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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예의

기사승인 2021.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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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사라지는 것들에 대해 무심한 듯하다. 그리고 사라진 자리에 우리가 감당하기 힘든 욕망으로 채워가고 있는 것은 아닐지…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예의가 있는 재개발이 되기를 기대한다

 중앙동 시내로 나가는 길에 원인동 다박골 지역을 지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오래된 집들과 골목이 있고, 감나무와 대추나무 아래로 무심히 떨어지는 열매들도 볼 수 있다. 봄이면 어느 낡은 집 담벼락 사이로 앵두나무의 열매가 아주 빨갛게 익어 봄의 화사함을 알려주기도 하였다. 

 무심히 돌아다니는 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그릇이 대문 옆에 가지런히 있고 가끔은 사람의 인기척이 빨래 널어놓은 것만으로 도 알 수 있을 만큼 조용한 동네를 지난다. 그런데 최근에는 재개발로 인해 사람들이 떠나고 고양이도 사라지고 있다. 도시 정비를 해야 하고 낡은 집들이 많다보니 언젠가는 해야 하는 재개발일 수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 아쉬운 장면들이 목격된다. 

 첫째, 살던 집에서 사람이 떠나고 나면 철거 예정이라는 표지가 붙고 빨간색 페인트로 '철거'라는 글씨가 마구 써져있다. 그 다음은 골목 한 쪽에 쓰레기가 쌓이기 시작했다. 가전제품, 분리된 대형 가구의 잔해들, 포대 자루에 담긴 폐기물들…거주하던 사람들 대부분이 이주를 해야 본격적인 철거가 시작될텐데, 재개발 지역은 이미 음산하고 사람이 살기 어려울 만큼 곳곳이 폐허처럼 변해 버렸다. 

 꼭 폐기물과 쓰레기들을 저렇게 쌓아두어야 하는 것일까? 아직도 그 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 분들도 언젠가는 떠나가겠지만 그 동안만이라도 자신이 살던 공간의 추억을 아름답게 간직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재개발이 되었으면 한다. 다시 돌아왔을 때는 완전히 달라진 아파트단지가 들어서 있겠지만, 수 십 년을 산 자신과 가족의 과거가 담긴 지역의 마지막 모습을 소중히 간직할 수 있으면 좋겠다. 

 둘째, 아직까지는 본격적인 철거가 시작되기 전이기에 기존의 건물과 집, 골목과 나무들, 그 속에서 아직도 존재감을 갖고 있는 작은 동물 등…아직까지는 존재하는 그래서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예의로 그 풍경들을 담아내는 작업들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본다. 

 그 곳에 살고 있지 않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조심스럽지만, 필자도 10여 년 전에는 그 곳 다박골 근처에서 살았었고, 수 년 째 그곳을 지나며 계절마다 달라지는 다양한 풍경들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기에 작은 바람을 던져 본다. 많은 추억과 삶의 풍경이 있었던 지역이 철거라는 붉은색 글씨로 채워지고, 폐기물과 쓰레기들도 남겨지는 마지막 삶의 기억되는 곳이 아닌…좀 더 인간적인 동네 풍경으로 기억되기를 소망해 본다.

 원주의 재개발 지역은 다박골뿐만 아니라, 인근의 남산 및 나래 지구도 지속적으로 추진 중에 있고, 바로 옆 원동아파트와 세경아파트도 재건축이 시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모두 계획대로 추진되면, 원주의 구도심 풍경은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최근 필자가 살고 있는 아파트 인근에 있었던 산도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사라졌다.

 사라져가는 것이 너무 빠르다. 또한, 옛 것을 밀어낸 자리들은 대부분 물질적인 것으로 채워지는 것 같다. 물질이 욕망의 표상이 되어버린 원주, 아파트 분양가격이 끊임없이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조만간 사리질 다박골 마을을 지나면서 이런 저런 상념에 빠져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우리는 너무 사라지는 것들에 대해 무심한 듯하다. 그리고 사라진 자리에 우리가 감당하기 힘든 욕망으로 채워가고 있는 것은 아닐지…그러나 그것이 진정 내 것인지 아니면 외부의 욕망에 편승하여 어떤 신기루 속에서 허상을 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삶은 점점 더 주변화 되고 팍팍해지고 있는데, 우리는 사라지는 것들에게 너무나도 무심하고 그렇게 지어진 아파트에 너무나도 많은 기대와 욕망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좀 더 인간적이면서도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예의가 있는 원주시 재개발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박준영 원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부이사장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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