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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에 이름을 새겨 주세요"

기사승인 2021.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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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카데미극장 보존 '100인 100석 프로젝트'

   
▲ 원주에 마지막 남은 단관극장인 아카데미극장을 보존하기 위한 시민 모금운동이 시작됐다. 사진은 지난해 여름 아카데미극장에서 열린 '안녕 아카데미(Hello Academy)'.

자발적 시민모금운동…시민·단체·기관 동참
3월부터는 소규모 금액까지 모금활동 확대


일본 요코하마 바닷가에 면한 허름한 창고형 건물 안에서는 연중 다양한 전시회가 열린다. 원래 해운회사 니폰유센(日本郵船) 소속 NYK 라인의 창고였던 이곳의 정식 명칭은 '뱅크아트 스튜디오 NYK'이다. 흉물로 변해있던 창고는 2005년 전시장 및 작가들을 위한 9개의 스튜디오로 개조된 뒤 2008년 대규모 미술축제인 요코하마 트리엔날레를 주관하면서 세계 미술계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이 공간의 성공비결 중 하나로 꼽히는 것 중 하나가 홀을 채울 의자를 모으기 위해 시민들로부터 쓰지 않는 의자를 기증받아 등받이에 기증자의 이름을 새겨 넣은 '의자 프로젝트'다. 자신의 이름이 적힌 의자를 갖게 된 시민들이 다시 이 공간을 찾았고, 인근 나가사키와 하쿠다테 등 다른 도시로까지 확산 전파될 만큼 인기를 끌었다.

국내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수원시 문화운동시민협의회가 2002년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수원 월드컵 축구장 건설기금 모금을 위해 추진한 '1인 1의자 갖기 운동'이다. 1계좌당 10만 원씩 2만1천 계좌, 39억2천700여만 원의 성금이 모금됐다.

이 운동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자발적인 시민운동'이란 호평을 받았다. 월드컵 개최 이후 관리부실과 관주도란 비판도 있었지만 참여한 시민들은 지금까지도 '내가 건설자금을 기부해 만든 월드컵경기장'이라는 자긍심을 갖고 있다.

원주에서도 결을 같이하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이 시작됐다. 원주시가 아카데미극장 매입을 포함해 진행 중이던 문화재청 공모사업에 탈락하면서 유일하게 남아 있던 아카데미극장이 사라질지 모를 위기에 처하자 시민들이 직접 나선 것이다.

뜻있는 시민들이 모여 '원주 아카데미극장 보존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원주영상미디어센터, 원주시창의문화도시지원센터, 문화도시 원주, 사회적협동조합 모두가 힘을 합쳤다. 이들은 '아카데미 구하기' 첫 번째 행동으로 지난 15일부터 시민 모금운동 '100인 100석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오는 28일까지 100만 원 단위로 기부를 받아 100석의 아카데미극장 좌석에 기부자 명판을 부착할 예정이다. 개인, 소모임, 단체, 기업 등 상관없이 참여할 수 있다. 모금액 전액은 아카데미극장 매입비로 사용되며, 매입 불가 시 기부금은 전액 환불된다.

지난 15일에는 첫 기부 단체가 탄생했다. 원주에서 지역을 소재로 콘텐츠를 만드는 제작사 '낭만사'다. 박승환·김지홍 대표는 "아카데미극장 보존의 가치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중요해지겠다는 생각이 들어 기부를 결심했다"며 "아카데미극장이 보존된다면 문화단체들이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은 물론, 풍물시장, 버스 정류장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는 오픈된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3월에는 두 번째 기부프로젝트가 더욱 확대된 모금운동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다양한 금액으로 모금운동에 참여할 수 있고, 아카데미극장 굿즈도 리워드로 지급된다. 원주영상미디어센터 변해원 센터장은 "모금운동만으로 아카데미극장 매입비와 리모델링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면서 "하지만 지역의 정체성과 문화유산을 지켜내고자 하는 시민들의 염원과 의지가 모아지면 우리가 상상했던 이상의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 아카데미 기부 참여를 위한 QR 코드.

'원주 아카데미극장 보존을 위한 시민 모금운동'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안녕 아카데미' 블로그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해당 페이지 링크를 통해 구글폼에서 참여 신청서를 작성한 후 계좌이체(농협 317-0020-8655-41)하면 참여할 수 있다. 온라인을 통한 기부가 어려운 경우 전화로 문의하면 된다.

한편 원주 아카데미극장 보존추진위원회는 오늘(22일) 오후4시 아카데미극장 옆 옛 세한전기 2층에서 발족식을 갖고 본격적인 보존 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문의: 070-7711-8227(원주영상미디어센터)

김민호 기자 hana016@hanmail.net

<저작권자 © 원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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