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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자발성과 원주시 교통행정의 아쉬움

기사승인 2021.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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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으로 실시간 버스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이유로 정작 시민들이 이용하는 현장인 버스 정류장에 교통정보를 제공하는 게 불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일까?

 

 최근 원주시는 인구가 늘고 혁신도시, 기업도시의 개발로 도시가 팽창하고 있다. 또한 만종역, 서원주역 개설 및 원주역 이전 등으로 교통체계의 변화를 겪고 있다. 이에 신규 버스 노선들이 생기고 기존의 노선들에도 변화가 생겼다. 이렇게 변화한 교통정보를 일반 시민들은 어떻게 접하고 변화를 받아들이고 있을까?

 젊은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교통정보 상황이나 버스의 이동 노선을 파악하여 좀 더 수월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스마트폰의 사용이 익숙지 않은 시민들도 다수 있다. 오늘은 필자가 직접 경험한 사례를 소개하면서 좀 더 친절한(?) 원주시 교통행정에 대한 소박한 기대를 적어보고자 한다. 

 필자는 집에서 직장으로, 또 직장에서 집으로 오고 가는 길에 주로 걷거나 시내버스를 이용하여 이동한다. 일상적인 이동에 자가용은 거의 사용하지 않고 택시도 급한 경우에만 이용한다. 원주시 관내를 이동할 때 가장 많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은 바로 시내버스이다.

 그러다 보니, 원주 시내버스의 번호만 보아도 버스의 이동 경로를 어느 정도는 알 수 있는 눈치가 생겼다. 31, 34번은 흥업면 연세대학교 방향, 51, 55번은 문막, 부론 방향, 21, 24번은 신림 방향, 2번 2-1번은 횡성 방향 등등. 몇 번 대의 번호판을 달고 있는가에 따라 그 버스의 운행지역을 가늠할 수 있는 것이다.

 필자가 자주 지나는 길목인 중앙동 주변 버스 정류장에는 작은 전단이 붙어 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주로 개인적인 사업 홍보나 젊은 세대의 동아리 홍보물 등이 부착이 된다. 버스를 기다리면서 그런 홍보물을 보고 이런 아이디어도 있고 모임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자연스레 하곤 한다.

 어느 날엔가 그런 홍보물들 틈에 좀 특이한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아주 오래전부터 그곳에 자리한 듯한 홍보물인데 매번 모양과 크기를 달리하면서 부착이 되어 있다. 바로, 행구동(황골, 원주공고 등) 방향의 버스 번호와 시간이 빼곡하게 적혀 있는, 친절한 버스 시간 안내표이다.

 올해 80세가 넘으신 어르신이 사비를 내어 직접 만들어 부착한다고 설명이 되어 있다. 비에 젖을세라 코팅까지 해서 붙인 손길에 정성이 묻어있다. 그 어르신은 자신이 태어난 마을에 대한 애정으로 몇 년째 자발적 봉사를 하고 계신 듯했다.

 보통 사람 같으면 '스마트폰으로 원주시교통정보센터에 들어가면 버스 노선을 알 수 있을 것인데, 굳이 저렇게까지 하나?'하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친절한 버스 시간 안내표를 직접 만들어 부착하시는 어르신의 뜻이 막연하게나마 이해가 가고 공감이 되었다. 버스를 자주 이용하는 시민인 나로서도 최근 원주시 시내버스 노선이 급격히 확대되고 자주 변경되는 데에 불편함이 느껴지고 좀 더 친절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를 볼 때면 새로운 노선의 시내버스들이 어디 방향으로 어떻게 운행되는지도 궁금하고 어떻게 버스 번호가 매겨졌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버스 노선의 변화에 대한 안내를 버스 안에 게시하거나 모니터에 띄운다거나 정류장에 전체 노선에 대해 안내를 해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었는데, 행구동 버스 노선을 안내하는 어르신의 노력은 필자의 스쳐 지나가는 생각을 시민 개인의 노력으로 한 것이다. 원주시 행정보다도 먼저….

 사실, 원주 시내버스 정류장에는 버스 노선 안내가 발 빠르게 부착이 되지 않는다. 원주시의 버스 노선 개편 노력의 결과 버스 노선이 다양화되고 새로운 버스 번호가 생겼지만 정작 이 버스들의 경로는 어떠한지를 버스 정류장에서는 잘 알 수가 없다. 인터넷으로 실시간 버스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이유로 정작 시민들이 버스를 이용하는 현장인 버스 정류장에 교통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불필요하다고 할 수 있을까?

 공간에 대한 지각 능력은 온라인으로 접하는 것과 실제 발 딛고 동서남북을 가름하면서 파악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 온라인에서의 안내와는 별개로 현장에서 쉽게 이해하고 접할 수 있는 안내는 필수적이다. 어르신의 친절한 버스 시간 안내표를 보면서 현재 원주시의 대중교통행정은 현장 지원에 소홀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행구동 어르신의 자발적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기에 이런 현상이 생겨나는 것은 아닐까? 인구가 늘고 도시가 팽창하는 만큼 시민의 관점에서 대중교통 체계의 꼼꼼한 설계와 안내, 그리고 이용할 수 있는 친절함을 기대한다.

박준영 원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부이사장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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