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의회가 초유의 흑역사를 만들었다. 전국 지방의회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파행의 역사를 만든 것이다. 제240회 임시회가 개회한 지난달 19일 제1차 본회의부터 파행했다. 파행의 원인은 현재 원주에서 가장 큰 이슈인 아카데미극장에서 비롯됐다. 원주시는 이번 임시회에 아카데미극장 철거와 관련된 의안과 예산안을 각각 상정했다. 문제는 상정 과정이 부적절했다는 점이다.
예산안 상정에 앞서 원주시는 시유재산 관리계획 변경안을 우선 제출했어야 했다. 아카데미극장 보전에서 철거로 원주시 방침이 바뀌며 아카데미극장 용도와 목적이 변경되는 것이어서다. 이 같은 절차적 하자를 뒤늦게 파악한 원주시는 임시회 개회 하루 전에서야 시유재산 관리계획 변경안을 시의회에 제출했다. 졸속 행정이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절차적 하자를 문제 삼으며, 제1차 본회의 등원을 거부했고, 예정돼 있던 결의안·건의안 채택과 5분 자유발언은 미뤄졌다. 제1차 본회의에 이어 3개 상임위원회도 연일 파행했다. 유일하게 문화도시위원회가 20일 열렸지만 이마저도 국민의힘 의원들만 출석한 상태에서 열려 반쪽짜리 심의였다는 지탄이 제기됐다. 21일부터는 3개 상임위에서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 심의가 예정돼 있었지만 양당 간 힘겨루기로 무산됐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원강수 시정의 절차적 하자를 규탄하는 피켓을 게시했기 때문이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피켓을 제거하지 않으면 출석할 수 없다고 맞서며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 심의는 무산됐다. 26일부터 예정됐던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역시 같은 이유로 연일 파행하며 1천710억 원 규모의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은 심의를 패싱했다. 시의회 본연의 임무인 집행부 경제와 감시 기능을 상실하는 상황이었다.
이 같은 상황을 초래한 원주시는 대오각성해야 한다. 많은 시민의 눈과 귀가 집중돼있는 아카데미극장 관련 의안을 상정하면서 결정적인 하자를 발생시켰다는 건 행정 시스템에 구멍이 있다는 방증이다. 시의회에 의안을 상정하기 앞서 사전 절차를 이행했는지 점검하도록 시스템화돼 있음에도 이를 걸러내지 못한 것이다. 대우와의 원일프라자 소송에서 원주시가 패소했던 과거 사례를 소환했을 만큼 중차대한 오점을 남겼다.
이번 임시회에서 민낯을 드러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간 반목과 대립은 더 큰 문제다. 극한 대립으로 몰고 가 시의회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했기 때문이다. 구태의연한 정치 행위로 인해 시민들에게 불필요한 피로감을 유발했다는 점에서 시의회는 시민들에게 공식 사과해야 한다.
정치는 대화와 타협의 기술이다. 대화와 타협이 실종되면 극한 대립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벌써 다음 임시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이다. 양당 간 갈등이 치유되지 않았기 때문에 극한 대립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이다. 극한 대립에 피해를 보는 건 결국 시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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