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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의 전통을 따르지 말자

기사승인 2021.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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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많은 예산이 투입되었지만 전통시장의 어려움은 여전하다. 예전보다는 많은 부분을 개선했음에도 어려움이 계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언젠가부터 나는 전통시장을 잊고 살았다. 전통시장 없이도 편하게 살아온 것이다. 아마도 내게 전통시장에 가서 물건을 사라고 권한다면 굳이 왜? 라고 항변할 것만 같다. 내게 필요한 물건은 대형마트에 가면 다 있고, 종종 할인행사도 해서 만족한다. 아주 사소한 물품은 유명 체인소매점이 곳곳에 있고, 구매할 물품을 전화로 물어봐도 정확히 알려주기 때문에 시간을 허비할 염려도 없다. 또한, 백화점은 물품에 대한 안목도 높여 주고, 화려한 조명 아래 펼쳐진 멋진 진열품도 볼거리인데다 친절하기까지 하다.  

 전통시장 상인들의 어려움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역상권에서 전통시장은 오랫동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기에 정부나 지자체 지원도 계속되고 있다. 전통시장 상인들은 어려움을 백화점이나 현대식 상점과 비교하며 시설 노후화에서 그 원인을 찾곤 한다. 이에 따라 전국적으로 낙후된 시설들을 개선하고 주차장도 확보하고 편의시설들을 만들고 있다. 

 전통시장을 조사할 필요가 있어 몇 군데를 방문하고 다른 지역은 인터넷을 참고로 했는데, 전반적으로 과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비좁기는 하지만, 상점마다 깨끗하게 정돈된 상품의 배열도 비교적 잘 되어 있고, 간판이나 조명도 서구 선진국처럼 예술적이지는 않지만, 상당히 개선되었다. 사실 전통시장의 옛 추억을 떠올리면 요즘의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처럼 설사 상품을 사지 않더라도 구경할 거리가 많았다.

 엿장수는 신명나는 가위로 음악에 박자를 맞추며 소위 맛보기를 주고 손님들을 끌었다. 어린이들을 위해 간단한 놀이기구도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한 때 정부나 지자체들은 문화관광형 전통시장을 위해 다양한 문화와 체험거리들을 권장하기도 했다. 어떤 전통시장은 사람들의 이목을 이끌기 위해 패션쇼를 개최하는 등 다양한 이벤트들을 내세우기도 한다. 

 지난 10년간 예산이 지속적으로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투입되었지만, 전통시장의 어려움은 여전하다. 주차장도 있고, 젊은이들이 부담스러워하는 흥정도 없게끔 가격표도 적절하게 되어 있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와 비교할 건 못 되지만, 쇼핑하기에 불편함은 많이 사라졌다. 이만한 개선에도 불구하고 왜 전통시장의 어려움은 계속되고 있을까? 

 나는 이 상황을 최근에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상거래 형태와 구매자들의 취향 변화에서 찾고 싶다. 더 이상 사람들은 물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불편함을 감수하지 않는다. 더구나 요즘 코로나로 인해 위생에 대한 사람들의 염려는 극에 달해 있다. 얼마 전 서울의 한적한 골목에 위치한 호떡집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호떡은 전통시장 먹거리 단골메뉴이다.

 그런데 이 호떡집은 전혀 전통시장의 전통(?)을 따르지 않았다. 우선 이 가게는 문이 없는 개방된 공간을 가졌다. 코로나 방역을 위해 방역물품은 물론이고 핸드폰으로 정보를 입력하게 되어 있다. 주문은 키오스크가 마련되어 있어 아주 최소한의 질문만으로도 호떡을 갖고 갈 수 있다. 그렇다고 상점 주인이 전혀 말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손님의 물음에 즉각적이고도 친절하다. 앉을 자리도 안팎으로 현대인의 감각에 맞게 서로 다른 모양으로 비치해 놓았다. 이런 거라면 사진으로 인증하고 싶다. 호떡을 만드는 과정을 유리창 너머로 볼 수 있어 믿음도 가고, 아주 소소한 볼거리가 된다. 그런가하면 벽면에는 감성적인 그림이 걸려 있고, 그림 안에는 작가의 친필이 적혀 있어 나름대로 내가 대접받는 느낌도 준다. 작은 갤러리의 느낌도 준다. 아마도 누가 보면 까페가 아닌가 하는 신선한 모습을 보여준다. 호떡집의 변신이다.

 다시 내가 사는 인근의 전통시장을 떠올려보면 이런 호떡집의 모습은 거의 찾을 수 없다. 곳곳에 설치해 놓은 문화 설치물들은 고급져 보이지 않다. 상품을 비춰주는 조명도 측은할 정도로 값싸게 보인다. 상가 내 교통질서도 철저하지 않아 매우 조심스럽게 다녀야 한다.

 상점마다 경쟁적으로 자신들의 물건들을 공공의 거리에 내놓고 있어 행인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주지도 못한다. 여전히 예전의 관행을 벗어나지 못한 인상이다. 자신의 특색을 보여주고 디스플레이에 많은 정성을 쏟는 선진국 시장의 상점들을 방문해 본 요즘의 손님들에게는 다시 찾을 동기가 별로 없을 것 같다. 결국 지금의 전통시장은 현대인의 취향과는 거리가 멀다고 볼 수밖에 없다. 시설보다 상인들의 의식 개선이 더 우선이다.

구문모 한라대학교 광고영상미디어학과 교수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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