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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 더불어 사는 길

기사승인 2021.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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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사회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형태의 인권문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외교적 관행과 내정문제라는 명분 뒤에 숨었던 우리 정부도 국제인권 문제에 좀 더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교통, 통신, 과학기술의 발달로 세계는 더욱 가까워졌다. 교역량이 증가하고 인적교류도 크게 증가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2020년 5월 기준 국내 상주 15세 이상 외국인은 132만 명에 달한다. 15세 이상 귀화허가자는 5만 명에 육박한다. 외국인 경제활동인구는 91만 명이며, 경제활동 참가율은 69%에 이른다. 이미 세계가 우리 곁에 존재한다.

 강원도에 거주하는 외국인 주민은 2017년 기준 약 3만1천 명이다. 이중 원주시는 6천200여 명으로 가장 많은 이들이 거주하고 있다. 원주시에 거주하는 이주노동자와 결혼이민자는 각각 1천200여 명과 682명으로 도내에서 가장 많다.

 한국의 다문화 정책의 꾸준한 전개로 이주민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있음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들을 막연히 도와주어야 하는 대상 또는 불쌍한 이들로 여기는 시선도 여전히 존재한다. 다문화 정책의 이면에는 이들이 언어문화 정체성을 버리기를 강요하는 동화정책의 요소가 자리 잡고 있다.

 한편으로 한국 사회는 자체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이들에 의지하고 있다. 농촌을 비롯한 이른바 '3D' 업종에서 이주노동자는 이제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되었다. 그러나 다수 이주민은 열악한 노동환경, 취약한 주거환경, 임금 체불과 학대에 노출되기 쉽다. 이른바 '불법체류자'가 될 경우는 더욱 큰 위협에 직면한다. 일상적인 당국의 단속에 대한 두려움 속에 부당한 대우에도 권리를 주장하기 어렵다. 자연스럽게 이주노동자는 일상적인 재해의 위험과 인권침해의 위험에 노출된다.

 최근 이주민의 열악한 주거환경이 논란이 되고 있다.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영하 20도의 날씨에 동사한 캄보디아 출신 속헹 씨의 죽음은 참담한 현실의 단면이다. 단지 속헹 씨만이 아닐 것이다. 많은 이주노동자가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주노동자가 사업주의 허락 없이 직장을 옮길 수 없도록 규정한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사업장 변경 신청을 초과할 경우 이들은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전락한다. 새 고용주가 행정절차를 지연할 경우 자연적으로 이들은 미등록 체류자가 된다.

 이주노동자를 값싼 노동력으로만 보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이다. 이제 이주민의 인권 보호를 위한 관심과 실천을 모색할 때이다. 민주노총 원주지역지부는 외국인 노동자 기숙 시설에 대한 전면조사를 촉구하며 고용노동부 원주지청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본지 3월 1일 자 보도). 이주노동자와 이주민의 문제는 이들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주민이 당면한 문제는 그들의 부족함 때문이 아니라 한국사회의 어두운 부분에서 누군가를 대신해서 있기 때문이다. 단지 이주민이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지 못하는 공동체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들은 다름 아닌 우리의 또 다른 어두운 자화상이기도 하다.

 이제는 세계와 더불어 사는 길을 모색할 때이다. 세계시민으로서의 지구적 윤리를 회복하는 것이 필요하다. 경제 규모 10위권 이내 수준의 국가 위상에 걸맞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책임과 역할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국제사회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형태의 인권문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외교적 관행과 내정문제라는 명분 뒤에 숨었던 우리 정부도 국제인권의 문제에 좀 더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현재 미얀마 사례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쿠데타로 집권한 군부에 항거하는 미얀마 시민들이 군경의 총에 쓰러지고 있다. 현재까지 최소 18명이 숨지고 30명이 부상했다고 한다. 실제 피해자 수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앞으로 유혈사태가 더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국제사회는 군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한편, 미얀마 시민의 저항에 지지와 연대를 표시하고 있다. 한국의 민주화가 국제사회의 지지에 힘입은 바 크듯이 우리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미얀마 사태에 눈을 감아서는 안 된다.

 사람, 평화, 공동번영을 가치로 내건 신남방정책의 추진으로 동남아시아는 우리에게 아세안이라는 이름으로 더욱 가까이 다가왔다. 동남아시아는 매력적으로 포장된 시장으로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하는 존엄성을 가진 파트너이다. 국내에서 벌어지는 이주노동자의 인권침해와 미얀마에서 자행되는 유혈사태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별개의 사건이 아니다.

김형종 연세대(원주)국제관계학과 교수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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