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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기사승인 2022.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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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차장은 어디에나 있고 돈만 있으면 만들 수 있지만 아카데미 극장은 돈이 있어도 다시 만들 수 없다…여론조사는 납득 가능한 방식으로 추진돼야 승복할 것

 KTX를 타니 'KTX 매거진'이 비치돼 있다. 무료함에 뒤적이던 잡지에서 '영화관을 부탁해'라는 제목의 아카데미 극장에 대한 글을 발견했다. 이제 아카데미 극장은 원주를 넘어 전국에 널리 알려진 공간이 됐구나 하는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글에는 원주의 단관극장이 모두 허물어지고 사라지는 동안 원형을 간직한 채 남아 있는 아카데미 극장은 원주에서는 물론 전국적으로도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단관극장 건물 중 하나로 꼽힌다고 하며 아카데미극장을 배경으로 한 영화도 소개하였다. 

 1963년 문을 연 아카데미 극장은 2006년 폐관 후 활용방안을 찾지 못한 채 방치돼 있다 이후 단관극장이라는 아날로그 추억이 사라질 위기를 맞자 2016년 지역사회에서 문화자산으로 보존하자는 움직임이 일면서 보존·재생 사업이 활발히 추진됐다. 이에 힘입어 원주시는 올해 1월 시비 32억 원을 들여 아카데미 극장 건물과 토지 매입을 마쳤고, 재생 사업을 위한 연구용역까지 완료됐다.  

 그런데 원주시가 문화체육관광부 2023년 유휴공간 문화 재생사업에 선정돼 가내시된 아카데미 극장 리모델링 국비 15억을 예산에 반영하지 않아 반납될 상황에 놓였다.

 지난 15일 원주시의회 시정질문에서 원강수 시장은 "본 사업이 진행될 경우 리모델링 사업에 60억 이상, 위탁 운영비 등 최소 2억 원 이상이 매년 소요될 것이며 추후 시설 운영 경비는 지속적으로 늘어나 시 재정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며 "사업추진 여부를 우선 결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충분한 내부 숙의 과정과 공개적인 여론조사를 통해 결정 후 이에 따른 행정절차를 추진해 나가겠다"고 답변했다. 

 원주시장직 인수위원회에서 아카데미 극장 보존 사업에 대한 재검토 의견이 나오고 인수위원회 부위원장 역할을 하셨다는 분이 지역언론에 "아카데미극장은 매입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제목으로 기고를 하며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접근성이 용이하도록 주차장으로 활용하는 것을 제안한다고 밝히기도 했던 만큼 이번 문체부의 가내시된 사업비를 받지 않은 것은 아카데미 극장 철거·주차장 조성이라는 수순을 밟기 위한 조치가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우리 주변에 다양한 형태로 발생되는 유휴공간은 지역주민과 함께 살아온 삶의 한 축으로 사회적 의미와 가치를 담고 있다. 유휴공간 문화재생은 기능을 잃고 버려진 이 공간들의 흔적과 가치를 발견하고, 문화적 가치를 활용하여 지역의 문화거점 공간으로 발돋움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역의 장소적 가치와 의미가 있는 유휴공간이 문화예술적, 도시적, 환경적, 인간적인 접근 등 재생의 목적에 맞게 체계적으로 조성·운영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그런 문화재생 공간으로 아카데미 극장이 선정됐다는 것은 국비를 지원할 만큼 가치가 있다는 반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32억을 들여 매입한 아카데미 극장 보존 사업을 재정 부담을 이유로 들어 재검토 하겠다고 하는 것은 중앙정부는 원주시장 만큼 재정의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한다고 보는 것인지 그도 아니라면 전임시장이 진행하던 사업이라고 해서 '지우기'를 하려고 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원주시장의 이름으로 중앙정부에 요청했던 예산을 또 다시 원주시장의 이름으로 거부하는 것은 누가 봐도 다분히 이율배반적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한정된 재원을 보다 효율적이고 균형있게 배분하려고 하는 것은 원주시장으로서 당연한 책무이다. 사라져가는 단관극장을 살려 원도심 활성화의 거점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자발적으로 오랜 시간 노력해 온 시민사회의 의견에 관심을 갖고 시정에 반영하는 것도 시장으로서의 책무이다. 최소한 먼저 이해당사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이 시민과 함께하는 원주시장의 태도이다.  

 그들만의 내부 숙의가 얼마나 숙의로울지? 어떻게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하는 여론조사 방식으로 도출된 결과가 얼마나 공정성을 확보하고 시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숙의 과정은 시민이 참여하여 공개적이고 투명한 방식으로 충분한 논의과정을 거쳐야 진정한 숙의민주주의이다. 여론조사를 한다면 민·관·전문가가 포함된 누구나 납득 가능한 방식으로 추진되어야 결과에 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아카데미 극장'을 허무는 것은 쉬울지 모르나 '아카데미 극장'을 다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주차장은 어디에나 있고 돈만 있으면 만들 수 있지만 아카데미 극장은 돈이 있어도 다시 만들 수 없다.

용정순 사회적협동조합 틔움연구소 대표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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