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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윤천 만낭포감자떡 대표

기사승인 2021.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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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 대표 먹거리 "정직과 정성 담아"

 

 욕심을 낼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서 정성을 쏟았다. 사람이 먹는 음식이 곧 삶의 질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송윤천(59) 만낭포 감자떡 대표는 감자떡 하나하나에 마음을 담았다.

 송 대표가 감자떡을 만들기 시작한지 올해로 꼭 20년째다. 부산 사나이가 지정면 남자로 산 지 20년째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다 작은 사업을 시작할 무렵 IMF가 터졌다. 대안을 마련해야 했다. 그때 생각했던 것이 일본 여행을 하면서 지역마다 있던 특산품으로 만든 음식이었다. 어느 지역을 가든 지역의 특산물로 만든 먹을거리를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아내와 고민하다 원주에서 감자떡 사업을 해 보자고 했다. 

 문막이 고향인 아내 덕분에 원주를 자주 오갔는데 특화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중에 조선 시대 백과사전인 '오주연문장전산고'에 감자가 원주에서 중점 재배됐다는 기록이 남아있다는 사실을 알고 잘 선택했다고 생각했다. 장인·장모님이 원주에 있었고 장모님의 손맛을 믿고 시작했다. 3개월간 재래시장을 돌아다니며 시장 조사를 하고 문을 열었다. 처음 시작은 작은 컨테이너였다. 만낭포 주유소를 운영하던 친척이 편리를 봐줘 옆에 자리를 마련할 수 있었다.

 상호를 고민하다 두레박 감자떡으로 하려 했는데 상표등록이 이미 돼 있었다. 고민하다 지명이 지역의 특성을 반영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막읍에 만낭개라는 마을에 섬강 나루가 있어 만낭포라고 했다는 유래를 듣고 '만낭포 감자떡' 상표등록을 했다. 낯선 지명에 사람들이 처음에는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금세 입소문이 났다.

 사람들이 왜 시내가 아니고 외곽지역이냐고 많이 물었다. 송 대표가 중점을 둔 것은 관광객이었다. 그때는 한솔오크밸리와 간현관광지를 가기 위해서는 꼭 지나야 하는 길목이었다. 오가는 길에 사람들은 감자떡을 샀고 한번 맛본 사람들은 다시 주문했다. 개업 초기 서울 중견기업 대표가 감자떡 맛을 보고 매월 5박스를 사서 아침으로 먹었는데 아직도 단골이다.

 일을 시작하니 하나부터 열까지 챙길 것이 너무 많았다. 포장을 위한 아이스박스를 사야 하는데 양이 적어 배달해 주지 않아 일일이 찾아다녀야 했다. 차를 끌고 여기저기 다녔던 고단함이 지금은 추억이 됐다. 택배 판매를 시작하며 포장 기준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 고심 끝에 1.7kg으로 정했는데 송 대표가 시작한 이후 관내 대부분 가게에서 1.7kg 포장 박스를 한다.

 떡을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간 맞추기와 익반죽이다. 소금과 설탕을 적당히 넣어야 한다. 짜지도 달지도 않은 적당한 맛을 찾는 것이 중요하고 뜨거운 물로 반죽하는 익반죽을 계절에 따라 물의 온도를 다르게 하기가 쉽지 않았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매뉴얼을 만들었다. 지금까지 같은 맛을 유지하는 비결이기도 하다.

 2005년경부터 5년간은 전국 방송에 나오면서 전화를 못 받을 정도로 주문이 쇄도했었다. 대기업과 홈쇼핑에서 계약하자는 연락도 이어졌다. 서울 모든 지하철역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업체인 D 회사에서도 연락이 왔었다. 전 매장에서 만낭포 감자떡을 판매하고 싶다는 제안이었다. 납품을 위해서는 시설을 새로 갖춰야 하는데 만만치 않은 예산이 투입돼야 했다.

 "지속가능한 사업일 수 있겠냐는 고민을 했다. 언제라도 계약이 해지될 수 있는 상황에서 무리하는 건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다. 우리가 시설비를 투자하는 건 부담될 수밖에 없어 D사에 시설비를 투자하라고 역제안했다. 결국, 안 되긴 했는데 오히려 우리에겐 잘된 일이다."

 이외에도 많은 제안이 들어왔지만 모두 거절했다. 송 대표의 경영 철학 중 하나는 '지속가능성'이다. 같은 맛을 오래도록 유지할 수 없다면 만낭포 감자떡을 만들 이유가 없기 때문. 돈도 먹고살 만큼만 벌면 된다는 생각이다. 일과 삶의 적당한 균형을 유지하면서 사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라고 믿는 송 대표다.

 명절이 되면 항상 떡이 부족해 판매 못 하는 경우도 많다. 고객들은 왜 많이 만들어 놓지 않느냐며 항의하지만, 하루 동안 만들 수 있는 양이 정해져있고 오래도록 냉동한 것을 판매하면 맛이 없어 욕심내지 않는다. 일이 아무리 많아도 직원들에게 야근을 시키지 않는다.

 승승장구한 것 같지만 송 대표에게도 힘든 일은 있었다. 15년 전 감자전분에 회색 색소가 들어가서 전국적으로 전쟁을 치른 적이 있는데 그때 송 대표도 타격이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꾸준히 노력하며 잘 이겨냈다. 흑삼·호박 감자떡을 비롯해 곤드레감자, 감자만두 등 13개 정도의 메뉴로 고객을 만나고 있다.

 "힘들었지만 잘 이겨냈다. 소비자와의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나만이 아닌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는 송 대표는 오늘도 가게를 찾는 손님을 환한 웃음으로 맞는다. 

서연남 시민기자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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