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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시론: 원주문화를 말하다

기사승인 2021.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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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콘텐츠를 만들자

 

 문화가 요즘처럼 많이 회자되는 때도 없을 듯 하다. 한류의 붐을 필두로 K-팝, K-푸드, K-시네마, K-드라마까지 예전같으면 국수주의로 무시받을 생각들이 현실이 되었다. 세계 최후의 분단국가에, 강대국 사이에 끼여 목을 졸린 채 70년을 겨우겨우 지내온 민족에게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넷플릭스의 <오징어게임>도 어린시절 골목길에서 우리들이 했던 놀이가 아니었던가.

 원주도 문화의 바람이 이는 걸까. 전과 다른 변화의 조짐을 느낀다. 문화도시 선정에서 비롯된 그림책도서관과 시립미술관 건립 그리고 유네스코 문학도시, 2022년 독서대전 개최, 원주문화원 신축, 미디어센터 유치와 아카데미극장 보존, 동네서점들의 증가 등등 많은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다. 에딘버러 같은 세계 유수의 문화도시가 곧 눈 앞에 다다른 착시 현상도 느껴진다. 

 그런데 작은 서점을 기반으로 복합문화공간을 하고 있는 나는 왜 공감이 잘 안되는 것일까. 그리고 5년 동안 두 부부가 온전한 휴일도 없이 전력 질주를 하건만 서점은 왜 여전히 어렵기만 한 걸까. 그래도 원주에서 가장 잘돼가고 있는 서점 중 하나라고 불리는데도 이런 형편이라면 다른 공간은 또 뭔가. 한때 <원주독립문화공간네트워크>란 이름으로 자생적인 문화공간들의 모임도 가져봤지만 문화공간의 자립은 요원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걸까. 원주에서 문화로 밥먹고 산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 만큼 힘들 것 같다. 문화재단이 시행하는 예산을 받거나 공적 영역의 문화공간 종사자로 사는 것 말고 문화제작자나 문화공간 운영자로 사는 길은 없을까. 

 오늘날 K-콘텐츠가 명성을 떨치게 된 데에는 오랜 기간 그 토양을 가꾸어 왔기 때문이다. 토양이란 무엇인가? 다름아닌 지역만의 생산 양식과 라이프스타일이 그것이다. 교통과 통신이 불편하던 시절에는 먹거리, 집짓기, 놀이, 관혼상제 등의 라이프스타일이 지역마다 달라 뚜렷한 지방색을 가지고 있었다. 원주에는 원주 만의 스타일이 있었고 그것은 원주의 생산 양식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그것이 원주의 문화였다. 

 지금은 어떠한가. 일단 교실 경쟁에서 이기면 서울에 있는 학교로 간다. 대형마트를 너무 좋아해 지역 생산품이 지역에서 팔릴 일이 별로 없다. 인터넷쇼핑으로 거리는 소멸의 단계로 접어들었다. 대다수 시민이 아파트에 산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원주만의 W-콘텐츠가 깃들 수 있을까. 있다면 지원에 의존한 관제 문화가 있을 뿐이다. 대부분의  문화사업은 관의 지원이 없다면 곧바로 중단될 것이다.

 자발적 의지로 문화를 제작하고 창작할 수 있는 생태계가 이토록 어려운 것은 관주도의 직영 문화사업으로 기운 정책의 불균형의 결과이다. 문화재단은 과연 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일까. 

 일년 내내 축제를 해도 인파로 붐비는 영국의 에딘버러 같은 도시는 지금과 같은 원주 문화의 체질로 불가능하다. 프라스틱 조화 같은 생명력 없는 각종 문화 행사로 즐비한 축제와 행사들을 거둬내야 한다.

 내일 죽어도 그것을 하려는 사람들이 그 일을 지속할 수 있어야 한다. 가을 사과의 생명력 넘치는 과즙을 모든 시민이 맛볼 수 있도록 디테일을 가진 문화정책의 새 판을 짜야 한다. 관의 일방적인 통제를 벗어나 시민거버넌스로 구성된 원주시 문화위원회가 구성돼 현재의 문화재단보다 더 자율적인 정책의 재구성을 해야 할 시기이다. 강력한 W-콘텐츠를 태동시킬 새로운 시장의 탄생을 기대해본다.

나무선 터득골 대표 wonjutoday@hanmail.net

<저작권자 © 원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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