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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에게 '보통의 삶'을…

기사승인 2023.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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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휠체어를 타야 이동할 수 있는 장애인들에게 외식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비장애인들은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 가서 식사할 수 있지만 휠체어를 타야 하는 장애인들은 생각해야 할 것이 많기 때문이다.

 우선 그들이 갈 수 있는 식당이 제한돼 있다. 2층 이상에 있는 식당은 대부분 이용이 불가능하고, 1층이어도 출입구에 턱이 있거나 계단이 있으면 안 된다. 식탁도 입식 좌석으로 되어 있어야 한다. 

 이동도 문제다. 휠체어 장애인은 일반택시를 타기 어렵다. 휠체어를 실을 수 있는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장애인 콜택시가 있지만 충분하지 않다 보니 1시간 이상 기다려야하는 경우가 많다.

 저녁식사 약속은 거의 불가능하다. 야간에는 콜택시 운행이 많지 않아 많은 시간을 도로에서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비장애인들에게는 일상처럼 이루어지는 외식이 휠체어 장애인에게는 큰맘 먹어야 할 수 있는 일이다.

 지난 10일 원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은 향후 5년간 복지관 운영의 지표가 될 새로운 미션을 선포했다. 미션은 '내가 만들고 우리가 함께 만드는 보통의 삶'으로 설정했다. '보통의 삶'은 장애인들의 현실과 장애인 복지정책의 방향을 어디에 둬야 하는지를 함축적으로 이야기해주고 있다.

 정치인들은 장애인 단체를 방문하거나 장애인 행사에 참석하면 흔히 '장애인이 행복한 도시'를 만들겠다고 공언한다. 하지만 이러한 공언은 장애인들에게는 듣기 좋은 미사여구에 불과하다. 장애인들이 절실하게 원하는 것은 비장애인들이 일상으로 누리고 있는 '보통의 삶'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나 지방정부는 지체장애인들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휠체어 장애인들이 체감하기에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규모가 있는 공공시설들은 예전보다 장애인 편의시설이나 이동 편의가 잘 갖춰져 있지만 도로, 골목길, 민간시설 등 장애인들이 일상생활에서 매일같이 부딪쳐야 하는 곳은 여전히 장애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에 원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은 장애인들의 '보통의 삶'을 실현하기 위해 '지역사회 공존을 위한 장애 친화적 환경조성'을 비전으로 설정하고, 구체적인 지표로 '단구동과 반곡동 무장애 마을 만들기'에 나서겠다고 공포했다. 우선 복지관이 위치한 주변 지역부터 휠체어 장애인들이 불편함 없이 어느 곳이든 갈 수 있게 만들어 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제는 복지관만의 노력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또한, 캠페인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이 지역에 있는 많은 건물이나 시설들을 휠체어 장애인이 출입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개선하려면 예산지원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주시의 정책적 결단이 있어야 가능하다. 원주시 전역을 무장애 도시로 만드는 것은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다.

 하지만 특정 지역을 무장애 마을 시범지역으로 정하고, 행·재정적 지원을 집중한다면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단구·반곡관설동이 수년 후 전국 도시들이 벤치마킹하러 오는 무장애 시범 마을로 재탄생하길 소망한다.

원주투데이 wonjutoday@hanmail.net

<저작권자 © 원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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