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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들 살피는 '동네지킴이'

기사승인 2021.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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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네지킴이는 노숙인과 일대일 매칭이 되어 주 2회 이상 안부전화와 방문을 통해 생활 정도를 확인하고 활동일지를 작성한다. 내년에는 새로운 이웃들도 함께 따뜻한 동네를 만들어나갈 수 있기를

 '지킴이'는 옛날부터 경상도에서 집 담벼락이나 굴뚝 등에 숨어 살던 동물로 귀신이나 다른 동물로부터 집을 지켜준다고 하여 '지킴이'라 불리며 곁에 두었다고 한다. 태장1동에 위치한 다시서는집에도 현재 여덟분의 '동네지킴이'가 있다. 

 그럼 무엇을 하기에 '동네지킴이'라고 불려지고 있는 것일까? 최근에는 많이 사라졌지만 아직도 중앙동 문화의 거리나 원주천 일대 다리 밑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삼삼오오 모여서 술을 벗삼아 노숙하는 이들을 찾아볼 수 있다. 

 다시서는집에서는 2021년 노숙인들을 대상으로 지역사회 통합돌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동네지킴이'는 통합돌봄 사업에 참여하는 노숙인들에게 일주일에 두 번 안부전화와 연락이 되지 않았을 때에는 직접 찾아가 안전을 확인하는 지역주민이자 이웃이다. 

 흔히들 '노숙인' 하면 우리 동네에서는 안 보였으면 하는, 무조건 멀리하는 대상이기도 하다. 그런데 아침부터 저녁까지 모여서 술만 먹으며 일도 안하고 지나는 행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이들을 살핀다고? 금방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노숙인들도 처음부터 노숙인이었을까? 처음부터 노숙인으로 태어난 사람은 단 한명도 없을 것이다. 노숙인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그들에게도 왕년이 존재한다. 급변하는 사회환경 속에서 사업실패, 건강악화, 가정해체, 부적응, 가정폭력, 지역이주 등 정말 여러 가지 이유로 지금의 노숙을 하는 모습으로 현장에서 만날 수 있다. 

 이들에게 술은, 나를 멀리하지도 않고 내가 다가가기에 어렵지도 않기에, 어쩌다 한번이 매일매일로 한두잔이 한두병으로 늘어 어느새 술만을 가까이 하게 된 것이다.

 만약 술이 아닌,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같이 고민하고 출구를 찾아 나갈 방법을 함께 할 가족, 형제, 이웃이 옆에 있었어도 우리들이 멀리하고 꺼려하는 지금의 모습이 되었을까 하는 질문에서 지킴이를 떠올리게 되었다.

 우리들은 모두가 다 사회구성원이면서 동시에 지역주민이다. 일을 하고 있거나, 쉬고 있어도 변할 것은 없다. 그럼 노숙인은 어떠한가? 똑같은 지역주민이라 생각하여야 하지만 왠지 우리와는 다른 것 같다.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이 일도 안하고, 언제나 취해있고, 세금도 안 내기 때문일까? 이 노숙인들도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하고 맘 편히 살아갈 수 있는 건강한 동네를 만들기 위해서 '동네지킴이'를 모시게 되었다.

 '동네지킴이'는 통합돌봄사업 시작 전부터 모집하였다. 몇몇 분들은 사업에 대한 안내를 다 하기도 전에 손사래를 치거나 걱정부터 얘기하셨다. 그만큼 노숙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크게 자리 잡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한분 두분 모여서 통합돌봄사업이 어느 정도 진행된 8월에는 참여인 열 명에 '동네지킴이' 활동가 여덟 명이 모였다. 활동가들은 모두 본인 직업이 있으면서 점심시간, 출근시간, 또는 퇴근 후 주말에 시간을 내서 활동을 하고 있다. 

 '동네지킴이' 활동은 참여인이 중도 포기하지 않고 프로그램을 끝까지 이수하여 지역사회에서 주민들과 함께 잘 살아가기 위한 도우미로서 가족이나 지인을 대신하여 지지자 역할을 가진다. 참여자와 일대일 매칭이 되어 주 2회 이상 안부전화와 방문을 통해 생활정도를 확인하고 활동일지를 작성한다. 또 한 달에 한번 담당 직원과 만나 참여인이 원하는 사항들, 필요한 것들을 상의 후 지원을 하고 있다.

 노숙인들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립을 이루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다가가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야만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 '동네지킴이' 활동가 역량강화를 위한 상담코칭 교육도 모두 이수하였다. 대부분 우리 동네에서는 안보였으면 하는 노숙인들에게 다가가 이야기를 듣고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실천하는 천사와도 같은 '동네지킴이'인 것이다.

 다시서는집에서 진행하는 지역사회 통합돌봄 사업 안에는 돌봄공동체 강화 프로그램으로 심리, 중독, 집단치료 프로그램을 주1회 실시하고, '동네지킴이' 활동가를 프로그램 참여인들과 일대일 매칭하여 생활상 안부 및 필요한 상담을 통해 먹거리, 주거, 일자리, 병원진료 등 서비스 연계를 진행하고 있다.

 2021년 12월 지역사회 통합돌봄 사업이 마무리 되었을 때, 모든 참여인과 동네지킴이 활동가들이 지금보다 조금은 따뜻한 동네에서 살고 있기를, 2022년에는 새로운 이웃들도 함께 따뜻한 동네를 만들어나갈 수 있기를 바래본다.

구혁 다시서는집 사회복지사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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