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언어도단과 합리적 의사결정

기사승인 2023.06.05  

공유
default_news_ad1

- 구전과 SNS에서 아카데미극장 보존 시민을 비난하다 이제 지면에까지 잘못된 정보가 오른다. 칼럼이라고 사실확인도 없이 무엇이든 쓸 수 있나

 

 아카데미극장과 관련된 언어도단의 몇 가지 예를 들어본다. 

 1. 복원. 작년 8월 민선8기 인수위원회에서 아카데미극장 사업을 칭하면서 사용한 '복원'은 '원래대로 회복함'을 말한다. 인수위가 아카데미극장 관련 논의를 조금이라도 살펴봤으면, '복원'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100인 토론회와 워크숍을 통해 시민들은 '복원'이 아니라 '역사를 간직한 새로운 문화공간'을 원했다.

 '아카데미의 친구들'은 인수위가 '복원'이라는 말을 쓴 다른 이유가 있는지 궁금해서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 원주시는 "인수위가 집행기관에 요청한 자료목록상으로는 아카데미극장과 관련한 자료 요청 및 회신이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고 밝혔다. 인수위는 원주시의 현안보고 외 아카데미극장 재생의 논의과정을 살펴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2. 숙의. '깊이 생각하여 충분히 의논함'을 말한다고 한다. 혼자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의논한다는 것은 의논의 상대가 있다는 것이고, 나와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이면 의논할 이유가 없다. 다른 의견을 충분히 듣고 깊이 생각한다는 것이 숙의이다. 원주시는 숙의과정을 밝힐 수 없다고 정보공개를 거부했다. 

 3. 부지. 원주시는 올해 1월부터 아카데미극장 '부지'라는 말을 쓰기 시작했다. '부지'란 '건물을 세우거나 도로를 만들기 위하여 마련한 땅'이라고 한다. 아카데미극장이 버젓이 잘 서 있는데 왜 굳이 '부지'라는 말을 쓰는걸까. 

 언어도단은 깊은 깨달음의 경지를 표현하기도 하지만, 보통은 '말문이 막히는 것'을 뜻한다. 놀라움도 있지만,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의 다른 결론을 이야기 할 때 쓰는 말이다. 위 세 단어는 2022년 매입과 안전진단, 활용방안 연구, 국비선정이라는 과정을 거쳐가던 아카데미극장이 2023년 철거라는 결정을 맞이한 이유를 보여준다. 시민들의 바람과 다른 '복원', 상대가 없는 '숙의', 있는 극장을 없듯이 이야기하는 '부지'라는 말은 철거라는 결론만을 향하고 있었다. 

 '아카데미의 친구들'은 합리적 의사결정을 위해 시정정책토론을 청구했다.  토론을 진행한다고 자신의 선택을 쉽게 바꾸는 경우는 흔치 않다. 다만 토론을 통해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고, 이해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는 것이 여러 숙의과정을 통해 입증되어 왔다. 또 그 과정이 아카데미극장이 시민 속에서 자리잡는 과정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첨언으로 본지 지난호 독자마당에 등장한 변 모씨 이야기에 대해 몇 자 적는다. 원주시는 2022년 1월 아카데미극장을 매입하면서 원주시 문화예술과와 아카데미극장 보존추진위원회는 열쇠를 함께 가지게 되었다. 시민모금이 동기가 되어 매입되었고, 원주시와 협력하여 아카데미극장 재생사업을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원주시 문화예술과의 승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3월 초 시장님과 과장님들이 아카데미극장에 왔을 때 보존추진위에서 출입문을 쇠사슬로 챙챙 감은 후 자물쇠로 잠가놓아 극장 내부를 확인하기 위해 열쇠를 요구했다'고 한다. 극장 출입문을 쇠사슬로 감아 이중잠금 설치를 한 당사자는 원주시이다. 보존추진위는 정문 열쇠만 가지고 있지 쇠사슬 잠금장치 열쇠는 가지고 있지도 않다. 직접 감은 것을 누구더러 풀어달라고 했다는 것인가?

 구전과 SNS에서 아카데미극장 보존 시민을 비난하다 이제 지면에까지 잘못된 정보가 오른다. 칼럼이라고 사실확인도 없이 무엇이든 쓸 수 있나, 어디에든 실어줄 수 있나. 언어도단의 세상이다. 

김귀민 일산동 주민 아카데미의 친구들 범시민연대 wonjutoday@hanmail.net

<저작권자 © 원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