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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훼? 말이야 방구야!

기사승인 2022.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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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 아침부터 화훼관광사업을 재추진하겠다는 원주시장의 브리핑이 있었다고 한다. 아무리 말이 풍년인 시절이라 하지만 이런 막말이 또 있을까? 말이란 시와 때가 적절해야만 품격있게 들려오기 때문이다.

 이 사업은 이미 2년전 강원도로부터 화훼관광단지 지구지정이 해제되어 실체가 날라간 사업이다. 더군다나 껍데기만 남았던 법인 사업체의 대표가 얼마전 사기, 배임, 횡령 혐의로 구속된 마당에 책상 정리중인 말년 시장이 이를 인수받아 사업을 재개하겠단다? 이게 말이야 방구야! 그 의도가 궁금해진다. 

 필자는 원 시장이 초선으로 당선된 직후인 2011년 1월 3일자 본지(원주투데이)를 통해 "수도권 화훼단지 원주이전 협약 체결"이란 제목의 기사를 처음 접한 후 '화훼'라고 하는 사업 아이템의 생뚱맞음(비지역성)에 크게 주목했던 기억이 아직까지 생생하다.

 이후 SPC 핵심관계자들이 사업을 마치 정치하듯 하며 여러 난제와 각종 사업 리스크에 접근하는 아마추어식 행보에 시종일관 의아하게 지난 12년을 지켜보아 왔다. 또한, 화훼사업 SPC의 감사(監事)인 원주시도 출자금 의회 동의과정 그리고 SRF열병합발전소 추진과 함께 연계되면서 원주시장의 견강부회식 말장난과 거짓말 발언들이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가는 곳마다 자신의 최대 역점사업이라고 홍보하면서 화훼 관광객이 연 300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확신아닌 확신을 전 원주시민들에게 강요하며 3선 연임의 정치적 행보에 적절히 이용한 것도 사실이다. 필자는 사업초기 수도권 화훼농가와 화훼영농조합 관계자들과의 다양한 의견 청취후 사업 실현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는 판단하에 오늘과 같은 선의의 피해자가 예상돼 시종일관 공개적인 반대를 견지해 왔다.

 당시에는 아무런 기약없이 최종 귀결점의 확신만 있었던 꿈같은 오늘, 지난 12년 동안 시장 권력에 의해 왜곡되었고 감추어졌던 진실들이 그 결과물들을 한꺼번에 토해내고 있다. 그런 속시원함에도 불구하고 지난 12년의 세월을 장자(莊子)가 낮잠 동안에 잠시 꾸었다는 호접지몽(胡蝶之夢)으로 단순 치부하기에는 수많은 사연이 시간적으로나, 내용적으로 너무 야속해진다. 무엇보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모든 진실을 외면하면서 또다시 시민을 기만하는 원주시장의 그 태도 때문에 더더욱.

 우선, 그는 사업실패의 원인을 투자자 부재로 돌리고 있다. 마치 사업 아이템은 좋은데 돈이 없어 실패했다는 말로 들린다. 시장(市場)에 투자자(돈)는 얼마든지 있다. 원 시장이 공언한대로 연 관광객 300만 명을 유치할 수 있는 훌륭한 화훼관광사업 아이템이라면 지난 12년간 왜 단 1명의 투자자도 없었을까? 시장(市場)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둘째, 이 상황에서 사업 재추진 운운하는 자세는 전 원주시민을 또다시 기만하는 무책임한 자세임에 다름이 아니다. 화훼사업과 관련한 원주시장의 임기는 이미 2년 전 지구지정이 해제됨으로써 종료되었고 그 역할 또한 사망했기 때문이다. 이제 퇴임을 눈앞에 둔 원 시장이 해야 할 역할이라곤 지난 12년간 무모하게 화훼사업을 주도하여 철저하게 실패에 이르게 한 결과의 진심 어린 자기반성과 대시민 사과 그리고 SPC 투자금의 손실액과 각종 명목으로 지출된 매몰예산에 대한 투명한 결산공개일 뿐이다.

 셋째, 원주시장 퇴임 후의 개인 정치 일정과 연계해 더 이상 화훼사업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마라. 퇴임 후에도 마치 추진할 수 있고 추진될 수 있는 것처럼 상처받은 다수 투자자와 시민을 호도하지 마라. 이제부터는 이들이 위로받고 치유될 수 있는 유일한 약은 지난한 '시간(Time)'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퇴임시장으로서 지난 12년의 시정 행적에 대해 겸허한 마음으로 시민의 평가와 심판을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다.

이준희 전국SRF열병합발전소대책위원장 wonjutoday@hanmail.net

<저작권자 © 원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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