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마을변화의 자신감을 회복하자

기사승인 2021.10.18  

공유
default_news_ad1

- 주민 입장에서 생각하고 생각을 물으며 현장에서 답 찾아야…정책 변화도 중요하다. 하드웨어, 프로그램, 사람 순으로 지원하는 프로세스를 사람, 프로그램, 하드웨어 순으로 바꾸어야 한다

 "이 나이에 내가 뭘 할 수 있어? 그저 늙으면 죽어야 돼"라며 한숨 쉬던 80대 중반의 김 할머니. 건강반장 활동에 참여한 몇 달 뒤, 주름진 이마와 입가에 미소가 살아나고 있음을 느낀다. 김 할머니는 마을에 홀로 거주하시는 90대 어르신 세 분을 만나 왔다. "이 이(상대에 대한 표현)의 이야기를 3시간이나 들어줬어. 참 딱하지, 그래도 나한테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다 해주는 게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자신 없었던 김 할머니의 목소리에 힘이 넘친다. 기분 탓인지 표정도 더 밝아진 듯 하다. 이후 2년 동안 건강반장으로 활동해 온 김 할머니의 마지막 말은 "봉사가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나 자신을 돕고 있었다"였다. 17년 동안 마을 활동을 하면서 어르신들이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할 때 자신감이 살아나는 장면을 자주 목도한다.

 산업화와 현대화 과정을 거치며 농촌마을은 고령화율이 30%대에 육박했고, 고령의 농업인은 50%에 이르렀다. 농업과 농촌은 복지의 수혜자이자 지원의 대상자, 즉 사회적 약자로 등치되었다. 빈곤한 지역으로 낙인된 농촌은 젊은 층의 음지가 되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낙후지역 개선을 위한 수혜적 관점에서 농촌마을 종합 개발 등 지역사회개발을 전개했다. 이른바 정부주도의 탑다운식 사업 진행은 하드웨어와 프로그램이 우선 지원되고 주민 역량강화가 뒤따랐다. 주민들이 모두 참여하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면 농촌이 바뀔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오히려 반대적 결과가 더 많이 보고되고 있다. 사업을 추진하는 주체의 역량이 갖춰지지 않는 상황에서 건물부터 지원되다 보니 이를 운영할 능력이 떨어져 사업이 멈춰선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결과적으로 잘 추진되는 사례도 많지만, 선의로 진행한 사업이 마을의 갈등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이 발견된다. 사업의 잦은 실패로 인해 리더나 주민들의 자신감이 떨어지는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 

 농촌마을의 변화를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을까? 돈을 더 많이 투입하고, 더 '파이팅'을 외친다고 해결될 수 있을까? 그렇게 변화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사람들의 상호작용이라는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일은 돈으로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지금부터라도 주민들이 자신감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자신감은 잘하고, 좋아하는 것으로부터 나온다. 

 그러기 위해선 주민 입장에서 생각하고 생각을 물으며, 현장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정책의 변화도 매우 중요하다. 하드웨어, 프로그램, 사람 순으로 지원하는 프로세스를 사람, 프로그램, 하드웨어 순으로 바꾸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리더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과거의 리더가 이른바 '나를 따르라'라는 근대화주의자였다면, 현대는 주민들의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을 존중하는 민주적 리더상을 갖추어야 한다. 특히 주민들의 약점이나 문제점보다는 장점을 보는데 집중해야 한다. 사업이 조금 늦을 순 있지만, 이 과정에서 주민들의 자발성이 살아나도록 지켜보고 지지해 주어야 한다.

 작은 활동과 실천으로부터 자신감이 살아나도록 도와야 한다. 주민들의 작은 자신감이 참여와 협동으로 바뀌고 마을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문병선 원주시농촌활성화지원센터 사무국장 wonjutoday@hanmail.net

<저작권자 © 원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