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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 30년 지역연구의 필요성

기사승인 2021.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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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자치 30년이 지나도 원주의 지역사회 연구는 전무…그렇다보니 각각의 동상이몽으로 '원주'와 '원주성' '원주다움'을 이야기 했던 것은 아닌지

 

 지난 2월 원주에서 한국지방자치학회 동계 학술대회가 개최됐다. 지방자치 30년을 맞아 지방자치법이 전면 개정된 이후 마련된 첫 학술대회였기에 더욱 의미있는 자리였다. 뜻밖에 '지방자치 30년 성과와 과제: 주민주권과 자치분권의 실현'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중요한 학술대회에서 '원주지역의 지방자치와 지역연구의 필요성'에 대한 발제를 맡게 됐다. 발표 자료를 준비하며 능력에 맞지 않는 역할을 맡았다는 후회가 컸으나 준비하는 과정에 느낀 점이 여럿 있었다.

 원주지역의 지방자치에 대한 자료를 찾다 보니 원주시 30여 년간 행정체계의 변화와 공무원 수 그리고 재정 규모와 기능의 변화, 조례 제·개정 현황, 주민 참여 및 각종 위원회 참여 변화 등을 일목요연하게 확인할 수 있는 통계 자료가 거의 없었다. 원주시 홈페이지에는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돼 있는 예산서만 해도 2008년도 이후 것만 게시돼 있고, 기본적인 통계인 인구현황도 2001년도 것부터 게시돼 있어 30년간 재정변화나 인구변화를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원주시의 정보 데이터가 이러니 시민의 대의기관이라 할 수 있는 원주시의회의 정보는 거론할 여지도 없었다. 원주시나 원주시의회의 현재의 현황과 횡적인 정보 공개는 다양하고 꼼꼼하게 정리가 돼 있지만 종적인 변화과정을 파악하기엔 축적된 과거의 데이터들을 찾기 어려웠다.

 현재 정보공개의 특성상 알려야 할 정보는 많으나 정보량이 지나치게 많을 경우 정작 필요한 정보를 탐색하기 어려운 점이 있으니 꼭 필요한 정보를 우선해서 보여줄 수 밖에 없기에 오래된 자료나 데이터들은 별도로 확인하고 참고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원주시의 행정, 재정, 지방자치 등과 관련한 연구자료라도 있으면 그걸 참고하면 되는데 학술자료를 모아 놓은 사이트에도 원주 지역에 대한 연구 자료는 겨우 손에 꼽을 정도로 전문가들의 지역사회에 대한 연구도 거의 부재하다는 사실에 놀랐다.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여러 지역에서 지역에 대한 조사와 연구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졌었다. 지방자치제가 중앙과 서울 중심의 획일적인 정책에서 벗어나 지역의 특성과 지역주민의 이해와 요구를 반영해 지역적 특성에 맞는 정책과 계획을 수립해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 시키자는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점에서 가장 기초적인 정책 발굴의 토대가 되는 것이 바로 지역에 대한 조사와 연구이다. 이런 조사와 연구를 통해 지역만의 특수성과 고유성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적 차원에서 발견하고 발전시켜나가는 과제를 갖는다 할 수 있다.

 그런데 원주엔 지방자치 30년이 지나도록 원주의 지역사회 연구는 거의 전무해, 고유성이나 정체성에 대한 허약한 기초와 토대 위에 단체장이 바뀔 때 마다 단체장의 성향에 따라 정책이 좌지우지 되고, 사업의 필요에 의해 거꾸로 정체성을 만들어 내야 하는 일이 발생하거나 각각의 동상이몽으로 장님이 코끼리 만지기 하듯 '원주'와 '원주성' '원주다움'을 이야기 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반성이 들었다.

 그나마 발표를 준비하며 구세주 같은 자료를 만난 건 책장 한 구석에 처박혀 있던 '평론원주'라는 계간지였다. '평론원주'가 창간된 게 1998년이니 1991년도의 원주를 확인할 수 있는 통계는 부재했으나 창간호에 실린 기획특집 중 원주지역사회 분석 글을 통해 1995년~1996년도 원주시 인구와 재정규모 등을 파악할 수 있었다.

 '평론원주' 발행이 중단된 지가 오래전이고 내가 가지고 있는 책자도 몇 권 되질 않아 몇 호까지 나왔는지, 중단된 원인이 뭔지 알 수는 없으나 적어도 '평론원주'는 전국에 몇 안 되는 지역지였고 소중한 자산이었다. 당시 평론 원주의 편집위원장이었던 신병식 교수의 발간사를 보면 "지방화, 민주화 시대를 맞아 지역사회를 올바로 알고, 올바로 보기란 그 사랑과 열의만큼 쉽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이 책은 원주를 올바로 알고, 올바로 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서로 알고 보는 바를 확인·교환하고 이를 공유하여 원주에 대한 앎과 사랑을 더욱 풍성히 하기 위한 '공론(公論)의 장(場)'을 마련해 보자는 뜻에서 출발" 했다고 하였다. 뜻을 같이 하는 여러 사람들이 뜻을 모아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만들어냈던 '평론원주'가 오늘날까지 있었더라면 원주의 지역사회가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 

 '평론원주'는 원주지역사회의 정치, 경제, 사회, 역사, 문화, 예술 등을 폭넓게 다루는 종합적인 교양지를 지양하며, 평론적 성격의 글로는 지역의 중심적 이슈를 다양하고 종합적인 시각에서 다루는 기획특집과 지역의 주요 문제를 짚어보는 평론들을 실었다.

 창간호 기획특집으로는 '시민사회운동'을 주제로 다뤘고, 지방자치 선거에 있는 해에는 지방선거를 기획특집으로 다루기도 하고 지역사회의 다양한 의제를 비판적 시각에서 다루기도 하고 정책 제언을 하기도 했던 걸로 기억한다.

 이제 원주에 공공기관에서 제공하는 행정정보나 용역비 주고 생산된 연구자료나 지역언론에서 내 놓은 단편적인 기사 외에는 원주의 정치, 경제, 사회, 역사, 문화, 예술 등을 다른 시각에서 깊이 있게 바라보고 더 나은 정책적 대안들을 비판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주체와 수단과 매체가 있는가 주변을 돌아보게 된다. 지방자치 30년을 맞아 새로운 백년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라 더욱 '평론원주'와 같은 지역지가 그립다.

 

용정순 (전)원주시의원 wonjutoday@hanmail.net

<저작권자 © 원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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