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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남·양기백 부부

기사승인 2020.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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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으로 만들어서 신뢰로 팔아요"

 

 "단 하나의 원칙이 있다. 내 가족이 먹는다는 생각으로 만든다. 돈을 벌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맛있는 반찬을 선물하는 것이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이유다."

 원주에서 즉석 반찬 가게의 원조로 손 꼽히는 중앙시장 중원전통시장 원주즉석반찬 이정남(63)·양기백(67) 대표.

 즉석에서 반찬을 만들어서 판매하는 것은 25년 전만 해도 생소한 일이었다. 만들어진 반찬을 사다 판매하는 곳은 있었지만 그 자리에서 만들어서 파는 곳은 없었다.  이 부부가 반찬 가게를 시작한 것은 군대 장교로 있던 양 대표가 전역하면서다. 평소 음식을 깔끔하고 맛있게 잘 했던 이 대표가 즉석에서 반찬을 만들어 판매하고 싶다고 했다. 집안 가득 나는 반찬 냄새만으로도 군침이 돌던 추억을 떠올렸던 것.

 장교 사모님으로 편안하게 생활하다 시장에서 장사하는 것이 낯설을법도 한데 이 대표는 생각만 해도 설레인다며 신나했다. 마침 중원전통시장에 가게 자리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10여㎡에 가게를 차렸다. 월요일 개업식을 하기로 하고 주말에 임시 개업을 했는데 문을 열자마자 반찬은 바닥을 보였다. 결국 월요일 개업식 때 팔 반찬이 없어 부랴부랴 주변 사람들 도움을 받아 다시 만들었다.

 20여 가지의 반찬 맛을 본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는 건 순식간이었다. 7년 전 좀더 넓은 곳으로 자리를 옮겼고, 조리 하는 과정을 바로 볼 수 있게 통유리를 설치했다. 반찬 조리가 막 끝나자마자 바로 살 수 있다보니 찾는 손님마다 엄마가 해 주는 반찬 싸가는 기분이라며 좋아했다. 25년간 손님들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비결은 세가지다.

 첫 번째는 정성스럽게 만드는 것이고, 두 번째는 최고의 재료다. 든든한 한 끼 식사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푸짐하고 맛있는 반찬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반찬 하나하나에 정성을 담는다. 가능하면 조리했을 때 맛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여주에 가서 도자기를 사 반찬을 담아 놓았다. 도자기에 반찬을 담으면 맛이 오래갈 뿐 아니라 더 맛깔스럽게 보이는 효과가 있다.

 개업할 때 사서 지금까지 사용하는 도자기가 꽤 여러 개 된다. 옮길 때 무거워서 힘들기도 하지만 손님을 생각하면 이보다 더 좋은 용기가 없다고 한다. 좋은 재료를 사용하고 양념을 아끼지 않는 것도 25년간 한결같다. 장을 보는 것은 양 대표의 몫이다. 새벽시장에 가서 원주 농산물을 직접 보고 산다. 세월이 있다보니 이제는 신선한 채소 고르는 것은 전문가다. 아무리 양념을 맛있게 해도 재료가 좋아야 맛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장을 볼 때 돈을 아끼지 않는다.

 마지막 세 번째는 친절이다. 누가 와도 반갑게 인사해 주고 돈을 더 받기 보다는 반찬을 조금이라도 더 주고 밝게 인사한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도 잠시도 쉴 틈 없이 계속 찾아오는 손님 맞이하느라 바쁜 부부다. 명절이 되면 하룻밤을 꼬박 새워야 할 정도다. 코로나19로 인해 외식을 줄이고 집밥을 먹거나 배달 음식을 주문하는 가구가 늘면서 가게는 더 바빠졌다. 택배와 퀵서비스를 하다보니 앉아서 쉴 틈이 전혀 없다.

 우여곡절 없이 성장한 것 같지만 이 부부에게도 어려운 시기는 있었다. 막 담은 간장 게장을 사겠다는 손님이 있어 아직 간이 덜 베었을테니 두었다 먹으라고 이야기했는데 바로 다음날 맛이 없다며 쫒아왔다. 막무가내로 환불은 물론 택시비를 요구했다.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며 속상하지만 돈을 내줬다.

 웬만한 반찬은 어려움 없이 척척 해냈지만 사업 초기 마른반찬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멸치고추장볶음을 하는데 물엿 양을 조절하지 못해 멸치가 덩어리져 난감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 대표는 "시대가 변하면서 반찬도 달라졌다. 몇 년전만 해도 정월대보름이 되면 취나물을 비롯해 보름 나물을 사는 사람이 많았는데 요즘은 거의 없다. 보름 나물을 먹고 자란 세대가 점점 사라지니 찾는 사람도 없어지는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80여 가지 반찬이 모두 맛있지만 그 중 베스트 3를 물었다. 이 부부가 꼽은 것은 해파리냉채, 게장, 꽈리고추볶음이었다. 두부조림은 어릴 적 시골에서 모내기할 때 먹던 맛이라며 어른들이 특히 좋아하는 반찬이다. 맛의 비결은 '내 손과 정성'이라고 말하는 이 대표. 25년간 매주 일요일은 쉬는데 맛집이 있다고 하면 꼭 가서 먹어본다. 조리법을 묻지 않아도 먹어보면 감으로 알 수 있다. 대를 이어 찾아오는 단골도 꽤 많고 입소문이 나면서 서울, 인천에서 직접 사러 오는 손님도 있다.

 이 부부는 "고마운 마음에 그치지 않고 더 맛있게 건강한 반찬을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손님들이 건강해야 나도 오래 장사를 할 수 있다. 지역과 상생하는 기업이고 싶다"고 했다.
 

 

 

서연남 시민기자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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