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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금융, 자본 조달도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기사승인 2022.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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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적경제 기금을 사회적경제 방식인 연대와 협력으로 만들어 보기로 했고, 석 달도 안돼 연말까지를 목표로 했던 1억 원의 돈이 모였다…사회적금융을 위한 최소한의 종잣돈이 만들어진 것이다

 강원도 사회적경제조직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1억 원이 넘는 공제부금을 조성했다. 사회적경제 활성화에 걸림돌로 거론되곤 하는 자본 조달 문제를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해결해보자는 의지가 만들어낸 성과이다. 사회적경제는 자본에 의존하지 않고 사람들의 필요와 열망을 조직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그러나 자본에 의존하지 않는다고 해서 자본이 필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자본을 어떻게 조달하느냐가 문제가 된다. 

 사회적가치를 추구하고 사회적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적경제조직은 훌륭한 취지에도 불구하고 조직을 운영하고, 사업을 유지 또는 확장하는 과정에서 자본 조달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뛰어난 수익모델을 갖고 있지 않은 이상 착한 시민들의 후원이나 정부나 지자체 등의 각종 지원사업에 기대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선의에만 의존해서는 안정적으로 지속할 수 없고, 당연하게도 사회적가치 실현도, 사회문제 해결도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 사회에서 일반적인 영리기업은 은행 등의 금융권이나 개인 투자자 등을 통해서 필요한 자본을 조달한다. 투자자는 상응하는 투자수익을 기대할 것이다. 영리기업은 투자자를 설득할 수 있는 수익구조를 손익계산서와 같은 재무제표를 통해서 입증해야 한다. 

 사회적경제조직은 여기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기에 손익계산서 상의 수치가 그리 좋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사회적경제조직이 영리를, 즉 이윤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고 해서 잉여를 남겨서는 안된다는 것은 아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글의 주제에서 벗어나니 사회적경제조직도 최소한 지속가능할 수 있는 수익구조가 필요하다는 정도만 언급한다) 

 사회적경제조직이 단기적인 투자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사모펀드 등의 투자자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것은 애시당초 가능하지 않다. 은행 등의 금융권 역시도 자본회수 가능성을 가장 크게 따지기 때문에 사회적경제조직에게는 문턱이 지나치게 높다. 때때로 적자이기도 한 재무제표는 대출을 떼일 우려가 큰 부실기업으로 평가될 것이다. 

 문제는 사회적경제조직의 사회적가치 실현 정도와 사회문제해결 능력이 자본조달 과정에서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투자수익율이나 자본회수 가능성 같은 영리기업 대상의 지표가 아니라 사회적경제조직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사회적금융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먼저 사회적금융을 위한 자본 - 사회적경제기금은 어떻게 마련되어야 할까? 그동안은 역시 착한 시민들의 기부금이나 정부나 지자체의 기금에 의존해 왔다. 그러나 시민들의 기부금 만으로는 규모의 확대와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정부와 지자체로서는 사회적경제 만을 최우선 순위로 두기는 쉽지 않다. 

 실제로 강원도 사회적경제 육성 지원에 관한 조례에 근거하여 2017년까지 20억 원이 조성되었던 강원도 사회적경제기금은 강원도의 각종 기금이 통폐합되는 과정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2018년 강원도 평창 동계올림픽의 영향이 주요한 원인이었다.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이다. 

 (사)강원사회적경제연대는 산하에 사회적금융위원회를 설치해 당사자 및 강원도, 전문가들과 수차례 회의를 통해 사회적경제 기금도 사회적경제 방식, 연대와 협력으로 만들어 보기로 했다. 십시일반의 정신으로, 몫돈을 만드는 공제부금 형태를 선택해서 지난 6월부터 사회적경제기금 조성사업을 시작했다. 월 5만 원에서 100만 원까지 각자의 형편에 따라 공제에 가입하기 시작했고, 채 석달도 안된 8월 19일에 연말까지를 목표로 했던 1억 원의 돈이 모였다. 공제약정액은 이미 3억 원을 넘어섰다. 

 소소하더라도 고금리 시대에 기대할 수 있는 이자수익을 기꺼이 포기하고, 자본이 필요한 동료기업을 위해 우리들 스스로가 만들어낸 아름다운 성과다. 

 사회적경제조직, 당사자들의 이런 자조적인 노력에 강원도에서도 1억 원의 정책자금을 매칭하기로 했다. 공제실무운영기관인 (재)밴드에서도 1억 원의 자금을 보태서 총 3억 원, 기금의 규모는 3배로 늘어났다. 강원도의 사회적금융을 위한 최소한의 종잣돈, 마중물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 소중한 기금은 자본이 필요한 강원도 사회적경제조직에게 저리로 신속하게 조달될 것이다. 기금의 규모를 더 키우고 전문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강원도의 사회적금융기관을 만드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이다. 그리 먼 미래의 일은 아닐 것 같다.

조세훈 (사)강원사회적경제연대 사무국장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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