분인지 백 이사는 네 명의 누나가 됐다. 친정아버지 사랑을 독차지한 이유 중 하나라며 호탕하게 웃는다.

 중매로 만난 남편이 기저질환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내가 돌봐 줘야겠다'는 생각에 서슴없이 결혼을 결정했던 그녀다. 친정에서 심하게 반대했지만 결국 백 이사는 네 아들의 엄마가 됐다. 결혼 후 당시 횡성군 청일우체국장이었던 남편을 따라 횡성에서 살았는데 청일 독거노인을 돕는 봉사를 시작했다. 그러다 무지개적십자 봉사회를 만들었고 지금도 봉사회는 지역에서 묵묵히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있다. 원주로 나온 후에도 솔잎적십자 봉사회를 설립해 가현동에 있던 국군병원에 가서 군인에게 이발과 생일잔치를 해줬다.

 봉사가 낙이었던 백 이사에게 원주시사회복지협의회(이하 원사협)와의 인연은 어쩌면 당연하였을지도 모른다. "대부분 사람이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을 가졌다. 나 역시 그랬다. 하지만 함께한 사람들의 열정과 봉사 정신은 가능하다는 답을 냈다. 직원 2명으로 시작한 원사협이었다. 25년이 지난 지금은 전국에서 인정하는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대표 사회복지협의회가 됐다."

 원사협이 창립할 때만 해도 재정적으로 어려워 예비군중대가 사용하다 버린 현판 뒤에 단체명을 써서 사용했다. 원주시사회복지대축제 때는 협찬 받기 위해 모든 지인을 총 동원했던 기억이 난다. 후원을 요청하러 갔다가 문전박대 당하기도 했고 그때 인연으로 지금까지 후원하는 고마운 업체도 있다. KBS사거리에서 수해 기금 모금 활동을 할 때는 지나가는 지인에게 후원을 요청했다가 낯뜨거운 말을 듣기도 했다.

 상애원과 성애원을 비롯한 원주의 사회복지시설을 찾아다니며 봉사를 한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보호관찰소에서 20년 동안 아이들에게 인성교육하는 것은 에너지를 받는 시간이었다. 청소년과 이야기하다 보면 삶을 돌이켜 보기도 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봉사뿐 아니라 글도 꽤 잘 쓴다. 글짓기 대회 수상 경력도 있고 편지 쓰기 등으로 KBS 아침마당에 출연하기도 했다. 8명의 손자손녀에게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매달 담임선생님께 편지를 쓴 이야기는 유명한 일화다. 살아가는 이야기도 하고 손자손녀를 만나고 나면 성장한 아이들의 모습을 적기도 했다. 아들이 술에 취해 갑자기 도로에 뛰어든 사람을 치어 경찰서 구치소에 있을 때는 45일간 매일 8장 정도의 편지를 써서 경찰서 모든 직원이 감동하기도 했다.

 백 이사는 "작년에 패혈증으로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삶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봉사는 남을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한 것"이라면서 "봉사하며 만나는 사람들이 내 삶을 더욱 행복하게 해 준다. 정말 고맙다"고 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서연남 시민기자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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