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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학순 주교 탄생 100주년을 기리며

기사승인 2021.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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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삥땅은 죄가 아니다"라고 했던 그 분

 2021년 9월 9일은 지학순 주교께서 탄생한지 10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70년대 초 강원도 작은 도시인 원주에 먹구름이 가득했던 하늘대신 파란 색깔과 뭉게구름을 채워 아름다운 도시로 만들어 준 사람이 있었다. 대한민국의 많은 국민이 민주화의 성지로 인식하도록, 또 이 도시를 믿고 의지하며 민주화를 위해 노력했던 분들이 찾아들도록 이들에게 안식처를 내 준 분이 지학순 주교와 이를 따른 분들이었다.

 이들은 진광중·고등학교를 설립해 인재를 육성하는 데도 노력을 기울였고, 지역사회에 신용협동조합운동, 재해복구사업, 노동자 교육, 반독재 및 부정부패 척결운동, 양심수 석방 및 결핵퇴치운동, 인권보호운동 등 사회변혁을 위한 활동을 했다. 

 또한 서울에도 없던 '가톨릭센터'를 원주에 건립해 원주의 문화발전에 기여했다. 원주시민들에게 '센터'라고 불리며, 예식장으로도 쓰이고, 예술가와 작가들에게 공연장·전시장도 되었다. 대표적인 지역 언론인 '원주문화방송주식회사'가 처음 방송을 시작한 곳도 가톨릭센터였고 우리나라 협동조합운동의 효시인 '밝음신협'도 가톨릭센터에서 창립했었다.

 '센터'가 원주시민 모두에게 소중한 공간으로 각인된 것처럼 지학순 주교의 삶과 정신은 원주시민에게 종교적 색채를 벋어나 민주, 정의, 평화 등을 상징하는 행보와 함께 원주시민들의 삶에도 직접적으로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 있다. 늘 옳지 않은 일에는 분개했고 부패한 권력에 맞서 싸웠으며 가난하고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울타리가 되어 준 것이다. 

 대표적인 일화가 바로 '삥땅은 죄가 아니다' 라는 이야기다. 1970년대 버스 안내양으로 불리던 노동자가 가족 봉양을 위해 회사에 납입해야 할 버스비 일부를 소위 삥땅했다. 양심의 가책으로 힘들어하는 것을 알게 된 지 주교는 이 사건에 대한 종교적인 판단을 내리며 부당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행한 "삥땅은 죄가 아니다"라는 말을 남기며 1970년대 한국 사회에 만연된 열악한 노동환경, 노동문제, 인권을 수면 위로 떠오르게 했었다. 

 주교 집무실에서 내다보이는 B도로(중앙로)에서 리어카를 끌고 육성으로 외치며 장사를 하는 상인을 보고 수녀에게 확성기를 사다주라고 지시를 했다는 이야기는 이 분의 인간애(愛)를 느끼게 한다. 신도들과 사제복을 벗고 수영을 하기도 했는데 이 분의 생각이 어느 쪽으로 향했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민주화 운동가'로서의 지학순 주교는 극히 일부분만 편향적으로 전해지는 듯해 아쉬움이 크다. 마땅히 정부가 나서야 할 일까지 서슴없이 여러 분야에서 업적을 남겼기에 이에 대한 다각적인 조명이 아쉽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지학순 주교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면서 지학순 주교의 생각과 발자취를 더듬어 보는 기념사업이 더욱 발전적이고 연속적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보게 된다. 

 이 분의 참된 가르침과 사회참여 의식을 바라보는 눈이 아름다웠으면 좋겠고 미래에 원주시가 인권도시로의 가치를 인정받게 될 때에는 그 중심에 이 분이 계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종교인이었기에 더욱 조심스럽게 접근해야할 선양사업이지만 이 분의 업적이나 교육적 가치가 워낙 크므로 미래세대에게 잘 계승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곽문근 원주시의회 의원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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