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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독의 힘

기사승인 2021.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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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낭독의 방법은 상대의 목소리를 통해서 책의 내용을 천천히 조금씩 음미…나를 찾아가는 수양방법이라면 너무 과한 표현일까?

 

 웅기 씨(가명)는 더듬거리며 느리게 읽고, 희찬 씨(가명)는 아, 버, 지, 단어 하나하나 읽는다. 웅기 씨는 오래 전에 공사장에서 머리를 다치고 말도 더듬고 책을 빨리 읽지 못하게 되었다. 희찬 씨는 지적장애가 있어 이곳에 와서 한글을 배운 지 몇 년 되지 않았다.

 아직 단어를 이어서 읽지 못한다. 구일 씨(가명)는 그래도 읽기가 나은 편이지만 유치원생 수준도 되지 못한다. 그래서 마을 분들이 성경 읽기가 끝나고 나면 대단하다고 하며 기특해하고 잘했다고 격려를 해준다. 웅기 씨, 희찬 씨, 구일 씨는 이곳의 30명 지적장애인 중에 책을 읽을 수 있어 성경 읽기에 선택된 자랑스러운 식구들이다.

 마을 명자 씨(가명)는 시각장애가 있지만, 책을 얼굴에 닿을 정도로 가까이 대고 읽는다. 눈이 어두워 다니는 것도 간신히 다니는데 책을 볼 수 있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다. 그리고 마을 분들도 연세가 70, 80이 넘고 학교는 잘 다니지 못하신 분들이 대부분이어서 책 읽는데 틀리기도 하고 느리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책을 읽으며 틀리는 것이나 더듬거리며 읽는 것은 부끄럽거나 문제가 되지 않는다. 글을 전혀 모르는 분들도 계시는데, 이분들도 같이 참석하여 듣기만 한다. 공소에서 주일예절을 마치고 둘러앉아 성경 읽기를 한다.

 지적장애인 시설인 갈거리사랑촌 안에 있는 천주교 술미공소에서 9년 전 시작한 성경 읽기 얘기이다. 7년 조금 넘어 성경의 구약과 신약을 한 번 다 읽었다. 매일 읽어서 1년 걸리는 원동성당의 통독 계획표대로 1주일에 한 번씩 읽으니 7년이 넘었다. 읽기를 마치는 날 시설의 식구들과 마을 신자분들이 모두 서로 축하하고 즐거워했다.

 다른 사람이 읽는 것을 듣고 보는 것이 내가 혼자 보는 것과 차이가 있는 것을 알았다. 더 울림이 있다는 것이다. 혼자서 보는 것보다 보면서 말하고 듣는 것이 2배, 3배의 효과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읽는 사람의 목소리가 주님의 목소리 같았다. 읽는 사람이 아나운서같이 매끈하게 잘 읽는 것보다 투박하게 더듬거리며 천천히 읽는 것이 더 정감 있고, 더 빠져든다.

 읽는 사람이 누가 읽던 감동을 주는 데는 관계가 없었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같이 읽으면서 주고받고 마음의 교감도 있고, 모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 가까운 이웃이 되고, 더 배우는 학우가 되는 느낌이다. 보통 독서모임에서는 정해진 분량을 미리 집에서 읽어와서 느낌, 독후감을 토론하는 방식이다.

 많은 책을 읽을 수 있고 지식이 깊어지는 방법이지만 모두 참여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낭독의 방법은 상대의 목소리를 통해서 책의 내용을 천천히 조금씩 음미해보는 방법이 된다. 느림과 작음과 참여의 독서방법이다. 바쁘게 많은 것만 찾아가는 현대인의 삶에서 소리 내고 들으며 나를 찾아가는 수양방법이라면 너무 과한 표현일까.

 이런 낭독의 힘을 체험하고 긍정적 효과를 나누고 싶어서 중천철학도서관에서 책읽기 모임을 4년 전에 시작했다. 중천 김충열 교수님의 저서를 읽는다. 「유가윤리강의」, 「노장철학강의」, 「노자강의」를 읽었고 지금은 「중용대학강의」를 읽고 있다.
그리고 무위당기념관에서도 책읽기 모임도 있다. 역시 4년 전에 시작했고 무위당 장일순 선생님과 관련된 저서를 읽는다. 「나락 한 알 속의 우주」, 「너를 보고 나는 부끄러웠네」, 「노자 이야기」 그리고 지금 「한살림 선언」을 읽고 있다.

곽병은 갈거리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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