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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재해 대처, 사회적 돌봄 강화로부터 시작

기사승인 2022.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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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난 상황 관리에 있어 사회 취약계층을 우선 배려하는 돌봄의 획기적 전환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지역 공동체 복원과 탄소배출 감소를 위한 변화 촉진해야

 8월 중순 원주지역을 비롯한 중부지역에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많은 재난이 발생했다. 본지 8월 22일자 보도에 따르면 8일부터 4일간 내린 누적 강수량은 272.9mm로 부론면과 문막읍은 300mm 넘는 비가 집중되었다. 2명이 실종되는 인명피해와 더불어 농경지 약 70만㎡ 침수, 가축 피해, 토사유출, 하천 범람, 제방 붕괴, 도로유실 등 108건의 피해가 발생했다. 공공시설 피해 규모만 약 15억으로 추산된다. 

 원주시는 더 이상 원주가 자연재해로부터 안전하지 않다고 밝히고 조속한 피해 수습과 재해대책을 세우겠다고 한다. 시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안전을 도모하는 것이 가장 우선 업무라고 밝혔다. 당연히 옳은 말이다. 

 문제는 이러한 기상 재난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번 폭우가 늦게 온 장마가 아닌 기상이변이며 이는 기후변화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는 것이 기상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기후 변화' 또는 '이상 기후'라는 표현은 이미 현실화된 기후 위기 상황을 표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전 세계가 기록적인 폭염과 폭우, 폭설로 인한 재난을 경험하고 있다. 

 과학자들이 경고하듯이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1.5도 이하로 막지 못한다면 그 이후의 상황은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다. 아직 경험하지 못한 상황을 상상하기 쉽지 않으나 사람의 체온이 38도의 고열을 안고 살아야 하는 상황을 생각하면 지구가 겪을 문제를 조금이라도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2050년까지 지구적 차원에서 순탄소배출량을 제로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 현재 세계 각국이 제시한 탄소배출감축 목표는 설사 달성된다고 해도 기후 재앙을 막기에는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탄소배출을 말하지만 성장을 포기하지 못한 채 탄소배출권을 거래 대상으로 파악하고 있는 현실이다. 전 지구적 획기적인 정치적 합의와 실천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와 함께 현실화된 기후 재난에 대한 적응과 대응 능력을 키워야 한다. 재난적 기후 위기에 따른 피해는 공평하지 않다. 이번 폭우에서 반지하 주택에서 목숨을 잃은 안타까운 사연이 이야기하듯이 빈곤, 사회취약계층이 기후 재난의 우선적 피해자가 되고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15년까지 세계 탄소배출 증가량의 절반이 부유한 상위 10%가 배출했다고 한다. 세계 1%의 부자는 소득하위 인구 절반의 배출량 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봤을 때 남태평양의 작은 빈국들이 해수면 상승 등으로 인한 피해에 우선 노출되어 있다. 기후 재난은 빈곤과 기아 문제를 악화시킬 것이다. 기후 재난이 자연현상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문제를 동반하며 결국 정치적 노력이 필요한 이유이다. 

 한국의 탄소배출감축 노력은 경제 규모에 걸맞지 않아 국제사회에서 '기후 악당'으로 비판받고 있다. 중앙정부의 이러한 대응은 지방정부의 노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기후 재앙을 막거나 늦추기에 남겨진 시간이 적지만, 아직 우리의 인식과 대응은 여전히 안이하다. 과학기술적 혁신, 경제적 부의 창출을 통한 배출권 구매, 원전 의존 지속 등은 근본적 대안이 될 수 없다. 

 원주시는 재해복구와 예방을 위한 의지를 표명하며 원주천 댐 건설을 통해 홍수 방어 능력을 키우겠다고 한다. 원주천 댐 건설은 계획 입안 당시부터 많은 논란이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사업이 진행되어 완공을 앞두고 있지만 댐 건설이 근본적 홍수 대책이 될 수 없다. 환경과 생태계를 위협하는 인위적 조치는 결국 또 다른 환경적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 

 무엇보다 이상 기후에 따른 재난 상황을 관리하는 데 있어 사회 취약층을 우선으로 배려하는 돌봄의 획기적 전환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지역 공동체의 복원과 탄소배출 감소를 위한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촉진해야 한다. 

 8월 폭우 피해는 기후 위기의 일부이자 우리 공동체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1972년 남한강 홍수로 인한 재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천주교 원주교구와 장일순 선생이 함께한 재해복구 사업은 협동조합과 공동체의 정신을 길러내는 중요한 계기와 토대가 되었다. 피해 복구가 단순히 물질적 복원과 피해 보상에 그치지 않고 생명과 공동체 정신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김형종 연세대 미래캠퍼스 국제관계학과 교수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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