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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문화는 죽었다'

기사승인 2023.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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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시대까지 축적된 문화는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후대로 전달되며, 후대에서 새롭게 창조된 문화로 변화하고 발전…문화는 지속 발전해 가는 것이다

 

 세월이 한 번 바뀌었을 뿐인데 '원주문화는 죽었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법정문화도시가 멈췄고 원주의 정신적 지주였던 무위당 장일순 선생을 근간으로 만들어진 생명협동교육관이 감사 지적과 함께 문을 닫았다. '한지전시체험관과 한지테마파크도 행사가 축소되고 단축되었다.'는 소리가 들린다.

 원주시민의 추억과 문화가 배어있는 아카데미극장은 재생을 꿈꾸다가 사지를 헤매고 있다. 창의문화도시지원센터는 그동안 시민이 프로그램을 만들어 문화를 체감할 수 있었는데 보조금 중단으로 그것을 운영하던 사람들도 산산조각이 났고, 그곳의 문화를 즐기던 시민들은 맨붕 상태다.

 원주의 젊은이들이 도시재생을 공부하고 배우며 어른들과 함께 아카데미극장을 이 땅의 문화유산으로 보존하고자 애를 쓰면서 지난해 '아카데미 100인 100석 프로젝트'를 통해 짧은 시간에 놀라운 기금이 모이는 등 눈물겨운 활동을 해왔다. 그런 젊은이들이 지금은 벌판으로 내몰려 아카데미극장을 살려달라고 애원하고 있다. 

 문체위 소속 류호정 국회의원이 아카데미극장을 둘러보기 위해 원주를 방문했지만 '원주시는 승인과 불허를 번복하다가 결국 출입문을 굳게 잠그고 문전박대했다.'고 한다. 중앙정부의 국고보조금을 지원받으려면 찾아가서 사정을 해도 션찮을 판에 어쩌자고 스스로 찾아온 국회의원을 문전박대했는지 웃지 못 할 해프닝이 벌어지고 말았다. 

 지역의 문화수준은 그것을 담당하는 관료들의 수준과 버금간다. 그런데 지금 항간에는 '문화의 문자도 모르는 사람이 원주의 문화를 주무르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문화의 놀이터를 새로 만들어 주지는 못할망정 있는 놀이터마저 철거하려는 심사는 도대체 무슨 심사인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아카데미극장 주위의 일부 상인들이 '낡은 건물'을 이유로 '철거를 주장한다.'고 하는데 과연 그들은 구도심재생사업으로 보존을 결정할 때 어디에 가있었는지, 또 지금에 와서 '예산과 붕괴위험'을 주장하는데 언제부터 당신들이 원주시민의 세금과 안전을 걱정했는지 묻고 싶다. 당신들이야말로 구도심의 상권 활성화를 위해 철거반대를 강력히 외쳐야할 사람들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다. 

 매입과 보존이 결정된 안건이 어떻게 재상정을 통해 하루아침에 철거로 뒤바뀌는지 절차와 과정에 잡음이 불거지고 있는 모양새다. 이미 오래전에 결정 난 사안을 하루아침에 손바닥 뒤집듯이 바꾸는 절차가 적법한 건지, 일사부재리의 원칙은 적용이 되는 사안이 아닌지 시의원님들이 알아서 하실 테지만 철거를 위한 찬반표결이 소속정당별로 어떻게 그렇게 극명하게 갈릴 수 있는지 신기할 뿐이다.

 '오직 시민만 바라보겠다.'던 후보시절 의원님들의 초심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작금의 사태로만 본다면 당신들은 '단체장만 바라보는 거수기,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는 시민의 소리 또한 외면할 수 없을 것이다. 당신들이 아카데미극장 철거를 의결한 논리대로라면 로마의 원형극장도 파르테논신전도 철거해야할 낡은 구조물에 불과한 D등급 건조물일 뿐이다. 

 원주의 선출직 일꾼들에게 부탁드린다. 원주의 문화, 특히 아카데미극장 문제는 시민의,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시각으로 봐라봐야 한다. 정치적 쟁점이 되어서도 흑백논리로 접근해서도 안 된다. 자칫 감정대립으로 서로에게 상처를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선거 때 도와준 일부 상인들의 말 한마디가 원주시를 주무르는 정책이 되어서도 안 된다. 지도자의 사적인 가치관은 시민의 의견을 아우르는 공적인 가치관으로 바뀌어야 한다. 

 전 시대까지 축적된 문화는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후대로 전달되며 이는 후대에서 새롭게 창조된 문화로 변화하고 발전하여 또 다음 세대로 전달된다. 인간의 문화는 이렇게 지속적으로 발전해 가는 것이다.

 코흘리개 어린 시절에 1환짜리 지폐를 들고 영화 「저 하늘에 슬픔이」, 「사격장의 아이들」, 「빨간 마후라」, 「광야의 호랑이」, 「콰이강의 다리」를 보러 가던 이야기는 아카데미극장이 존재할 때 들려줄 수 있는 문화이다. 아카데미극장에서 시공관을 지나는 길목은 원주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았던 거리였다. 원주문화원이 있었고, 박사주점, 서울다방, 코롬방, 김내과, 조산파, 최약방, 제일문구점이 있었고, 양장점, 편물점 언니들은 군인아저씨들과 영화를 보면서 데이트를 즐겼던 거리였다.

 그때의 영화관은 단관극장이었기에 한 번 들어가서 두 번을 보던 세 번을 보던 상관이 없던 시절이다. 통행금지가 있던 시절, 밤 11시에 마지막 영화상영이 끝나면 주위의 선술집과 다방은 손님 받으랴 문 닫을 준비하랴 분주해진다. 아카데미극장이 존재하기에 들춰볼 수 있는 문화들이다.

유창목 원인동 주민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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