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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서 힙하게 노는 법

기사승인 2020.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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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성정원은 문화기획자로서 첫 프로젝트 매니저 맡아 성장통 겪게 해준 사업…주민들과 소통하며 작업하는 시간

 

 문아리공간5.3 '우리는 늘 놀고 싶다'가 열리고 있는 옛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 입구에 들어서면 '놀이-터'를 주제로 한 야외전시 '학성정원'이 보인다. 이곳은 원주 문화도시 사업에서 마을 주민과 예술가가 함께하는 첫 사업으로써 마을 가게와 청년예술가를 매칭, 마을 가게를 주제로 한 아트워크 작업을 통해 문화적 도시재생 관점의 사업방향과 발전가능성을 모색하고자 기획된 프로젝트다.

 나는 '꿈꾸는학성동희망틔움' 대표로 학성동에서의 마을활동 경험을 기반으로 프로젝트 매니저를 맡았고, 9명의 청년 디자이너/작가(김시연, 박현철, 성동우, 오다솔(다폴), 이수윤, 이인우, 정경영, 정숙영, 한솔미)가 아트워크를 만들었다.

 '우리는 늘 놀고 싶다'고 말하는 문아리공간5.3 주제의 연장선에서 학성정원은 '놀이-터'라는 콘셉트로 학성동의 공간들을 소개한다. 학성동에서 약 20년 간 살면서 바라본 나의 관점에서 동네 주민들의 일상 속 놀이가 향유되는 공간을 리스트업했고, 청년예술가들이 하나씩 맡아 공간을 답사하고 마을 주민들과 인터뷰를 진행하며 자신만의 관점으로 재해석한 9개의 아트워크를 만들어냈다.

 중앙초등학교 학생들의 놀이 공간 '자매문구'를 비롯해 주민들의 생활운동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는 '원주문화방송 방송국 일대', 경력보유여성들의 일터이자 책과 관련한 커뮤니티 공간 '카페 틔움', 삼천리아파트 주민들의 쉼터 '삼천리1차아파트 벤치', 주민들의 단골 맛집 '울타리식당', 주민들의 오랜 쉼터 'CU 원주학성영진점', 광명마을 어르신들의 커뮤니티 공간 '광명경로당', 역전시장 할머님들의 사랑방 '역전식품', 할아버지들의 사랑방 '평창이용원' 등이 학성정원에 담긴 공간들이다.

 학성정원 관람 포인트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관람을 마친 후 각 공간들을 다녀보는 마을트래킹을 하는 것이다. 작가가 바라본 시선과 자신이 느끼는 관점을 비교해보는 것도 좋고, 전시를 보고 왔다며 사장님과 수다를 나누거나, 그곳을 기념할 굿즈(라 쓰고 '소비활동'이라 읽는다)를 구입하는 것도 좋을 테다. 두 번째는 내가 사는 동네의 '놀이-터'를 떠올려보는 것이다. 우리 동네의 찐 로컬리티를 느낄 수 있는 곳은 어디인가, 나는 동네 어디를 주로 돌아다니는가. ○○정원의 기획자가 되어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시라.

 전시는 이달 25일이면 끝이 나지만 중요한 건 이후다. 작품과 미니간판, 캡션 등은 학성정원에서 철수 후 각 공간에 다시 전시될 예정이다. 전시가 끝나면 대부분의 작품이 작가의 작업실로 돌아가고 연출물은 폐기되는 데 반해 전시 이후에도 각 공간에서 생명력을 가질 수 있도록 고민한 결과다. 또한, 예술을 매개로 마을과 청년이 만나 소통한 경험을 통해 청년활동가 및 예술가들에게는 일거리와 창작활동을, 주민들에게는 직간접적 소득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기반이 될 것이다.

 학성정원은 내게 문화기획자로서 첫 프로젝트 매니저를 맡아 성장통을 겪게 해준 사업이기도 하다. 그동안은 청년 활동가라는 타이틀 아래 지원이 필요한 대상으로만 인식되었다면, 이번 프로젝트는 한 명의 기획자로 존중받으며 그만큼의 무게를 짊어지고 일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또한, 마을 활동가로서 주민들과 소통하며 작업할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고, 오며가며 안부와 수다를 나누고, 완성된 아트워크를 보곤 너무 좋아하시는 반응을 보며 이러한 관계와 사업을 좀 더 확장시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년에는 어떤 걸 해볼 수 있을까. 동네에서 힙하게 노는 법을 찾기 위한 상상이 시작되었다.

노주비 꿈꾸는학성동희망 틔움 대표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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