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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일이 뭐라고

기사승인 2021.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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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가는 매일 불확실성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오늘의 노동이 내일의 끼니를 담보하지 않는 구조 속에서 소설가는 그럼에도 계속 씁니다.

 

 작가들은 어디서 작업을 할까요. 보통은 집에서 합니다. 집이 가장 가깝고 편하기도 하지만 딱히 갈 데가 없어서이기도 합니다. 집은 생활의 공간이지요. 그곳에서 작업을 하다보면 경계가 자주 흐트러집니다. 정말 독하게 마음먹지 않으면 공간에 잠식당해요. 저는 소설 쓰는 사람이어서 노트북 하나만 가방에 넣으면 어디서도 작업을 할 수 있죠. 카페도 자주 가는 편인데 한계가 있습니다.

 직장인이 되고 싶지 않아서 예술가가 되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출퇴근자가 부러웠습니다. 일정한 시간이 되면 집을 나갔다가 밖에서 일을 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일상을 살아보고 싶은 겁니다. 아홉시가 되면 옷을 차려입고 노트북을 들고 방으로 출근했다가 다시 퇴근하는 놀이도 해봤지만 이게 잘 안됩니다.

 배가 고프면 주방에 갔고 먹다보니 설거지가 나와요. 거실 바닥에는 떨어진 머리카락과 먼지가 보이고요. 거주지와 작업소의 분리는 참 골치 아픈 과제입니다.

 그러던 차에 원주시립중앙도서관의 상주작가가 되었습니다. '작가의 방' 명패까지 달린 어엿한 작업실이 생겼습니다. 소망했던 대로 집을 나오게 된 겁니다. 매일 아침 갈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요.

 장소는 힘을 실어줍니다. 버지니아 울프는 소설을 쓰기 위해서 자기만의 방과 돈이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요 딱 그대로 됐습니다. 글을 쓰면서 월급을 받게 된 겁니다. 모든 작가들의 로망이 저에게 일어난 것이죠. (7개월간의 비정규 계약직이기는 합니다만.) 판데믹으로 모든 것이 불안정한 시기에 소설가는 아이러니하게도 직업을 갖게 됩니다.

 소설가는 매일 불확실성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오늘의 노동이 내일의 끼니를 담보하지 않는 구조 속에서 소설가는 그럼에도 계속 씁니다. 쓰는 일 따위가 무엇이라고.

 쓰는 것은 외로운 일이고 세상에 인정받지 못하는 일입니다. 그럼에도 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제가 그렇고 또 누군가 있을 테지요. 원주 어딘가 숨어있을 동지들을 만나보고 싶었습니다. 상주작가로서 첫 번째 벌인 일이 바로 원주시민 소설가 발굴 프로젝트입니다. 제목도 거창하게 <작가가 되어 볼 텐가 꼭 인세 받는 작가는 아니더라도> 였지요. 매주 지치지도 않고 열정적으로 마감을 하는 시민소설가들을 보며 왜 쓰는가에 대한 질문은 답을 저절로 얻게 됩니다. 

 우리는 재미로 씁니다. 우리는 살려고 씁니다. 우리는 그렇게 태어났으므로 씁니다. 쓰면서 우리는 세상의 비밀을 캐내고 삶에 질문을 던집니다. 어쩌면 가장 쓸모없는 일처럼 보이는 쓰는 일이 우리를 살게 하고 춤추게 합니다. 판데믹의 세상에서 우리는 즐거움을 버리거나 지연시켰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냈고 여기 와 있습니다. 글쓰기가 우리 삶에 버티고 있는 한 우리는 더욱 잘 지낼 것입니다. 부디 건강하시기를.

손서은 2020년 원주시립중앙도서관 상주작가 wonjutoday@hanmail.net

<저작권자 © 원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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