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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잘 버텨주었다, 청년들이여!

기사승인 2020.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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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대 원주 청년들이 원주시민으로서의 권리 누리도록 원주시의 적극적인 청년정책을…

 

 한 해를 마무리하며, 가장 먼저 심상에 떠오르는 단어는 단연코 '코로나19'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그동안 너무나 익숙한 공간과 사람들을 멀리해야 했고 대신 낯선 소통과 관계, 생활방식에 적응했어야 했다. 폐업, 실직, 죽음…. 사람들이 살아가기 위해 소중하게 지켜온 것들을 단절시키며 올 한 해를 장악해버린 이놈은 참 고약하고도 무서운 대상이다.

 그런데 코로나19를 무서운 대상으로 진단한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코로나19가 사람들에게 미래 전망을 불투명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기대로써 긍정적인 미래, 희망 가능성을 의구(疑懼)하고 회의(懷疑)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나 20, 30대 청년들에게 코로나19는 더 가혹하게 시대적 고통과 미래의 불안감을 높이는 촉매이다. 그동안 이 세대들이 자조(自嘲)하고 비관하듯 쏟아내었던 수저계층론이나 스펙에의 충성, 영원한 미생 운명론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좌절을 경험한다. 사회경제적인 측면에서의 생존 기회상실이나 사회인으로서 형성해야 할 새로운 정체성과 역할 과업이 멈춰진 것 같은 두려움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가계를 돕기 위해 대학 대신 아르바이트와 일용직으로 나가고, 졸업 후 취업이 좌절되거나 임시직, 비정규직에 낮은 임금, 압도되는 노동시간 등 불안하게 시작한 청년들의 사회 첫발은 참 험난하다. 통계청의 「2020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청년층 부가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년층 경제활동참가율은 47%, 고용률 42.2%로 전년도 대비 각각 1.4%씩 하락한 반면 대학 휴학경험 비율은 47.0%로 1,2% 상승했다.

 또한, 대학 재(휴)학 기간 중 직장 체험자 비율 역시 44,3%로 전년 대비 0.7% 높아졌으며, 졸업·중퇴 후 취업 현황은 2019년에 비해 16만8천 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 30대의 설 자리와 그 기회가 점점 좁아지고 작아지고 있는 것이다. 20대 자살률이 최근 몇 년간 조금씩 증가하고 있던 터에, 코로나19 장기화가 이 위기를 촉발하는 기름 역할을 할까 우려된다.

 올해 들어 필자 역시 학생들과 가장 많이 진행한 상담은 휴학과 자퇴에 대한 고민이었다. 부모님 가게를 돕기 위해, 내년 학비를 벌기 위해, 폐업한 아버지 대신 생활비 마련을 위해 휴학과 자퇴를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무엇이 그들의 삶에 우선순위여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은 쉽지 않았다.

 생계를 고민하는 부모님과 부모님에게 더 이상 부담이 되고 싶지 않은, 아직 미숙한 성인 자녀의 현실은 무거웠고, 필자가 지금껏 정의해왔던 희망과 이 세대가 바라는 희망은 전혀 다른 것이었기 때문이다.

 노력하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고, 노력하면 성취할 수 있다는 자기 주도적인 미래전망을 갖고 살았던 우리 부모 세대에게 청년은 스스로, 주체적인 도전의식과 어떠한 개척 행동도 거리낌 없이 시도할 수 있는 시기였다. 그래서 미래는 가능성과 성공의 기회가 잠재된 희망을 의미한다고 믿어왔다.

 그러나 지금 청년 세대에게 희망은 그렇게 손에 잡히지 않는 먼 미래의 가능성과 성공이 아니라 현재 바로 앞에 놓인 과업들이 성취될 수 있는 가의 문제이다. 사회가 지표화한 성공을 위해 경쟁을 하고, 그 경쟁의 소수 우승자를 바라보며 실패감과 좌절감을 겪어온 이 청년들에게 코로나19는 청년 실업률, 미취업률 몇 퍼센트로 진단되는 청년문제에 자신이 보이지도 않을 만큼 작은 소수점으로 포함되어있다는 현실을 확인할 수밖에 없는 위기일 수도 있다.

 그러면 무엇이 이 청년들을 이 불투명한 시기에 자신을 신뢰하고, 희망할 수 있는 미래를 기대하며 단단하게 버티어 나아가게 할 수 있을까? OECD(2020)는 최근 코로나19에 대한 정책대응의 일환으로 '청년과 코로나19: 대응, 회복, 그리고 회복력'을 제시했다. 이 정책대응은 청년들의 정신건강, 고용, 교육에 대한 피해를 확인하고 청년들이 청년문제 해결의 중요한 파트너인 정부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미래 충격에 대비할 수 있는 탄력성을 획득할 수 있도록 이들의 생계확보, 인권보호, 신뢰할 수 있는 정보에 대한 접근과 고용 기회 확대 등을 포괄하는 국가 차원에서의 청년 비전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원주시엔 9만여 명의 20대 청년들이 있다. 이들은 20대이기 때문에 사회적 보호와 관심의 대상에서 벗어나 각자 고군분투하며 코로나19를 버티고 있다. 코로나19가 이들의 미래까지 잠식하지 않아야 한다. 이제라도 청년들이 좋은 일자리와 자립을 연습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그들이 필요한 도움을 요청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원주시민으로서의 권리를 누리도록 원주시의 적극적인 청년정책과 원주시민들의 따뜻한 공감대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청년들이여! 불안하고 두려웠을 올 한 해, 잘 버텨주어 고맙다!

박지영 상지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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