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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보고 선택해야 할까?

기사승인 2022.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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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에 거는 판넬에 대표 공약 2∼3가지라도 제시하길 바란다. 만나는 유권자들에게 공약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 목이 쉬도록 어필하길 바란다

 요즘 출퇴근 시간에 마주하는 풍경은 마치 폭풍전야 같다. 간헐적으로 교차로에서 지방선거 후보자들을 마주치게 된다. 소속 정당과 이름을 큼지막하게 쓴 판넬을 들고 있는 모습이다.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인사하는 후보자들에게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고작 후보자 얼굴과 이름, 소속 정당 정도이다. 그나마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돼 지금은 얼굴이라도 볼 수 있다. 한 달 전만 하더라도 마스크에 가려 얼굴조차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지금이 폭풍전야라고 표현한 건 곧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되면 후보자와 선거운동원, 유세차량이 교차로마다 점령할 것이기 때문이다. 골목길에서 마주치는 선거운동원들도 참 고역이다. 산책하려 길을 나섰는데, 귀가하면 호주머니에 선거 명함이 여러 장 들어있다. 거리에 버려져 밟히는 명함도 부지기수다. 선거 현수막도 교차로를 에워쌀 게 분명하다.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날 자정에는 목 좋은 곳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고 한다. 유동인구와 차량 통행량이 많은 곳에 선거 현수막을 먼저 걸기 위해서다. 선거운동이 시작된 것도 아닌데, 벌써 짜증이 나는 건 비단 나만이 느끼는 감정은 아닐 것이다. 선거 유세차량의 거센 소음과 선거운동원들의 어색한 율동, 거리에서 나눠주는 선거 명함은 물론 차량 내 운전자와의 눈 맞춤을 위한 후보자들의 안간힘은 눈물겨울 정도이다.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다. 약 20년 전에는 학교 운동장에서 선거 유세전이 열렸다. 햇빛 가리개가 있는 단상에는 후보자들이 의자에 앉아있고, 선거운동원들은 뙤약볕 아래 열을 맞춰 운동장에 앉아있었다. 선거운동원들은 자신의 후보자가 단상에 섰을 때는 우레와 같은 응원을 보냈고, 다른 후보자가 유세를 위해 나섰을 때는 야유를 보냈다.

 지금 생각해보면 과연 그런 선거운동이 필요했을까 의구심이 든다. 물론 선거운동원이 아닌 유권자들도 더러 있었지만 도열을 맞춰 앉아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선거운동원 내지 가족, 정당인들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박수 소리가 큰 후보자가 당선되는 것도 아닌데, 다들 경쟁심리에 목이 쉬어라 응원하던 기억이 난다. 

 그로부터 20년이 흐른 현재 선거운동은 어떤가. 여전히 그들만의 리그가 펼쳐지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유세차량의 스피커 소리가 우렁차다고, 선거운동원들의 율동이 활기차다고 그들의 후보를 뽑을 것인가. 20년이나 지났는데도 선거운동 방식은 변화가 없으니 답답하다.

 유권자들이 알고 싶은 정보는 후보자 이력과 평판, 그들이 내세우는 공약일 것이다. 도지사, 시장 후보는 그나마 언론 보도를 통해 공약을 알 수 있지만 시·도의원 후보자들은 그마저도 알기가 어렵다. 중앙선관위 홈페이지에서도 후보자 공약은 알 수 없다. 

 후보자 공약을 확인할 수 있는 건 선거에 임박해 집으로 배달되는 선거 공보물이 고작이다. 그런데 공보물 속 공약이란 게 온갖 좋다는 것은 모두 제시하고 있으니 어떤 상품을 구매해야 할지 헷갈린다. 진위를 파악하기는 더욱 어렵다. 지방선거 후보자들은 원주시 발전과 원주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겠다고 출마했다. 그렇다면 철저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 정당의 경선 과정에서 일부 거르기는 하지만 정당에서마저 한 석이라도 더 차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그 과정에서 후보자의 치부는 감추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한다. 

 후보자들은 원주시민의 봉사자를 자처하고 있다. 그렇다면 목에 거는 판넬에 대표 공약 2∼3가지라도 제시하길 바란다. 만나는 사람마다 자신의 공약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 목이 쉬도록 어필해야 한다. 그것이 출마자의 본연의 자세라고 생각한다. 

김보람(가명)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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