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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습니다

기사승인 2021.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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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무원은 공적 영역에서 일하는 사람…노동자 권리와 평등도 중요하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민에게 신뢰받는 조직이 되어야 한다.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려는 조합원들의 소리를 막지는 못할 것

 

 공무원은 공적 영역에서 일하는 사람입니다. 동시에 노동자이기도 하지요. 노동자임을 인정받지 못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민주노총 가입은 공무원이 노동자임을 인정받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민주노총도 공무원노동조합의 안정적 지원이 필요했을 테니, 서로의 동행이 당연했던 시절이지요.

 지금은 어떻습니까? 노동자의 역량을 결집하여 쟁취할 이슈들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일제 강점기에 노동운동은 독립운동 성격이 있었습니다. 독재시대 근로기준법 투쟁은 민주화 성격이 있었죠. 지금은 그정도 역량을 모을만한 이슈가 많지 않습니다. 오히려 산별 노조나 지부 별로, 현실에 맞게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내는 일이 더 많아졌습니다. 풀뿌리 민주주의 시대에 살다보니 조합활동도 지역별, 직종별 이슈에 맞게 움직이게 된 것이죠.

 시대가 변하다 보니 민주노총의 방향과 투쟁방식에 대한 거리감이 우리 공무원 조직내에 생겼습니다. 민주노총은 노동자의 권익을 쟁취하기 위해 때로 과격한 투쟁방식을 사용합니다. 과거에 그 과격함은 부당한 권력에 맞선 용기였으나, 지금은 다른 노동자를 겨누는 칼이 되기도 합니다. 지난 3월 민주노총 건설노조 레미콘지회 소속 조합원들이 시장면담을 요구하며 기물을 파손하고, 욕설을 퍼부은 일이 단적인 예일 것입니다. 

 저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원주시지부 비상대책위원장으로 1년 반 정도 활동하면서 조합원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순회를 다니다 보면 조합원들의 불만이 적지 않습니다. 공적 영역에서 움직이는 공무원 조직이 사적 영역에 있는 민주노총 소속이라는 것을 이해못하는 직원도 많습니다.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한번은 민주노총과의 관계를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현 집행부도 뜻을 같이했습니다. 

 그런데, 그 뜻을 물어보는 과정이 참 어렵게 되었습니다. 집행부가 다소 미숙하게 접근하기는 했으나, 민주노총과의 관계설정을 어찌하면 좋을지 설문을 하기도 전에 중앙으로부터 비상대책위원장 직위를 박탈당하고 말았어요. '탈퇴 등 운영방안 논의'나 '논의 기간 분담금 납부 중지'를 전달한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지금 원주시지부에는 두 개의 비상대책위원회가 활동하고 있습니다. 중앙조직에서 지부 운영을 정상화하겠다며 새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기 때문입니다. 새 비상대책위원장은 노동조합이 추구하는 목표는 노동자가 하나되어 평등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고, 이를 잃어버린다면 노동조합으로의 가치를 상실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저는 좀 생각이 다릅니다. 공무원은 공적 영역에서 일하는 사람들입니다. 노동자의 권리와 평등도 중요하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민들에게 신뢰받는 조직이 되어야 합니다. 10% 노동자를 위한 활동을 하더라도 90% 시민을 불편하게 한다면 이는 올바른 방식이 아니지요. 결국, 시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는 아무것도 이루어낼 수 없을 테니 말입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과의 관계설정을 위한 조합원 설문은 실시하였습니다. 설문을 하기 전에는 직위를 박탈당했고, 설문을 하는 도중에는 설문을 게시한 홈페이지 관리자 권한을 넘겨주었습니다. 중앙 조직에서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가 뭘까요? 민주노총과 관련된 조합원의 의견이 두렵기 때문 아닐까요? 하지만, 듣고 싶지 않다고 해서 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요.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려는 조합원들의 소리를 이런 방식으로는 막지 못할 것입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습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든다면, 결국 자기 눈만 가리고 말 것입니다.

우해승 전국공무원노조 원주시지부 비상대책위원장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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