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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요양원을 다녀오면서

기사승인 2023.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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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노인요양원 세 곳을 다녀왔습니다. 가정간호 받는 어르신에 대한 대면 진료였지요. 노인요양원이나 집에서 가정간호 서비스를 받는 어르신은 3개월에 한 번씩 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하거든요. 가정간호는 집이나 요양시설에서 콧줄(비위관) 교체, 요도관 교체, 욕창 치료, 영양수액제 주사 등이 필요한 경우 전문 간호사가 직접 가서 도와드리는 사업입니다. 고령화가 심해지면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요.

 그리고 저는 지금 두 곳 요양원의 촉탁의로서 진료도 다니고 있는데 요양원에 계신 어르신들은 한 달에 두 번씩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그러니까 왕진도 다니고 요양원도 다니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재택 의료돌봄사업에 참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네요.

 여러 노인요양원에 다녀보면 작고 열악한 시설도 있지만 대부분 시설이 대형화되고 고급화되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원주에 노인시설이 많아지고 점점 경쟁이 심해지고 있음을 말해주는 거지요. 고령사회가 되면 노인산업이 번창한다는 사회복지 공부할 때의 생각이 나기도 하고 사회변화를 실감하기도 합니다. 

 한편 시설에 계시는 어르신의 행복감 삶의 질 향상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고 있을까, 지금 우리 사회가 시설의 겉모양에만 관심을 가지고 경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노인 의료와 복지에 관심이 있는 사람으로서 우려가 됩니다. 인간적인 돌봄은 어떤 것인가 생각하게 되지요. 급격히 고령사회가 되어 갑자기 많아진 노인시설들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개인의 존엄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솔직히 걱정스러워집니다. 

 몇 년 전 일본 치바현의 어느 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요양시설을 방문했을 때 80여 명이 계신 시설에서 콧줄로 음식 섭취를 하는 어르신은 찾아볼 수 없었고 기저귀 사용하는 어르신도 3명밖에 없었던 것에 놀랐습니다. 그리고 모두 1인실이고 1대1 케어를 받고 있었죠. 우리나라와는 너무 비교가 되어 몹시 부러웠던 적이 있었습니다.

 인간적인 돌봄이 요양의 핵심인데 수익과 효율을 중시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떻게 하면 가능할까. 대형화되고 기업화된 시설에서는 가정적이고 인간적인 돌봄은 생각하기 어려워지거든요. 그래서 정부에서는 최근 소규모시설을 권장하고 살던 집에서 요양을 받는 재택돌봄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몇 년 전 다니던 요양원에서의 생각이 떠오릅니다. 파킨슨병을 앓던 60대 여성 환자는 점점 근육이 마비되어 결국 식사를 못 하게 되었어요. 요양원에서는 콧줄에 의한 급식 결정을 해야 하는 거였죠. 환자에게 의사를 물었더니 환자는 거부했어요. 물론 말은 못 하지만 의식은 또렷했고 얼굴과 눈의 표정으로 분명히 의사를 전달했죠.

 몇 번을 물었습니다. 콧줄로 음식 섭취를 안 하면 몇 주 안에 돌아가신다고…하지만 그녀는 변하지 않았어요. 1주일 뒤에도 다시 확인했지만 흐려지는 그녀의 동작이지만 분명했어요. 저는 말했어요, 잘했다고 편안히 계시라고 말입니다. 그녀의 눈빛에서 고맙다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어요. 저도 이렇게 죽을 거라고 속으로 말했죠. 그러고 며칠 뒤 돌아가셨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잠시 존엄사를 생각했지요. 존엄사는 무엇인가. 본인의 의사를 끝까지 존중해주는 것이 아닐까. 자연사도 생각하게 됩니다. 때가 되면 죽는 것이 자연의 섭리인데 현대사회는 죽음도 너무 인위적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입니다.

곽병은 밝음의원 원장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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