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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디오 아바도(Claudio Abbado) 같은 지휘자는 없을까?

기사승인 2022.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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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주와 강원도를 이끌어갈 수장, 단체장과 지방의원 적임자는 누굴까? 연구원 경험과 지역현장을 누비면서 얻은 리더로서 적임자는 무엇보다 현장의 지혜를 만들어내는 리더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단체장 혼자 자기만의 꿈을 꾸는 단체장들이 우리 주변에 너무 많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주민들의 의견 수렴도 없이, 현장에 대한 진단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상태로 공약이 만들어지고 있다. 자기 고향을 위한사업이나 균형감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몰빵 예산투입을 치적이라고 하는 정치인도 있었다. 드러내놓고 자기사업 챙기는 것도 보았다.

 과거 소선거구제의 폐해가 문제가 된 적이 있다. 면단위 농촌에서 3선 지방의원을 지낸 분이 자기 마을 중심으로 농로를 포장했다는 일화가 있다. 실제로 당선되고 나면 권력은 당선자에게 쏠린다. 그러나 함부로 쓰면 안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투표과정에서 적임자를 찾아내고 뽑는 일이 중요하다. 적임자는 어떤 일이나 역할을 능히 감당해 낼 만한 능력과 실력을 갖춘 인물이다.

 적임자는 공약을 제대로 실천하여 성공시킬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라고 생
각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직무상의 본분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한 경우다. 그리고 개인의 사리사욕을 위해 권력을 사용하지 않는 도덕성 또한 중요하다.

 이제 우리에게도 30년간 지방자치를 경험하면서 적임자를 찾는데 어느 정도 심미
안이 생겼다. 지방자치 적임자는 좋은 소리를 만드는 지휘자와 같다. 악보대로 연
주하는 교향악단 단원으로서 주민들은 이미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휘자 없이 연주해도 될 만큼 이미 우리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그렇지만 더 창조적으로 더 좋은 소리를 만들기 위해 훌륭한 지휘자가 필요한 것이다.

 적임자는 좋은 소리를 내기 위해 각 교향악단의 소리에 집중해야 한다. 약한 부
분은 좀 더 높이고 강한 소리는 줄이고 전체 화음이 잘 연결되어 완벽한 소리를 낼 수 있는 지휘자가 우리에게 필요하다.

 그렇지만 현재 강원도 사정은 녹록하지 않은 실정이다. 농촌, 산촌, 어촌, 폐광
촌, 접경지역 등 다양한 지역문제가 산적해 있다. 그런데 그 어느 문제 하나라도 제대로 해결방안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지역소멸위기라고 하면서도 지역내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그 대안이 올바로 논의되지도 못하고 있다.

 권위를 말하는 사람에게는 권위가 생기지 않는다. 그 순간 권위주의자로 변해 독
재자가 되기 때문이다. 지휘자는 명령하는 사람이 아니고 독재자도 아니다. 단원들이 모인 공동체에서 자신이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당선 횟수가 많아질수록 독재자처럼 변하기 쉬운 것이 정치판이다. 지방자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적임자를 찾는 일은 좋은 지휘자를 찾는 일과 같다고 생각한다.

 그런 지휘자로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있다. 그
는 40여 년간 지휘자로 일하면서도 독재와 자기 미화를 경계하고 피했다. 단원들에게 민주주의에 기초한 예술가 관계를 제안했고, 평생 이 신조를 지켰다. 그는 마에스트로 나 스타 지휘자 로 불리기를 거부했다. 아바도는 이런 지휘관을 가지고 1989년부터 2002년까지 베를린 필하모닉에서 단원들과 소통했다.

 패권 지향적인 지휘자가 되지 않겠다는 아바도의 태도가 당시 베를린 필하모닉 일부 단원들에게 불안 또는 충격을 안겼다. 아바도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동반자 관계는 음악을 함께하는 가운데 부드러우면서도 단호한 지도력을 발휘하는 것이었다.
연주하면서 단원들이 서로의 음악에 귀를 기울이게 했고, 단원들도 차츰 아바도 스
타일에 적응해갔다. 그는 무대로 입장할 때 이른바 권력 의 상징인 지휘봉을 눈에
보이게 손에 쥐지 않았고, 지휘대에서 연주를 시작하기 직전에서야 빠르고 신중하
게 소매에서 꺼냈다고 한다.

 그는 연주하는 작품을 잘 알고 있어도 작품 깊숙이 더 들어갔다. 매번 연주할 때
마다 새로운 것을 찾아내고, 이미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지휘자는 끝 이라는 신념에 따라 지독할 정도로 자신을 돌아보는 독특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아바도가 베네수엘라의 저소득층 청소년 음악교육 체계인 엘 시스테마 같은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음악과 사회를 연결하려고 노력한 점에도 주목된다. 비록 실현되지 않았지만, 2010년 밀라노 공연의 개런티로 9만 그루의 나무를 요구한 일은 유명하다. 그의 관심사가 음악뿐만 아니라 인간을 둘러싼 환경과 문화에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화다.

 그는 과묵하고 요란하지 않았지만, 지휘대에서 조용한 혁명 을 이뤘다고 평가된
다. 우리 지역의 여러 가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아바도 같은 적임자 지휘자가 필요하다. 지역주민들과 소통하고 더 좋은 소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현장의 지혜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아바도와 같은 적임자가 필요하다.

김주원 상지대학교 사회적경제과 교수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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