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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사는(live) 곳인가 사는(buy) 것인가?

기사승인 2021.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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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지 부동산 투기세력으로 원주 아파트 거래량 역대 최고치…터무니 없는 집값 상승으로 인한 피해는 집없는 서민들에게 돌아갈 것

 

 모처럼 걸어서 집에 들어가는 길에 아파트 상가 부동산 가게 앞을 지나다 화들짝 놀랐다. 유리창에 붙어 있는 매매와 전세 물건들을 알리는 가격표에 저절로 발걸음이 멈췄다. 전세 재계약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내가 사는 아파트의 매매 가격이 1억 이상 오른 것이 아닌가.

 2년 전세 기간이 만료 됐음에도 임대차 3법이 개정된 덕분에 이사 가지 않고 재계약이 된 것만 다행이라 여기며 살고 있었는데 4천만원 내고 아파트를 사라던 부동산 중개업자분의 말씀을 듣지 않은 게 뼈에 사무치도록 후회가 되고 자신의 어리석음에 밤새 잠을 설쳐야 했다.  

 그때 평생 살 집이 아니었어도 그냥 샀어야 하는 건데, 집을 사는(live) 곳으로만 여겼지 사는(buy) 것으로 생각지 못한 어리석음 탓에 지금의 전세금으론 어디 가서 비슷한 규모의 전셋집을 구하지도 못하게 된 거다. 

 외지인들이 원주 아파트를 싹쓸이 한다는 기사를 보고도 우리 아파트 가격이 그리 올랐으리란 생각에까지 미치지 못했으니 아둔한거다. 작년부터 외지인들이 공시가격 1억 미만 아파트는 취득세가 중과되지 않고, 전세를 끼고 사면 적은 돈으로도 여러 채를 살 수 있어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고 집을 보지도 않고 산다고 했다.

 비규제 지역인 강원도로 부동산 투자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로 올 상반기 원주지역 아파트 거래량은 2006년 이후 역대 최고치다. 부동산 정보제공앱 아파트 실거래가에 따르면 최근 3개월 외지인 매매 증가지역 4위에 강원 원주시가 이름을 올렸다.

 전체 거래 3천125건 중 1천10건(38.4%)이 외지인 거래로 10명 가운데 4명이 외지인이라니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 격이다.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 지역의 집값 상승과 정부의 징벌적 부동산 정책으로 투기 세력이 비규제 지역인 강원도로 몰려 실수자인 지역주민들만 집값 상승이라는 재앙적 피해를 입고 있는거다. 

 문 대통령이 부동산으로 돈을 못 벌게 하라고 하고 집은 주거가 목적이라고 강조 했지만 결국 열심히 저축해서 집을 사겠다는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이 되고 말았다. 거북이처럼 돈을 모으면 집값은 토끼처럼 달아난다. 현 정권이 20회 이상 종합적인 부동산 정책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전국적으로 주택 가격이 급등하면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특히 영끌 빚투도 무용지물이 된 MZ 세대의 절망감은 지난번 보궐선거에서 보복 투표로 드러났다. 

 최근 발표된 국토연구원 등 여러 기관이 협동으로 연구한 '부동산 시장 질서 확립을 위한 중점 대응전략'에 관한 보고서는 공공부문이 차익과 폭리를 노리는 악덕 투자자와 다르지 않았다며 정치가와 공직자들이 부동산 명목가치의 상승이 마치 경제가 성장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착시 현상을 가져오는 것을 통해 생색을 내고자 조장하거나 방치했다고 비판했다. 

 '시장이 비정상적으로 경직된 현재 시점에서는 가격 급등 기조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지만, 원가에 비해 터무니없는 가격이고, 실질소득의 한계와 시간의 경과로 인해 이 가격이 오래 유지되지 못할 것임도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다만 부동산 가격이 정상화되면서 겪게 될 비극적 결말을 애써 부정하며 다들 현재에 매달리고 싶을 뿐'이라고 진단했다. 

 이번 대선에서 기후변화, 세대 갈등 등을 비롯해 다양한 이슈가 있지만 뭐니 뭐니해도 경제 분야에서 부동산 정책과 복지정책으로서 주택문제가 가장 큰 이슈가 될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집이 안정적인 주거공간으로서의 의미 뿐만 아니라 자산증식의 수단이 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5억짜리 집이 1년만에 10억이 되는 과도한 불로소득의 원천이자 투기의 수단이 된다면 그래서 원가에 비해 터무니 없는 가격으로 부풀려진다면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집없는 서민들에게 돌아가고 극단적인 양극화로 사회적 갈등이 심각해 질 수밖에 없게 된다. 보고서에서 경고한 대로 비극적 결말에 이르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35조 3항은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UN-SDGs(지속가능발전목표) 11번은 회복력 있고 지속가능한 도시 및 거주지 조성을 목표로 한다. 2030년까지 적정 가격의 안전하고 충분한 주거공간 및 기초 서비스의 접근 보장과 빈민가 개발을 보장하도록 하고 있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는 것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이 따로 있을 수 없다. 성과 있는 실천을 만들어 낼 그런 정부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용정순 (전)원주시의원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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