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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자산

기사승인 2021.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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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동조합을 운영하면서 사람 때문에, 코로나 때문에 고난과 역경으로 불행했던 시간은 누가 진짜 친구인지 가짜 친구인지 알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계획해야 하는 연말연시. 며칠 전 내린 함박눈이 이제는 동악의 잔설이 되어 한 폭의 수묵화를 그려낸다. 예년보다 올해 추위가 더욱 매섭게 느껴지는 것은 지난해를 관통한 코로나19의 여파 때문이리라. 하지만, 북풍한설 추위가 언제 그랬냐는 듯 몇 달 후면 다시 신록이 우거질 것이다. 그때는 이 지긋지긋한 감염병도 우리 곁에서 사라지길 기원한다.

 계절이 그렇듯 인생사도 그런 것 같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길도 있고, 따스한 봄날이 있으면 모두 얼어 죽을 것만 같은 겨울도 존재한다. 우리네 삶도 현재와는 다른, 분명 다음 순서가 기다리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2020년은 모월에게 최고의 해였다. '2020년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에서 당당히 1등 상인 대통령상을 받은 것이다. 우리술 품평회는 2010년부터 시작돼 지난해로 11번째를 맞았다. 우리술의 품질향상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매년 우수 제품을 선정해 시상하는 최고 권위의 국가공인 주류 품평회이다.

 국산농산물 사용비율, 술 품질인증 취득실적 등의 서류평가와 전문가 관능평가로 각 부문 3개 제품(대상, 최우수상, 우수상)이 본선에 진출한다. 부문별 1위 제품 중 품질의 체계적 관리, 지속 가능성에 대한 현장평가 등을 거쳐 대통령상이 결정된다. 협동조합 모월에서는 원주지역의 쌀 '토토미'만을 첨가물 없이 술을 빚고 있다. 우리 술이 우리 지역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

 모월양조장은 판부면에 있다. 관설초등학교에서 신촌천을 따라 약 1km 정도 들어가면 신촌댐 공사 현장 아래 새로 지은 하얀 집이 보인다. 여기가 바로 협동조합모월이 운영하는 모월양조장이다. 지금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다. 모월은 2014년 우리나라 전통술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시작한 협동조합이다.

 초창기엔 협동조합이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사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의견충돌이 빈번했던 것. 조합비를 내지 않는 조합원도 많았다. 잘 안되면 발을 빼고, 잘되면 슬쩍 묻어갈 생각인 듯해 보였다. 사람에게 지치고 상처받았지만 지금까지 협동조합을 이어오고 있다.

 그 비결은 곁에서 늘 용기가 되어 주는 친구 덕분이다. 협동조합이 어려울 때 그 친구들에게 도움을 청했고, 그들은 흔쾌히 자금을 마련해 주었다. 협동조합을 재정비할 수 있도록 힘이 되어 주었다.

 친구들은 "원호야. 이 돈이 없어도 되는 돈이어서가 아니라 너를 믿기 때문에 주는 거야. 망해도 상관은 없는데, 망하지 마!"라고 응원해 주었다. 친구들에게 눈물이 나도록 고마웠다.
'사람들이 나에 관해 뭐라 평가해도, 사업의 미래가 아무리 불투명해도 내 편이 있었구나' 하는 믿음은 나를 다잡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협동조합 때문이었을까? 친구들과의 사이는 더욱 돈독 해졌다.

 지금은 시간이 허락할 때마다 함께 모여 병을 세척하고 라벨을 붙이고, 운동도 하고 식사와 술자리도 한다. 이처럼 모월은 아무런 허물없이 만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으로 거듭났다.

 학창 시절엔 으레, 유난히 사이가 좋아서 꼭 붙어 다니는 무리가 있었다. 그런 사이가 몇 년 지속되니 삼국지 도원결의쯤은 우습게 볼 정도로 친한 사이로 발전했다. "야, 우리 나중에 커서도 흩어지지 말고 꼭 같은 동네에 살자. 만일 결혼하게 되면 가족끼리도 다 친하게 지내고… 누가 아냐? 우리 자식들끼리 결혼도 하게 될지." "그래. 그럴 바엔 아예 같은 아파트 한 동에 모여 사는 게 좋겠다." "야, 그게 뭐냐? 아예 한 군데에 각자 집을 짓고 터널로 지하를 연결하자!" "오오 그래! 그거 굿 아이디어다!" 이랬던 친구들이다.

 이 친구들과 학창시절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 내고 있다. 어렵던 시절 당당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 친구들과 함께 닥쳐올 미래의 큰 파도도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조합을 운영하면서 사람 때문에, 코로나 때문에 고난과 역경으로 불행했던 시간은 누가 진짜 친구인지 가짜 친구인지 알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재산은 어렵고 힘든 순간 손을 잡아주는 친구가 아닐까.

김원호 협동조합 모월 대표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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