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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와 공생 고민 '참새 구조단' 떴다

기사승인 2021.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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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강중 자율동아리 야생조류 충돌 방지활동 눈길

외관이나 전망, 에너지효율 등을 이유로 유리 건축물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와 함께 야생조류의 유리창 충돌 피해도 급증하는 추세다. 이러한 피해는 지난해 개교한 섬강중에서도 발생했다. 야생 조류들의 피해를 막고 이들과 상생할 수 있는 길을 고민하고자 학생들이 직접 '참새 구조'에 나섰다.

지난해 여름, 민경원(2년) 군은 하교길에서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다. 학교 유리창에 부딪혀 다리가 부러진 새를 발견한 것이다. TV에서만 보던 유리창 새충돌 현장을 학교에서 목격하게 될 줄은 몰랐다는 민 군은 작은 새를 안고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하지만, 소동물을 치료하는 기구가 없었기에 다친 새를 치료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풀숲에 놓아준 새의 생사는 보장할 수 없었다.

학교에서는 그 새 말고도 유리창에 부딪혀 죽는 새들이 심심찮게 발견됐다. 많으면 1~2주 동안 20~30마리의 새 사체를 발견할 때도 있었다. 섬강중은 인근 산과 인접해 새들의 이동통로에 놓여 있다. 주변으로 대형 아파트 단지도 있어 새들의 원활한 이동이 제한됐다. 교내에서도 'ㄷ' 구조물로 유리창이 빼곡한 교사동에서 특히 죽은 새들이 많이 발견됐다. 

민 군과 친구들은 잘못 없이 죽어나가는 새들을 보면서 대안책을 마련하기 위해 자율동아리 '참새 구조단'을 꾸렸다. 학생들의 자율적인 모임으로 구성된 참새 구조단은 유리창 새 충돌을 막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진행했다. 학교는 물론 기업도시 주변 지역을 돌며 새가 충돌해서 사망하는 지점을 파악하는 모니터링 활동을 했다. SNS  오픈 채팅방을 통한 지역주민들의 제보가 큰 도움이 됐다. 

교내에서는 학생들의 관심 촉구를 위해 새 충돌 사고를 알리는 포스터를 작성해 배포하고, 새들의 시야 인식을 덥거지 창문에 끈을 다는 등 새들이 유리창을 우회해서 충동을 피할 수 있는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민경원 군은 "작년부터 동아리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학생들의 관심도 높이고, 실제로 새 충돌하는 사례도 눈에 띄게 줄었다"며 "새와 함께 학교 공간을 사용하고 공생할 수 있도록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전했다.

▲ 섬강중 학생들과 원주녹색연합은 지난 17일과 18일 교내 새 충돌 방지 스티커를 부착했다.

이러한 학생들의 노력에 원주녹색연합에서도 새 충돌 방지 사업에 적극 도움을 지원했다. 본부 지원사업에 섬강중의 사연을 공모해 새 충돌 바지 스티커 구매를 위한 예산 300만 원을 확보했다. 지난 17일과 18일 이틀에 걸쳐 4층 높이의 유리창에 스티커를 부착했다. 

김민자 사무국장은 "학생들이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에 힘을 보태기 위해 새 충돌 방지 스티커를 지원했다"며 "새 충돌 방지를 위해 적극 나선 사례는 원주에서 섬강중이 처음인데다 학생들이 적극적인 관심과 자율적인 활동이었기에 더욱 의미있다"고 전했다. 

한편, 원주녹색연합은 올해 섬강중을 시작으로 내년에도 새 충돌 방지를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수희 기자 nmpry@naver.com

<저작권자 © 원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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