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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만들기 환상

기사승인 2022.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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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는 지역 스스로 집행하고 책임질 수 있는 능력을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지역인재 키우고 지역주민이 지식과 경험 축적해 지원 이끌어내야

 지역소멸 문제를 외지인, 전문가의 힘으로 해결한다는 것은 환상이다. 지역재생의 방향은 주민이 정한다.

 서울지역의 일반계 고등학교인 도봉고등학교가 폐교되기로 결정됐다. 서울 도심 초등학교들이 폐교된 사례들은 있지만 고등학교 폐교는 첫 번째 사례라고 한다. 인구소멸이 구체화 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는 물론이고 노동인구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원주를 포함한 일부 도시들은 유입인구로 인해 다소 늘고 있지만 그것도 신도심 일부 지역의 팽창이 전체규모를 늘리는 추세고 기타지역은 빠르게 소멸하고 있다.

 인구소멸이라는 단어가 다소 격한 표현이기는 하지만 삶의 환경이 대부분 규모의 경제를 중심으로 구축되다 보니 인구가 줄어듦으로 인해서 주변 환경 여건도 함께 변화되거나 사라진다는 측면에서는 소멸이라는 단어가 상징적일 수는 있겠다. 인구가 줄어든다고 병원, 학교, 도서관 등 인프라가 필요하지 않은 게 아닌데도 경제성과 비용 대비 효율만 따지는 사회에서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어찌 됐든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공공사업은 오래 전 부터 진행되고 있다. 심지어 70년대 새마을운동을 시작으로 새농촌건설, 도시재생, 문화도시, 마을만들기 등 이름은 다르지만 지역 재생이라는 목표는 다르지 않고, 시대변화에 따른 방법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여러모로 우리 사회와 닮아있는 일본의 지역재생 사업도 비슷한 궤도를 그려왔는데 그 사례를 연구한 젊은 기획자의 저서 《마을만들기 환상-지역재생은 왜 실패했는가》를 눈여겨 볼 만하다. 그가 제기한 실패의 여러 요인들이 있지만 현재 한국 사회의 지역재생 사업도 실패하고 있다는 기시감을 갖게 한다.

 그가 저서에서 꼽은 인상적인 내용 중에는 실패하고 있는데 아무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이유로 지역재생이 당사자들의 생존과 연결된 주체성을 전제로 하지 않고 '지원금'에만 기대거나 '성공사례' 만을 쫓아가는 방식에 큰 문제를 제기한다. 예컨대 지역재생 계획 대부분은 외부 연구용역을 통해 수립한다.

 지역 주체들의 자발적 활동을 통한 경험과 연구의 결과들을 지역 내에 안착시키지 못하는 구조다. 해외의 성공사례를 열거하며 지역재생 사업이 성공할 것이라는 결론을 전제로 환상만을 심어주는 것은 아주 위험하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관료사회는 그럴듯한 '연구용역'을 반복적으로 발주하며 스스로 합리화한다. 연구용역 결과를 통해 다시 정부예산을 편성할 수 있는 명분을 얻고 그 예산은 다시 전문가 또는 컨설팅이라는 명분으로 외부 전문가라고 지칭하는 이들에게 여러 경로로 분산돼 흘러간다.

 전국적으로 사업명은 다르지만 지역재생 사업을 하는 곳은 수없이 많다. 비슷한 국내외 성공사례들이 소개되며 모두 그렇게 될 수 있다고 주문을 외운다. 벤치마킹한다고 지역정치인, 관료, 시민사회 관계자 할 것 없이 해외 시찰 길에 나서지만 정작 지역 주체의 생존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환상만을 갖고 돌아온다. 

 저자는 중앙정부 사업예산을 따오는 데 급급한 지방정부들이 결국 그 예산을 컨설팅 등 외주 업체를 통해 다시 외부로 흘러가게 만드는 건 의미 없는 일이라고 일갈한다. 외부인에게 의지하려는 구조로는 책임을 지려는 사람이 나올 수 없으며, 지역 스스로 집행하고 책임질 수 있는 능력을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얘기한다. 해결방안으로는 지역인재를 키우고 당사자인 지역주민이 지식과 경험을 축적해 독자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지원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한다. 

 문막 후용리에 터를 잡고 창작공간을 운영한 지 20여 년이 됐다. 지자체, 시민사회, 지역연구자들이 사례 연구차 방문하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다. 그들의 질문 중 상당수는 "지자체로부터 지원을 많이 받는 것 같다?"가 늘 첫 번째다. 대답은 늘 한결같다. "어느 지역이든 지역 내에서 주체적으로 생존하고 성공한 사례들은 지원하지 않는다. 이런 자생적인 사례가 지역 내에서 가능하다는 게 알려지면 지역재생의 카르텔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저자 기노시타 히토시는 말한다.

원영오 연출가/극단노뜰 대표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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