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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경기 우리문화 대표

기사승인 2021.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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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건축은 삶의 문화를 담는 그릇"

 

 "전통건축은 삶을 담아내는 그릇이다. 문화재는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삶을 반영하고 있다. 그것으로써 가치가 있는 것이다."

 백경기(52) 우리 문화 대표가 전통건축과 함께한 세월은 26년. 건축학을 전공한 그가 졸업할 즈음 관심 두게 된 것은 전통건축이었다. 대부분 건축학과를 졸업하면 시공사나 설계사무실로 취업했지만 백 대표는 조상들의 삶의 지혜를 느낄 수 있는 전통건축이 좋았다.

 하지만 취업할 곳이 마땅치 않았다. 일자리를 알아보다 건축사협회에 전통건축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편지를 썼다. 전통건축이 왜 하고 싶은지 절실한 마음을 편지지에 빼곡하게 채웠다. 진심이 통했는지 건축사협회에서 경주에 있는 회사에 소개했고 연락이 왔다. 경복궁 복원사업을 진행하는 회사였다. 정부가 1990년부터 일제 잔재 청산 차원에서 조선총독부 건물을 헐어낸 뒤 일제에 의해 철거됐거나 훼손된 전각의 원형을 복구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었는데 이 사업을 하는 업체 중 하나였다.

 "대표적인 조선 시대의 왕궁인 경복궁 복원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설렜다. 왕궁은 정말 정교함 그 자체였다. 경복궁을 보면 웅장하고 화려한 건물 외관에 놀라지만 기단 하나하나를 제대로 보니 더 놀라웠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재밌고 신났지만, 주변에서는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는 건축사 일을 하지 않느냐는 말도 꽤 들었다. 백 대표가 월급 60만 원을 받던 때 시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친구들은 두 배를 받았을 정도로 급여가 적었기 때문. 하지만 시대의 삶과 문화를 담는 전통건축에 대한 멋을 등질만큼의 매력을 느끼진 못했다. 문화재수리기술자 자격증을 따면서 전문성도 갖춘 백 대표는 서울과 춘천 업체에서 일하다 2011년에는 독립했다. 직원 공모에서 정한 회사 이름은 '우리 문화'다. 건축과 보수를 하지만 문화를 담는다는 가장 큰 가치를 내 건 것이다.

 원주에도 백 대표가 보수하거나 지은 건축물이 꽤 있다. 구룡사 식당 건물은 큰 은행나무 뒤에 너무 높게 있다 보니 사람들에게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백 대표가 내린 결론은 건물의 1.2m 정도를 잘라내고 지붕을 낮췄다. 대웅전 보수도 백 대표의 손을 거쳤고 보문사 대웅전, 상원사 대웅전 주변 석축, 반곡역사, 흥양리 마애불좌상, 국형사, 원주향교, 백담사, 월정사 등의 보수 공사, 주변 정비 공사 등을 했다. 2013년에는 서울 진관사 역사관 건축으로 서울특별시 건축상 우수상을 수상했으며, 2014년에는 강원도 문화재 보존관리에 대한 봉사 활동을 인정 받아 표창장을 받았다.

 문화재 수리를 할 때 가장 어려운 곳은 현재 사람이 사는 문화재다. 안동하회마을처럼 거주하는 사람이 있으면 최대한 생활의 편리성을 고려해 보수해야 한다. 현재와 과거가 호흡할 수 있게 해야 하는 데 생각만큼 만만치 않다.

 작년부터는 문화재청이 비지정 역사문화자원 현황 파악을 위해 실시하고 있는 역사문화자원 전수 조사를 하고 있다. 지상에 노출돼 훼손·멸실 우려가 큰 비지정 건조물과 역사유적이 대상이다. 650여 개 정도를 모두 찾아가 역사, 문화, 사회적 정보까지 데이터베이스화하는 것이다.

 백 대표는 "원주는 문화재 흔적이 정말 많은데 6.25 전쟁으로 많이 훼손됐다. 정확한 위치가 없는 것이 많아 해당 지역 이장님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문화재청에 정리돼 있는 것만 650여 개인데 그 이상이 될 것 같다"며 "원주가 역사문화의 도시라는 것을 새삼 다시 깨닫고 있다"고 했다.

 올해 5월까지 진행되는 이번 조사 사업이 완료되면 원주의 특색 있는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백 대표의 바람이다.
 

서연남 시민기자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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