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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산업 무작정 뛰어들면 시작하자마자 퇴출"

기사승인 2023.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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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도와 원주시는 지난 23일 한라대에서 '강원도 반도체 후공정 산업 육성방안' 포럼을 개최했다.

23일 '반도체 후공정 산업 육성방안 포럼'
후발주자 원주, 선두주자 따라잡기 불가능
반도체 산업 게임체인저 발굴하는 것 중요
최소 10~20년 바라보고 산업 육성할 필요
.

"반도체 아무나 하는 것 아닙니다. 수십 년 노하우를 쌓은 업체도 미래 목표를 향해 재빨리 전진해야 하는데, 이제 뭔가 하겠다고 덤벼들면 망하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다고 마냥 반도체 산업을 포기할 수도 없습니다. 이 갭(Gap·격차)을 어떻게 줄일지 우리 모두가 고민해야 합니다"

지난 23일 한라대에서 열린 '강원도 반도체 후공정 산업 육성방안 포럼'에서 명지대 반도체공학과 홍상진 교수가 한 말이다. 한라대를 중심으로 반도체 후공정 산업을 육성하자는 제안에 이같이 언급한 것. 홍 교수 외에도 전문가들은 과감한 투자와 끈기 없이는 반도체 산업 육성이 힘들다고 조언했다. 

반도체 제작 공정은 크게 설계(팹리스)와 생산(파운드리), 팩키지·테스트(OSAT) 과정으로 나뉜다. 인텔이나 AMD 같은 회사들이 용도에 맞게 반도체를 설계하고 삼성이나 SK하이닉스에서 생산하면, 후공정 업체에서 이를 팩키징해 완제품으로 판매하는 구조다. 

원주시는 반도체 생산(파운드리) 클러스터 구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유치해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것. 그런데 전문가들은 반도체 후공정 산업에 더 눈을 떠야 한다고 말한다. 전공정(팹리스·파운드리)은 진입장벽이 높아 성공확률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진입장벽이 낮지만 중요성은 큰 후공정 산업에서 활로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원주가 자동차부품 생산에 특화된 도시인 만큼 차량용 반도체 산업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이런 의미에서 지난 23일 개최된 것이 반도체 후공정 산업 육성방안 포럼이었다.

한라대 서현곤 산학부총장은 "전문가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고 올바른 방향을 찾는 게 대학의 기능"이라며 "반도체 후공정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강원도가 잘하는 일, 해야 할 일을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 나온 전문가들은 반도체 산업이 만만한 일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이제 막 반도체 산업을 시작하겠다고 선언한 원주가 산업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 '게임체인저'(Game Changer)를 발굴하고 이를 위해 끊임없이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주)프린솔 정관식 대표는 "반도체 칩(Chip)하나 설계하는 데 5억 달러(6천600억 원)가 필요하고 이를 생산하는 팹 공장을 하나 지으려면 70조 원이 들어간다"며 "후공정은 전공정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은 것이 사실이지만 이도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최첨단(advanced)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후발주자가 이 사업을 실현하려면 경쟁업체들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그 업체들을 극복할 수 있는 게임체인저가 준비돼 있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선두주자의 시장장악력, 제품경쟁력, 기술력, 자본력을 극복할 수 없고 시작하자마자 시장에서 퇴출되는 운명을 맞이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명지대 홍상진 교수도 비슷한 말을 했다. 그는 정부가 용인에 반도체산업 클러스터를 육성하는데 전문 식견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교수는 "반도체 장비 하나가 50억 원, 조금 비싼 장비가 2·3천억 원 하고 (생산) 라인 하나 만드는데 10조 원이 필요하다"며 "회로 설계 하나 완성하는데 그렇게 큰 비용이 필요한 데 어떤 회사가, 어떤 정부가, 어떤 지자체가 쉽게 나설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그럼에도 반도체 산업을 굳이 추진한다면 "최소한 10년에서 20년 후에 성공할 수 있는, 거기까지 힘을 잃지 않고 누군가가 바톤을 꾸준히 이어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원주가 그런 아이템, 그러한 분야로 반도체 산업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원도 반도체 후공정 산업 육성방안 포럼은 강원도와 원주시가 주최하고 한라대와 강원연구원이 주관했다. 정광열 강원도 경제부지사, 김태훈 원주시 부시장, 서현곤 한라대 산학부총장이 등이 참석했다.

이날 포럼에서 (주)코리아써키트 이규원 상무이사는 '반도체 후공정 산업동향'을, (주)프린솔 정관식 대표는 'Advanced Flip Chip 패키지 조립 기술'을, 명지대 홍상진 교수는 '국가 반도체 특화산업단지 조성 계획에 따른 강원도 반도체 후공정 산업 연계 방향'을 발표했다.

최다니엘 기자 nice4sh@naver.com

<저작권자 © 원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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