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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철 극단 산야 대표

기사승인 2021.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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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 다하는 날까지 무대 서고 싶어"

   
 

도내 최초 연극단체 산야 창립…55년 강원연극 산증인

김학철(80) 극단 '산야' 대표는 강원도 최초의 민간 연극단체 극단 산야의 창립멤버이자 60여 년간 무대 위를 지키고 있는 강원연극의 산증인이다.

코로나19로 지금은 잠시 주춤하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시대를 풍미한 도내 원로 연극인들과 함께 '옹고집전' '이대감 망할대감' '관객모독' '통일 익스프레스' 등 다수의 작품을 무대에 올리면서 건재함을 과시했다. 칠순을 넘긴 대배우들이 펼치는 혼신의 연기는 후배들에게는 귀감을,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에게는 큰 감동을 안겼다.

외가가 있는 원주에서 태어났지만 은행지점장인 부친을 따라 유·청소년기를 강릉에서 보낸 김 대표가 연극을 처음 접한 것은 경희대에 진학하면서. 내성적인 성격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 같아 1960년 '경희극회'에 입회한 것이 그 시작이다. 그 때는 취미로 시작한 연극을 60년 이상 계속하게 되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대학 졸업과 함께 끊어질 것 같았던 연극과의 인연은 원주로 돌아 온 뒤에도 이어진다. 1964년 영화를 보기위해 시공관을 찾았다가 사무실에 붙은 '앙상블 연극연구회'라는 간판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서슴없이 들어선 사무실 내에서 김 대표는 무위당 장일순 선생의 친동생으로 원주 연극의 시발점이자 산파역할을 한 고 장상순(1937~1994) 선생과 첫 대면을 하게 된다.

서라벌예대를 졸업하고 신상옥 감독이 이끄는 신상옥프로덕션에서 조감독 생활을 했던 장 선생은 당시 건강문제로 원주에 머물면서 연극에 관심 있는 지역 청소년들에게 분장과 발성 등 연극의 기초를 가르치고 있을 때였다.

김 대표는 "연극을 계속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선생 옆에서 보조역할로 참여하며 교육을 돕고 65년에는 연극 춘향전을 만들어 원주와 횡성을 돌며 공연했었다"고 당시를 회상한다.

'춘향전'은 큰 사랑을 받았다. 배우들을 보기 위해 분장실까지 찾아오는 관객들도 많았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그해 김 대표가 군에 입대하고 함께 활동하던 동료들도 직장을 구해 흩어지면서 '앙상블 연극연구회'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만다.

원주에서 연극이 다시 꽃을 피운 것은 김 대표가 군에서 제대한 1967년이다. 김 대표는 장상순 선생을 비롯해 이장환(대성고 국어교사), 김윤경(원주문화원 사무국장), 이재익(신아일보 기자), 서영하(사업) 씨 등 지금은 모두 고인이 된 지인들과 함께 강원도 최초의 민간 연극단체 '산야극회'를 창단한다. 내년이면 창립 55주년이 되는 극단 산야의 출발점이다.

극단 산야는 68년 2월 지금의 중앙로 제일약국 맞은편에 있었던 서울다방에서 창립공연으로 선보인 이근삼 원작 '거룩한 직업'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100여 회가 넘는 공연을 무대에 올렸다. 그 과정에서 김 대표는 연기자이면서 연출가이자 제작자로 무대 위를 누볐다. 1인 3역, 1인 4역 이상을 도맡으면서도 연극을 한다는 것만으로 행복했던 시절이다.

김 대표는 "지금도 그렇지만 춥고 배고팠던 시절 지역 예술문화의 첨병이라는 사명으로, 연극 불모지에 한 그루의 나무를 심는 마음으로 뛰었다"고 회고한다.

김 대표가 연극을 위해 쏟은 열정은 극단 산야의 역사이자 그대로 강원연극의 역사가 됐다. 김 대표는 "극단 산야를 만들면서 동료들과 평생 원주에서 연극을 하자고 약속했었다"며 "사명감까지는 아니지만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어 먼저 간 동료들에게 체면은 세울 수 있을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그런 불같은 열정이 무대 위에서만 발휘된 것은 아니다. 2009년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원주연극협회장을 다시 맡아 원주 연극계의 숙원인 전국연극제 유치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2011년 원주에서 열린 전국연극제는 지금까지도 가장 성공한 대회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6년 원주시민대상, 2007년 강원도문화상, 2009년 강원예술상, 2016년 동곡상 등 향토 예술인이 받을 수 있는 모든 영예를 품에 안은 그이지만 무대를 향한 열망은 여전하다.

"'인생은 연극'이라는 세익스피어의 말처럼 연극 같은 인생을 살다 무대 위에서 눈을 감는 것이 소망"이라는 그는 "67년 극단 산야 창립 당시 품었던 초심을 잃지 않고 건강이 허락하는 동안 무대 위에서 현역으로 뛰고 싶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연극은 물론, 문화예술계 저변이 쑥대밭이 됐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한 김 대표는 후배들을 위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위기는 항상 극복의 대상으로 이 위기를 넘기면 반드시 좋은 세상이 온다"고 밝힌 김 대표는 "후배들이 이럴 때일수록 소홀히 보내지 않고 스스로를 갈고 연마해 새로운 시대 각광받는 예술인으로 당당하게 서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민호 기자 hana0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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