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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누구인가?

기사승인 2021.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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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 선거 앞두고 문화계에서는 무수한 정책과 예산 계획 수립…그러나 국가권력을 차지하려는 이들이 경쟁적으로 쏟아내는 계획에 당사자성은 보이지 않는다

 국가주도의 방역체계가 최악의 상황을 막는데 성공했다. 그렇지만 이 과정에서 개인의 자유와 이익은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커다란 희생을 치뤘다.

 자영업자 등 어떤 개인들은 공동체를 위해 손실과 희생을 감수했지만 국가의 적절한 보상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많은 시민들이 국가의 결정을 수용한 만큼 시민들은 그에 따른 책임을 요구한다. 

 존 로크의 「통치론」 은 시민들의 자의적 결정에 의해 권력을 위임한 기구가 국가이며 다수 시민의 동의하에 개인의 안전을 맡긴 것이 국가라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의 첫 번째 책무는 평화와 안전, 공공의 복지를 이루기 위해 공개된 법률에 따라 권력을 행사해야 한다.

 그렇다면 시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국가가 시민 다수의 공동체를 위해 소수의 희생을 결정했다면 다수 시민의 책임은 어디까지 인가 다시 물을 수밖에 없다. 작가 유시민은 그의 책 「국가란 무엇인가」에서 훌륭한 국가를 만드는 건 주권자인 시민들이며 주권자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가 무엇이며 어떤 의무를 수행해야 하는지 잘 아는 시민,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설계하고 책임지면서 공동체의 선을 이루기 위해 타인과 연대하고 행동할 줄 아는 시민이라야 훌륭한 국가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우리는 오랫동안 '국가'라는 이름을 신봉하듯 살아왔다. 국가가 하는 일이라면 복종해야 한다는 DNA가 우리 몸에 체화되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국가권력 역시 이런 "국민" 아니 "시민"들의 속성을 잘 알고 있어서 무엇을 하던 국가를 잘 믿고 복종하리라 예상한다.

 그래서 국가권력을 갖게 된 이들이 좌우를 넘어, 공개된 법률에 따른 권력이 아닌 자의적으로 해석한 권력을 쉽게 행사하는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 국가권력의 대상이자 주체인 시민 즉, 당사자들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코로나 시대를 겪으면서 우리 사회는 '안전'이라는 이슈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개인의 집합체로서 사회여론은 형성되지 않고, 시민사회의 목소리는 경로를 잃었다. 개인의 존재는 '안전'이라는 이슈로 인해 외면받고 국가권력의 독단성은 자칫 지금이 전체주의 시대인가라는 불평을 만들기도 한다. 마치 전쟁 중 국가 안보를 위해 개인의 존재가 잊혀지는 것 처럼 말이다.

 국가권력이 집행되는 법률, 정책, 조례, 행정력 등 모든 곳에서 가장 우선시 돼야 하는 것은 당사자성이다. 당사자의 입장이 고려되지 않은 채 결정된 일들이 국가의 이익을 위해 집행된다면 이는 시민들이 위임한 국가권력이 시민 주권을 침해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선과 지방선거가 내년이라 그런지 문화계에서는 무수한 정책과 예산 계획들이 세워지고 있다. 그러나 국가권력을 차지하려는 이들이 경쟁적으로 쏟아내는 계획에 당사자성은 보이지 않는다.

 여기저기 공연장을 짓고 문화시설을 만들고 관광 인프라를 구축한다며 수십, 수백억을 아무렇지도 않게 약속한다. 지역마다 공공 문화기관들은 점점 더 늘어나는데 문화현장 당사자들의 존재는 보이지 않는다. 문화계 종사자들보다 문화기관 직원 숫자가 더 많은 지역도 있다.

 인구 3만~4만 명의 작은 도시에 문화재단, 대형공연장, 문화시설들이 있지만 사용자는 없고 관리인력 중심으로 예산만 들어가는 일들이 현재도 전국 여러 곳에서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 시기 국가권력에 의해 집행되던 일사불란함을 틈타 우리 사회 곳곳에 '안전·생명'과 무관한 많은 일들 조차 시민들의 당사자성이 고려되지 않고 있다. 5억의 문화예산을 집행하기 위해 2억의 운영예산을 사용하는 문화재단도 있다.

 복지정책, 교육정책, 의료정책, 장애인정책을 만들면서 당사자들이 고려되지 않는다면 얼마나 많은 무책임한 일들이 일어나는지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다.

 사용당사자가 없는 유령공항, 유령공연장, 유령KTX 역도 있다. 시민들이 모르는 사이 유령처럼 건설되고 유령처럼 존재하고 있다. 코로나 시기라 이런 일들이 더욱 쉽다. 시민들이 '안전과 생명'을 담보로 침묵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궁금하다. 국가는 누구지? 국가는 시민이다.

원영오 연출가/극단노뜰 대표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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