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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푸드 직매장, 시민들이 지켜야 하는 이유

기사승인 2021.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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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시민은 식품 수요자이고, 곧 그 소비의 최종 결정권자…앞으로 지역식품 문제는 '보이지 않은 손'이 아니라 '동네 소비자들의 손'이 결정…빨리 순수 소비자들로 구성된 로컬 푸드 서포터즈 만들어야

 

 "로컬 푸드 직매장 공사로 인해 불편을 드린 점 양해 바랍니다." 작년 말에 제가 사는 흥업리 남원주농협 마트에 걸린 현수막 내용입니다. 불편이라니요, 제가 이 마트를 11년째 이용하고 있는데, 오히려 이런 직매장이 없어서 불편했거든요. 여기는 도농복합도시의 농촌지역에 있는 지역농협 하나로 마트입니다.

 그런데 대기업 마트나 식자재마트, 생협 매장과는 무엇이 다른가, 농축산물의 가격과 품질은 또 어떤가, 우리 동네 조합원들이 생산한 농산물은 어디로 가고 멀리서 다른 지역농산물이 와서 넓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가.

 로컬 푸드(Local Food)는 1980년대 중반 우루과이라운드 협정으로 인한 글로벌 푸드(수입 농산물)에 대한 대안으로 시작된 소비자 운동입니다. 외국에서 더 먼저 시작했지요. 우리 원주에서도 2005년 전후로 본격적으로 다시 이야기되기 시작하였지요. 한살림생협이 1985년에 원주에서 처음 시작할 때 도농직거래운동을 했는데, 그게 지금 말하는 로컬 푸드 운동 원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왜 시민들이 로컬 푸드 직매장을 지켜 주어야 할까요?

 첫째, 모든 시민은 식품 수요자이고 곧 그 소비의 최종 결정권자이기 때문입니다. 소비의 대상자가 아니라 소비의 주체입니다. 회사원도 자기 일터에서 일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면 모두가 소비자가 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는 농민도 농식품 소비자입니다. 로컬 푸드, 푸드 플랜, 식량산업육성계획 등의 최종 수혜자 또는 최종 피해자는 시민들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국민소득과 같은 여러 가지 경제지표들은 선진국 평균치와 비슷합니다. 그런데 식량안보의 대표적 지표인 곡물자급률 만큼은 21.7%로 단연 최하위 국가입니다. 그나마 쌀 자급률이 92%이고 콩이 약 40% 정도이므로, 이를 제외하면 3% 수준에 불과합니다. 우리와 비슷한 소득수준을 가진 나라들은 평균 100.5%에 달하죠. 호주는 260% 정도이고요. 한편 보조지표인 식량자급률은 45%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도농복합도시인 원주시의 식량자급률은 얼마나 될까요? 아마도 50% 미만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니까 원주시의 곡물자급률(쌀, 밀, 보리, 콩, 감자 등 사람과 가축이 먹는 것 포함)은 우리나라 평균치보다는 조금 높겠지만 25%를 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친환경농산물 로컬 푸드 소비율은 또 얼마나 될까요? 아마 높이 잡아도 5% 전후일 것으로 추산합니다. 중앙물류 방식 때문이지요. 일반농산물의 경우는 이 비율을 추산하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게 무슨 뜻일까요? 우리들의 주식은 아직 쌀입니다. 연간 국민 1인당 평균 쌀 소비량은 60kg 정도이고, 밀은 32kg 정도입니다. 지금 젊은 층으로 갈수록 밀이 주식으로 바뀌어 가는데도 그 자급률은 0.7%에 불과합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6대 식량수입국이면서도 농경지는 계속 감소 추세에 있습니다.

 원주시 농업총생산액은 전체의 1%미만이며, 농가인구는 전체의 5% 정도이고, 농경지 비율은 10% 미만입니다. 그래서 도농복합 소비도시입니다. 그럼 앞으로 원주시민들의 먹거리 문제를 누가 책임질 수 있을까요. 농민, 원주시, 원주시 식품계획(food plan) 수립 업무를 대행하게 될 용역업체일까요?

 최근 시장경제 상황을 이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수요는 그 자체의 공급을 창조한다." 다시 말해, 앞으로 지역식품 문제는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아니라 '동네 소비자들의 손'이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소비자가 왕이라서가 아닙니다. 소비자가 소비의 최종 주체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농식품 시장에서도 기존의 매장 판매와 온라인 유통의 경계가 없어졌습니다. 머지않은 시기에 '인공지능(AI) 가사도우미'가 대신 주인의 생각을 대신해서 시장을 봐주는 시대가 될 것입니다. 빨리 우리 흥업리 주변 마을의 순수 소비자들로 구성된 로컬 푸드 서포터즈(소비촉진지원모임)를 만들어야 하겠습니다.

  이것이 우리 사는 지역을 지키는 것이 식량안보의 출발지입니다. 다품종 소량생산을 하는 가족농의 작부체계를 지켜 줘야 이 매장이 지속가능합니다. 로컬 푸드는 소비운동이 본질이지 사업이 아닙니다. 농협은 금융사업에서 번 돈을 여기에 재투자해야 합니다. 이것이 농협의 사회적 가치 책임경영입니다.

 둘째, 지역식량자급 문제는 시민의 생명과 생존의 최후 보루이기 때문입니다. 기후위기에서 연유된 최근의 코로나19 사태를 보십시오, 기후위기의 최대 피해자가 농업이 될 것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신자유주의적 국제교역의 불확실성 신호를 봐 왔지 않습니까? 식량안보란 유사시 최소 3개월 정도의 기간에 우리가 먹을 것을 국내에서 조달할 역량이 있는가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앞에서 말한 21.7%의 곡물자급률로 그게 가능할까요?

 로컬 푸드 운동이 초기에는 단작화된 농업생산 구조와 중앙물류의 대안으로 등장했습니다. 그러다가 '농장에서 식탁까지'의 거리를 줄이는 것이 온실가스 감축에 도움이 된다는 친환경적 단계로 발전했습니다. 이제는 생명 문제의 단계로 진입했습니다. '흙이 건강이고 생명이다.'고 유명한 유기농업 학자는 말했습니다. 로컬 푸드가 단순한 물리적 거리가 아니라 심리적·윤리적·공동체적 거리로 이해해야 할 시대입니다.

 저는 지금도 작년 코로나-19 초기에 마스크 2장을 사기 위해 남원주농협 하나로 마트 앞에서 제 딸과 함께 긴 줄을 섰던 촌극을 생생히 기억합니다. 마스크는 공장에서 대량으로 찍어내면 되지만 농산물은 그렇게 하지 못합니다. 내 딸, 내 딸의 아이들이 살게 될 세상에서는 혹시라도 식량을 배급받기 위해 또 남원주농협 마트 앞에서 줄을 서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제 곧 로컬 푸드 직매장에서 우리 지역에서 생산된 안전한 농림축산물을 적정한 가격에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원주시 식품 계획은 여기서 가능성을 찾아보기 바랍니다. 새봄이 기다려집니다.

최덕천 상지대 교양학부 부교수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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