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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를 아우르는 놀이터, 아카데미 극장

기사승인 2021.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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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통의 시대의식과 경험을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 존재하는 것은 가치 있는 것이다. 아카데미 극장은 현재의 세대, 그리고 다음 세대를 위해 보존해야 한다.

 

 아카데미 극장 보존사업의 일환으로 활동에 처음 참여한 것은 2017년, 단편영화 <꿈의 공장>을 제작하면서부터다.

 그때만 하더라도 아카데미 극장에 출입이 쉽지 않았는데. 2020년 진행된 '안녕, 아카데미' 행사를 준비하면서 참여해 그 공간을 둘러보고 돌아다니던 시간은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작년 아카데미 극장 안에서 지내던 시간은 앞으로를 상상하고 이 공간이 어떻게 변화할지 기대감에 부푼 시간이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보낸 기대와는 달리 그 바람은 당장 이루어지지 못했다. 많은 시민의 마음을 담아 공간을 쓸고 닦고 행사를 준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무엇이 모자랐는지, 결과를 원망하는 마음도 든다.

 개인적인 의미에 있어서 아카데미 극장은 나에게 영화를 알려준 곳이고, 영화 일을 시작하게 만든 곳이고 '극장 덕후'로 만든 범인이다. 우스갯소리이지만 아카데미 극장은 나를 책임져야 한다. 그러면서도 나 역시 아카데미 극장에 대한 조그마한 책임을 느끼고 있다.

 더 넓게 생각해보면 영화는 접근하기에 가장 낮은 문턱을 가진 예술 장르로 오랫동안 우리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렇기에 영화가 상영되는 공간인 '극장'은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접근하기 가장 쉬운 장소로 자리매김해 왔다. 이곳은 영화가 상영되는 곳이자 만남이 시작되는 약속장소이기도 하였다. 그렇게 원주시민들에게 아카데미 극장은 공통의 추억으로 자리매김했다.

 '안녕, 아카데미' 행사 이후 정말로 재미있는 후기를 들었다. 아카데미 극장이 오랜만에 문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아카데미 극장에 경험이 전무한 내 또래 친구가 어머니에게 얘기했는데, 그곳에서 아빠와 데이트를 하던 곳이라는 것을 듣고 행사 때 함께 방문해 부모님의 데이트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앞선 이야기처럼 우리 세대에서 아카데미 극장을 기억하는 친구들은 생소하겠지만, 이 공간을 통해 윗세대의 추억과 이야기를 듣고 그 감정과 향수를 공유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재미있었다.

 '안녕 아카데미' 행사기간 동안에도 다양한 연령층이 방문하였다. 누군가는 극장에 왔었던 과거의 추억을 떠올렸을 것이며, 누군가는 경험해 보지 못한 그 시간을 상상했을 것이다. 지역사회의 시민들이 하나의 공간을 통해 지난 경험을 추억하고, 앞으로의 미래를 상상하기도 한다.

 그러한 공통의 시대의식과 경험을 향유할 수 있다는 공간이 존재한다는 것은 가치 있는 것이다. 유형의 존재로, 체험적 공간으로 남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자산이다. 우리는 무형의 추억과 경험을 유형의 가치로 후대에 물려줄 수 있는 가능성이 남아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는 모두에게 한 가지 이야기 하고 싶다. 바란다고 해서, 그 모든 것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그 모든 마음들이 모여 행동으로 발현되고 응원과 지지가 있어야 이루어진다. 마음속으로 간직하고만 있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간절히 원하는 것이 있으면 함께 움직여야 한다. 그리고 가치 있는 것은 존재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현재의 세대 그리고 다음 세대를 위해 보존해야 한다.

 우리의 다음 세대 사람들이 무엇을 보고 느끼고 자랄지 선택권을 넓혀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카데미 극장만큼은 유형의 존재로 남아있길 바라며, 이 공간을 원주시민들과 함께 지켜냈으면 한다.

고승현 고씨네(Go-Cine)대표 wonjutoday@hanmail.net

<저작권자 © 원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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