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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 아워(Earth hour)

기사승인 2021.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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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스 아워(earth hour)'는 매년 3월 넷째주 토요일 60분 동안 전세계의 전등을 끄는 행사…실효적 영향력보다는 상징적 의미를 두고 있다

 

 인도네시아 발리섬이 있다. 한국인들에게는 신혼여행지, 휴양지로 잘 알려져 있는 곳이다. 세계 최대 무슬림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 드물게 힌두교 섬이기도 하다.

 섬 전체가 종교와 제례가 일상화된 곳이고 이 과정에서 주민 전체가 제례를 위한 무용, 연극, 음악, 시, 그림자극 등에 익숙해 연극학에서는 연극의 원형이 존재하는 곳으로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다. 발리연극은 20세기 연극학자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곳이기도 하고 인류학자 클리퍼 기어츠의 이론 '극장국가'의 시발점이기도 하다.

 발리는 1년을 364일이라고 한다. 그럼 하루는 어떻게 되는 건지 궁금하지만 그 해답은 간단하다. 하루는 신을 위해 바치는 날이다. '발리'라는 이름의 어원은 산스크리스트어 '와리'에서 왔는데 그 뜻이 '바친다'는 의미로 생활자체가 종교인 발리에는 하루를 바친다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그 하루는 '침묵의 날'이라고 한다. 즉 대지의 주인을 위해 하루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아무도 이동할 수 없고 전기도, 인터넷도, 일도 할 수 없다. 그냥 가만히 있어야 한다. 침묵을 통해 대지에 휴식을 주며 바다와 하늘이 쉬면서 동시에 인간이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하는 날이다.

 이날을 그들은 '녀피'라고 부른다. 녀피를 위해 그들은 며칠간 신을 위해 춤을 추고 노래하고 제례를 지내며 대지와 교감한다. 그리고 마침내, 그날 그들은 침묵하며 대지와 자연과 인간에게 휴식을 준다.

 관광객도 예외는 없다. 졸지에 호텔에 갇히는 신세가 되겠지만 인터넷도 전기도 끊어진 하루 동안 비로소 하늘과 바다와 밤과 별들과 그리고 자신을 다시 보게 되는 소중한 침묵의 시간을 맞이하게 된다.

 농촌에 오랫동안 살게 되면 자연스럽게 친환경, 생태주의자가 된다. 도시에 비해 쓰레기 분리 수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1회용 플라스틱 사용은 줄일 수밖에 없고 재활용 가능한 용기에 담겨 있는 상품, 비닐봉지에 담지 않아도 되는 것들을 주로 구입한다. 시골이라 배달음식도 잘 오지 않을뿐더러, 플라스틱 용기를 많이 사용하는 음식은 먹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연극은 상당한 쓰레기를 배출하는 창작작업이다. 홍보 전단, 포스터, 팜플렛, 무대셋트에 사용된 합판, 목재, 페인트 등 엄청난 부피의 쓰레기가 발생한다. 그래서 공연을 준비할 때 마다 뺄 것들을 먼저 생각하면서 진행한다. 무대셋트를 빼고 의상을 줄이고 홍보물을 줄인다. 

 우리는 기후변화로 빙하가 사라지고 북극곰의 생존이 위협받는다는 사실에 긴장한다. 팜유를 얻기 위해 그리고 새우양식을 위해 엄청난 규모의 밀림이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텀블러 정도는 휴대하고 친환경 에코백 한 두개 쯤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생활 속에서 실효적인 환경의 질을 바꾸려는 노력은 부족하다. 북극곰도 새우양식장도 내 삶에 직접 닿지 않기 때문이다. 텀블러는 소비 트랜드에 맞춰 유행처럼 바꾸고 에코백은 반 에코 적이게도 무수히 생산되고 버려진다. 

 어스 아워(earth hour)는 매년 3월 넷째주 토요일 60분 동안 전세계의 전등을 끄는 행사다. 인도네시아의 침묵의 날 '녀피'에서 착안해서 시작된 환경운동이다. 국내에서도 몇몇 도시가 이를 시행하고 있지만 실효적 영향력보다는 상징적 의미를 두고 있다. 

 '지구를 위한 시간'이지만 정작 인간을 위한 시간이기도 하다. 자신과 타인에 대해, 사회와 자연에 대해 깊게 사유할 수 있는 '침묵의 날'이 필요하다.

 지난 5월부터 시각예술가, 배우, 사운드 아티스트, 영상디자이너, 프로듀서 등 10여 명이 섬강에 모였다. 섬강 주변의 생태환경을 연구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창작작업을 3개월간 하고 있다. 기후, 생태, 환경전문가들과의 대담과 토론을 통해 과학적이고 예술적인 접근을 진행 중이다. 

 기후변화라는 거대 담론을 넘어 일상의 반생태적이고 반환경적인 현실을 담을 예정이다. 이제 기후변화는 모두의 현실이 되고 있다.

원영오 연출가/극단노뜰 대표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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