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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년의 소회와 당부

기사승인 2022.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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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심히 공부하고, 반드시 현장을 확인해야 한다. 정책과 사업간 괴리가 없는지 꼭 확인해야 한다. 또한, 예산을 내 돈처럼 생각하고 선한 정치를 해야 한다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제8대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끝났다. 이번 지방선거는 법정 기한을 훨씬 지나 선거를 40여 일 남겨둔 시점에서 선거구가 획정되고 대통령선거가 끝난 지 3개월도 안된 시점에서 치러졌다.

 이러다 보니 대선을 이긴 정당이 모든 지방선거를 집어 삼켜 버렸다. 지방정부를 이끌어갈 후보자들의 정책이나 인물을 알릴 시간이 부족해 많은 유권자가 투표를 하지 않거나 후보가 아닌 정당에 투표하는 깜깜이 선거가 되었다.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지방의원 정당공천제 폐지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2010년 만 37세의 최연소 나이로 원주시의원에 당선된 후 3선을 했다. 지난 12년간 지역을 위해 열정적으로 의정활동을 했다. 30년 넘는 풍부한 경험을 가진 집행부 간부들을 상대하기 위해 수없는 밤을 새우며 공부를 했고 "우문현답"(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이라는 의정활동 철학을 가지고 사업현장과 민원현장을 뛰어 다니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4+5+5(민원처리기간 14일)를 실천하기 위해 민원이 발생하면 4일 이내에 현장에서 민원을 청취했다. 이후 5일 이내에 부서와 협의하여  민원인에게 중간 결과를 보고 드렸다. 보고 이후 5일 이내에 최종결과를  처리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이러한 노력은 중간 중간 처리과정에서 민원인들의 감정순화를 불러 왔고 좋은 결과든 안 좋은 결과든 민원결과에 만족하는 결실을 가져 왔다.

 지방의원들은 흔히 선출된 봉사직이라고 말한다. 봉사만이 아니라 지역 발전과 성과도 함께 이뤄야 하기에 결코 그리 편한 자리도, 그리 쉬운 자리도 아니다. 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지방선거에서 당선되신 분들께 몇 가지 당부를 드린다.

 첫 번째, 열심히 꾸준히 공부하라. 준비되지 못함이 문제가 아니라 준비되지 못했는데도 준비하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다. 필자 또한 준비되지 못했기에 "학교 다닐 때 그렇게 공부했으면 서울대 가지 않았겠어?"라는 말을 들을 만큼 열심히 공부했다.

 "예산에 모든 사업이 있다"는 말처럼 예산을 알면 모든 사업을 꿰뚫어 볼 수 있다. 첫째도 예산이요 둘째도 예산이요 셋째도 예산이다. 예산을 이해하고 파악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1년을 부단히 노력하면 2년 차에는 서서히 예산이 눈에 들어오고 사업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예산이 눈에 들어오고 사업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판단할 수 있어야 심도 있는 예산안 심사가 가능하게 된다.

 두 번째, 반드시 현장을 확인하라. 행정은 정책~예산~사업~결과라는 과정을 계속해서 반복한다. 지방정부가 시민들에게 필요한 정책을 만들어 필요한 예산을 의회에 요구하면 의회의 승인을 거쳐 사업을 통하여 정책을 마무리 한다는 이야기다.

 지방의원들은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 직접 참여하지 못하기 때문에 반드시 현장을 확인해서 정책과 사업간 괴리가 없는지, 결과는 목적에 부합하는지, 꼭 확인해야 한다. 그래야만 사업의 효과와 성과를 평가하여 사업의 지속·폐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이런 지속적인 순환기능을 통해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고 예산 낭비를 막아야 한다.

 세 번째, 예산을 내 돈처럼 생각하라. 2010년 의정활동을 시작할 당시 원주시 1년 예산이 7천억 원이 채 못되었는데 2022년 현재 1조7천억 원가량으로 확대됐다. 추경까지 합하면 12년 사이 원주시 예산이 3배가량 증가했다. 원주시의회 의원이 21명이니 1인당 900억 원 가량의 예산을 주무르는 셈이다. 

 개인에게는 900억 원은커녕 90억, 9억, 9천만 원도 큰 돈이다. 물도 목 마른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고 물찬 논보다 마른 논에 물이 필요한 법이다. 내 돈처럼 아끼고 적기적소에 예산이 반영되도록 눈을 부릅뜨고 살펴야 한다. 왜? 이는 지방의원이 존재하는 이유이지 않는가?

 마지막으로 선(善)하게 정치를 하라. "정치는 머리로 하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한다"는 말처럼 진심을 다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 똑똑함은 수백 대 일을 통과한 수재 공무원들이 대신할 수 있지만 착한 마음은 누구도 대신 할 수 없다. 

 많은 후보자가 "친하던 사람들이 내편이 아니구나" 라는 배신감에 지방의원에 당선된 이후 자기 사람들에게만 예산을 쓰는 경우가 있다. 자기 돈을 쓰는 일이 아니지 않는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니편 내편이 아닌 소외되고 그늘지는 곳에 예산이 골고루 쓰여 진다면 선(善)한 기운이 우리사회 곳곳에 스며들 것이다.

 12년간 지방의원을 하는 동안 적은 월급은 늘 가정을 궁핍하게 만들었고, 선출직이라는 직함은 누구의 부인, 누구의 자식이라는 꼬리표로 부담스러운 사회적 시선을 감내해 내게 했다. 이러한 가족의 희생이 있었기에 지난 12년간의 의정활동을 잘 마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번 지방선거에 당선된 분들에게 축하와 함께 주민을 가족처럼 아끼고 섬기며 멋진 의정활동을 펼쳐주실 것을 기대해 본다.

곽희운 원주시의회 의원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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