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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홀도 문화콘텐츠다

기사승인 2021.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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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예술활동도 좋고, 남다른 여행지를 만드는 구상도 해야 되지만, 그보다도 방문객들이 원주에 첫 발을 내딛을 때 어떤 일상의 즐거움을 줄 것인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요즘에는 많은 사람들이 콘텐츠라는 말을 흔하게 쓸 정도로 대화 속에 등장한다. 20년 전만해도 관심이 없었지만, 지금은 산업으로 육성하자고 여기저기서 제안하는 모습이 모두에게 쉽게 발견된다.

 하지만, 여전히 문화콘텐츠라고 하면 사람들은 BTS와 같은 대중음악인이나 봉준호 감독이 만들어 세계인의 주목을 끈 영화작품이 연상될 것이다. 물론 지방자치단체의 많은 도시들이 문화도시로 지정 받기 위해 문화나 예술, 그리고 콘텐츠에 관심을 두면서 일상 속의 문화 활동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니 똑같이 문화콘텐츠를 말하더라도 일상의 문화와 엔터테인먼트 분야라는 두 영역이 존재한다고도 볼 수 있다.

 필자가 스페인을 몇 해 전 방문했을 때 산업의 관점으로만 봤었던 문화콘텐츠를 일상에서 발견하고는 크게 감동을 받은 기억이 있다. 우선 차도와 인도를 걸을 때 두 가지의 문화콘텐츠가 금방 눈에 들어왔다.

 일반적으로 차도의 맨홀 뚜껑은 운전자에게는 안정감을 떨어뜨리는 안 좋은 설치물이다. 하지만, 스페인의 맨홀 뚜껑을 보면 어떤 유명한 영주의 문장처럼 그림이 담겨 있다. 그 지역의 상징물을 새겨 넣어 지나가는 행인들의 마음을 푸근하게 한다.

 그 맨홀 뚜껑은 지역마다 다르다. 지역고유의 문화콘텐츠 역할을 하는 것이다. 흔히 맨홀은 더러운 것을 막는 것으로 좋은 이미지는 아니지만, 문화로 상식을 깨뜨린 것이 스페인의 맨홀이었다.

 거리에 놓인 쓰레기통 역시 문화콘텐츠가 되었다. 커다란 쓰레기통이 멋진 사물함이 되었는지 분홍색과 초록색을 입혀 둘로 쓰레기를 구분하게 한 것도 좋은 발상이다. 외양의 디자인과 쓰레기를 넣는 구멍 역시도 예쁘게 만들어졌다. 쓰레기통 옆에서 사진을 찍은 여행객은 나밖에 없었을 것이다. 보도는 사람이 많이 걸어 다니기 때문에 쉽게 더러워질 수 있는 공간이다. 스페인의 보도는 우리나라와 너무 다르다. 각 거리마다 보도블럭의 패턴이 다르고 그것도 매우 미적인 감각이 들어가 있다.

 스페인 사람들은 왜 우리와 이렇게 다를까? 하는 궁금증과 마음이 불편해졌다. 이 보도블럭들이 배치될 때 기술자와 예술인이 동행했을까? 아니면 원래부터 기술자들이 그렇게 훈련받은 것일까? 하는 것이 내내 궁금해졌다. 공원을 가면 보도블럭의 패턴은 더 예술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어쩌면 맨 처음 이런 보도블럭을 누군가 이렇게 만들자고 했을 때, "왜 이런 곳에 쓸데없는 돈을 쓰느냐"라고 핀잔을 듣지는 않았을까? 좁은 골목의 보도는 흔히 강가에서 발견할 수 있는 버려진 돌들로 어여쁜 예술품이 되었다. 스페인의 전통춤인 플라멩고에도 감동을 받았지만, 그보다는 이러한 일상의 사소한 것들이 내게는 멋지고 즐거운 대상이 된다.

 원주시는 다른 도시보다 먼저 법정 문화도시가 되었다. 그만큼 할 일도 많고, 자부심도 생겼다. 멋진 여행지와 여행상품도 그려지고, 화려한 문화의 거리도 만들어야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을 보면 여전히 정리되지 않은 장소와 설치물들이 많고 이런 것들은 외지인과 방문객들에게 첫 인상이 될 것이다.

 문화예술활동도 좋고, 남다른 여행지를 만드는 구상도 해야 되지만, 그보다도 방문객들이 고속버스나 고속철도에서 내려 첫 발을 원주에 내딛을 때 어떤 일상의 즐거움을 줄 것인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도보와 맨홀, 쓰레기통, 가까운 카페 건물의 조형, 조그만 상점의 간판과 상품의 배치 등등이 문화콘텐츠이고 이들이 외지 방문객들을 가장 먼저 만나는 지점이다.

 원주는 타 도시보다 젊은층이 많은 곳이다. 젊은 감각으로 남다른 창의력으로 문화도시 원주를 빛낼 이들의 역할이 많이 기대되는 곳이다.

구문모 한라대학교 광고영상미디어학과 교수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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