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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음악교육 헌신...김현정 라이프코칭 센터장

기사승인 2021.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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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년째 장애인복지관 베아레 오케스트라 지도

   
 

"장애인이 음악을 배우는 것에 대해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악기 연주는 4세 정도의 지능과 손가락 사용에 무리가 없다면 누구나 시작할 수 있어요. 장애 아동들은 악기 합주를 통해 성취를 이루고 함께 소통하는 사회성을 기를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더욱 필요한 여가 활동인거죠."

올해로 28년 째 음악인의 길을 걷고 있는 김현정 라이프코칭 센터장은 장애 아동들이 음악을 배우기 힘들었던 불모지 원주에서 장애인의 음악 교육에 매진하고 있다. 장애아동 부모는 물론, 복지시설에서도 장애인이 음악을 하는 것에 대해 확신하지 못할 때 김 센터장은 흔쾌히 연주의 가능성을 말한다. 그녀는 음악은 거창한 것이 아닌 새로운 언어를 배우듯 소리를 내는 것과 같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모부의 영향으로 어릴 적 바이올린을 시작한 김 센터장은 1990년대 초 음대에 입학하며 레슨을 시작했다. 당시에는 강원도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사람이 손에 꼽을 정도로 음악하는 사람이 적었기에 다방면으로 활동하며 탄탄대로를 달렸다. 우연한 기회에 원주에 자리를 잡게 된 그녀는 원주시청소년수련관의 학생 오케스트라 창단을 제의받는다.

교회에서 꾸준히 음악 활동을 한 김 센터장은 평소에도 합주에 관심이 많았다. 그 경험을 살려 학생들로 이루어진 소노래 오케스트라를 창단하고 초창기 지휘자로 시작했던 인연을 레슨 선생님으로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이를 시작으로 지역 곳곳에서 소규모 앙상블이나 오케스트라를 구성하거나 직접 활동하면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적성에 맞다는 걸 깨달았다.

당시 장애 아동이나 저소득 청소년을 대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음악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바우처 사업이 진행됐는데 이때 사업에 참여하면서 처음으로 장애 아동을 가르치게 됐다. 하지만 비장애 아동과 달리 장애 아동을 가르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김 센터장은 "장애 아동을 이해하기 위해 긴 기다림이 필요했다"며 "나조차도 확신하지 못한 채 아이들을 가르쳤는데 꾸준한 시간을 들여 향상되는 모습을 보면서 좀 더 잘 가르치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지난 2015년 음악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라이프코칭센터를 열고 사회복지 공부를 시작했다. 그동안 가르쳤던 장애 아동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회복지 공부를 병행하자 장애 아동을 이해하기 훨씬 수월해졌다. 그녀는 장애 아동에게 기교를 가르치기에 앞서 음악에 대해 마음을 열 수 있는 시간을 가진다. 낯선 선생님과 낯선 악기, 낯선 공간에 익숙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과정이다. 차츰 적응이 되면 바이올린을 잡고 현을 켜는 방법을 가르친다. 

장애 아동 부모들이 특히나 그녀에게 배우길 선호하는 이유는 비장애인과 차별을 두지 않고 똑같은 노력을 쏟도록 가르치기 때문이다. 대강 악기 소리를 낼 줄 아는 수준이 되면 무대에 올라  연주하고 박수받는 정도로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 김 센터장은 "나 역시 큰 아이가 어릴 때 많이 아팠기 때문에 아픈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이 때문에 사회에서 덜 노력해도 박수 받는,  특별대우를 바라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하기에 장애 아동들에게도 꼼꼼하고 제대로 가르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지난 2019년부터 원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장애인 청소년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베아레 오케스트라를 맡게 됐다. 4명의 단원으로 단촐한 구성이었던 이들은 김 센터장과 함께 6개월의 연습을 거쳐 그 해 원주시의회를 비롯한 지역사회 곳곳에  공연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올해는 오케스트라 단원을 12명까지 보강했다. 8명의 단원을 선발하는 오디션에 20명이 넘는 지원자가 모일 정도로 장애 아동 사이에서 음악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음악을 배우는 장애 아동은 연주를 통해 성취감을 얻고, 합주를 연습하면서 사회성을 키우는 변화를 겪는다. 심한 폭력성으로 학교를 포기했던 한 제자는 그녀와 함께 바이올린을 배우면서 폭력적인 감정을 잠재우고 음악으로 타인과 소통하는 법을 배웠다. 지금은 오케스트라에 참여하면서 바리스타로 일할 정도로 사회생활에 적응하면서 눈에 띄는 변화를 보여줬다.

김 센터장은 "음악을 배우려는 장애 아동의 수요는 늘어나지만 원주에서는 아직까지 장애 아동이 자유롭게 음악을 배울 수 있는 여건이 부족하다"며 "앞으로도 더 많은 장애 아동이 음악을 통해 치유받고 소통할 수 있도록 저변 확대에 힘쓰고 싶다"고 말했다.

 

박수희 기자 nmpry@naver.com

<저작권자 © 원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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