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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를 없애자

기사승인 2023.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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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크루스테스의 죽음을 기억한다면 자유로운 의사 결정을 '반조직적행위'로 규정하는 전공노의 잣대가 얼마나 위태로운지는 스스로 알 것이다

 대하소설 「태백산맥」은 해방 이후 지리산유격대(빨치산) 활동을 소작쟁의로 규정한다. 남과 북의 사상이 다르고 이 때문에 전쟁까지 치른 사회에서 그간 '반동분자'로 표현했던 이들의 활동을 '먹고살기 위한 몸부림'으로 규정한 것이다. 이를 통해 타인에 대한 이해의 공간이 열렸고 이념을 넘어 사람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 사건 규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는 장면이다. 

 원주시청 공무원노동조합(이하 원공노)은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하 전공노) 원주시지부에서 탈퇴하여 독자노조의 길을 걷고 있다. 탈퇴는 조합원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으로 이루어진 것이나 이를 대하는 전공노의 대응은 한결같다. 탈퇴를 시도한 집행부에 대한 제명, 탈퇴 무효확인 소송, 각종 고소. 원공노 탈퇴에 대한 전공노의 시선은 한 단어로 규정된다. '반조직적행위'.

 이 단어가 가진 배타적 성격은 분명하다. 전공노의 단결을 깨는 지부단위 의사 결정은 불가능하며 이를 해치는 생각을 가진 이들은 모두 '적'이다. 인식이 이러하니 탈퇴 세력에 대한 제명도, 소송도, 고소도 서슴없이 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전공노의 태도가 헌법이 보장하는 단결권을 해치고, 노동조합법이 보장하는 조직형태변경의 취지에 위배 된다는 것이다. 노동조합법에서 조직형태 변경을 인정하고 있는데 이를 시도한다는 이유로 조합원이 뽑은 집행부를 권한정지 시키고, 제명시키는 것은 위법한 태도를 넘어 노동조합의 자기부정에 가깝다. 

 원공노는 이를 바로잡기 위해 국회 소통관에서 '거대노조괴롭힘방지법' 입법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탈퇴를 시도하는 지부의 집행부를 본조에서 마음대로 권한정지, 제명할 수 없는 법적 절차를 마련해달라는 제안이었다.

 기자회견 즈음에 이미 국회에서 관련 논의가 있었고 하태경 의원을 대표로 '민노총탈퇴방해금지법'이 발의되었다. 

 이 법은 '노조의 가입과 탈퇴가 조합원의 자유로운 결정에 따라야한다'는 것으로 원공노의 제안 취지와 부합한다. 법안이 통과된다면 다양한 형태의 노조 활동이 폭넓게 보장될 것으로 기대되며, 무엇보다 원공노와 같은 사례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스신화에 프로크루스테스라는 악당이 등장한다. 자기 집에 들어오는 손님을 침대에 눕히고 침대보다 키가 크면 다리나 머리를 잘라 죽이고, 침대보다 키가 작으면 사지를 늘려서 죽였다. 자기 잣대로 타인을 판단할 때 얼마나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전공노가 탈퇴 시도하는 지부에 들이대는 잣대가 마치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같지 않은가? 하지만, 프로크루스테스가 자신의 침대에서 똑같은 방식으로 머리가 잘려 죽었음을 기억한다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반조직적행위'로 규정하는 전공노의 잣대가 얼마나 위태로운지는 스스로 알 것이다.

이승호 원주시청 공무원노조 대변인 wonjutoday@hanmail.net

<저작권자 © 원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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