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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 치악산 한우축제의 숨은 이야기

기사승인 2023.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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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가정의 달에 열리는 치악산 한우·한돈 숯불구이 축제는 평소 집에서는 숯불에 구워먹기 힘든 시민들이 가족과 함께 숯불구이를 즐기시라고 개최한다고 한다. 적자를 감수하면서…

 1년 중 어느 달보다 축제가 많은 5월이다. 원주시 역시 여러 곳에서 축제가 개최되었고, 필자는 그중 치악산 한우·한돈 숯불구이 축제(5.5~5.7)를 다녀왔다. 

 모든 축제가 그러하듯, 먹거리, 볼거리, 즐길거리가 잘 구성되었는지가 중요하고, 그것이 축제의 성패를 좌우한다. 그러나 방문객이 먹고 보고 즐기는 동안 방문객을 맞이하려고 준비하고 행사를 진행하는 사람들의 수고와 어려움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이에 축제의 숨은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한우축제 행사 관계자는 가정의 달을 맞아 시중보다 할인된 가격으로 축산물을 즐길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하지만, 과연 치악산 한우축제가 단순히 20% 저렴하게 한우를 먹고 팔기 위해서만 개최되었을까? 아니다. 축제의 의미를 원주축협 조합장님을 현장에서 인터뷰하면서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한 번쯤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글을 쓴다. 

 조합장님은 먼저 행사를 준비·진행하는 직원분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한우축제를 개최하지 않았더라면 축협 직원들도 다른 축제에 방문객으로 참여하여 가족들과 함께 즐겁게 즐기기만 했을 것인데 괜시리 한우축제를 개최하여 직원들과 직원 가족의 행복한 가정의 달 5월 첫주를 빼앗은 것 같은 미안함과 감사이다. 우리가 어느 축제를 가서든 한번쯤은 행사를 진행하는 사람들도 누구의 가족이라는 사실과 그들의 수고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먹거리인 치악산한우는 맛있었다. 우리는 흔히 '고기는 숯불에 구워야 제맛이다'라고 한다. 그러나 일반 가정에서 고기를 숯불에 구워 먹기는 쉽지 않다. 더군다나 아파트에서 숯불에 고기를 구워먹으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숯불은 고사하고 가스불에 고기를 구워 먹으려해도 냄새로 인한 민원 때문에 신경이 쓰인다. 

 그래서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끼리 모이는 기회가 있을 때 숯불에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드리고 싶었다고 한다. 단순히 한우를 홍보하기 위한 축제가 아닌 '기회의 공간' 제공이라는 숨은 뜻이 있었던 것이다.

 즐길거리인 무대공연은 어떠했을까? 프로그램을 안내하는 팜플렛도 없고, 공연하는 사람도 그리 유명하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축제라는 타이틀 치고는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것 또한 오판이었다. 원주축협은 축제를 통해 지역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인에게 크지는 않지만 공연무대를 마련하여 드리고 싶었다고 한다. 진심이 통했는지 지역 문화예술인들도 무대공연만으로도 행복하다고 한다. 

 프로그램 안내장이 없었던 것은 즉석 노래자랑, 퀴즈 등 시민이 즉석에서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구성하였기 때문이었다. 축제에 시민을 참여시키고 시민에게 다가가기 위함이었던 것이다. 지역축제에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참여하고, 시민들이 함께 즐기며 행복을 느꼈다면 그보다 성공한 축제가 있을까?

 볼거리는 없을 줄 알았다. 한우 먹고, 노래 듣고 그것이 전부인 줄 알았는데, 행사장을 둘러보니 포토존이 있었다. 왠 한우축제에 조롱박 등불 포토존이지? 하는 순간, 또 한번 축제의 숨은 의미를 알게 되었다.

 원주축협은 축산업 뿐만아니라 농업 발전에도 힘쓰고 있었다. 원주에서 생산한 농산품인 조롱박으로 만든 예쁜 등불을 축제에 오신 방문객들에게 알리고 싶었다고 한다. 원주 조롱박은 지정면 가곡리에서 생산되며 한여름에는 조롱박 빛축제도 개최한다고 한다. 농촌발전을 위하여 함께 윈윈하는 전략이다. 이번 여름에는 가곡리 조롱박 빛축제에 가봐야겠다.

 우리나라는 유난히도 '소고기'에 대한 '한'이 있다. 일제 강점기 소고기는 일본으로 수출하고 우리나라 사람은 남은 뼈다귀로 곰탕을 끓여 먹고, 잔치가 열리면 소머리국을 끓여서 많은 사람이 배불리 나눠 먹었다. 우리 부모님들은 소 팔아 자식들을 대학에 보냈다.

 그러나 세대가 변했음에도 여전히 한우는 쉽게 먹기는 힘든 음식이다. 그것을 알기에 공식적인 치악산 한우축제는 10월에 하지만, 5월 가정의 달에 시민들이 가족과 함께 야외에서 숯불에  맛있게 즐기시라고 작은 치악산한우 축제를 개최한다고 한다. 직원들의 수고와 희생, 그리고 적자를 감수하면서…그 숨은 의미를 시민들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이공주 시민논객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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